“中에 밀리고, 캐즘에 치이고”…K-배터리 ‘내리막’, 구조개편 논의 ‘솔솔’

시간 입력 2026-01-07 17:40:00 시간 수정 2026-01-07 17: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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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9.3%…SK온 3.9%·삼성SDI 2.6%
K-배터리 3사 점유율 합산 15.8%…1위 CATL 38.2% 절반에도 못 미쳐
한·중 간 시장 점유율 격차 무려 53.6%p…한국, 중국에 배터리 패권 내줘
미 완성차 업체, 전기차 생산 축소 결정…공장 가동 중단·인력 감축 돌입
LG·GM 합작 공장 직원 수천명 해고…SK는 포드와 합작 법인 ‘갈라서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한파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K-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해 가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 3개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합산이 세계 1위 중국 CATL 점유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위기감이 더 고조되고 있다.

최근엔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의 배터리 합작 공장을 중심으로 가동 중단에 이어 대규모 인력 감축까지 현실화하면서 K-배터리의 근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새해에도 전기차 캐즘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K-배터리 산업과 관련한 구조 개편 논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7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EV(순수전기차)·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HEV(하이브리드차)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약 1046GWh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 788.9GWh 대비 32.6% 증가한 수치다.

SNE리서치는 “전기차 캐즘 심화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사용량 증대는 중국이 견인했다. 지난해 1~11월 중국 CATL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400GWh로, 2024년 같은 기간 297.4GWh 대비 34.5% 확대됐다. 같은 기간 BYD도 133.4GWh에서 175.2GWh로 31.3%나 늘었다. 이 외에도 CALB 42.0%, 고션 77.8%, EVE 77.0%, SVOLT 85.6% 등 다수의 중국 업체들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K-배터리는 소폭 성장에 그치거나 아예 역성장 했다. 2025년 1~11월 LG엔솔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96.9GWh로, 2024년 같은 기간 87.3GWh에 비해 1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SK온은 35.6GWh에서 40.6GWh로, 14.1% 성장했다.

삼성SDI는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2024년 1~11월 28.5GWh였던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 27.1GWh를 기록하며, 5.1%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SNE리서치는 이와 관련해 “미 전기차 업체 리비안의 판매량 부진이 삼성의 배터리 공급 비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처럼, 한국과 중국 배터리 업체간 희비가 엇갈리면서 글로벌 시장 내 순위도 크게 요동쳤다.

먼저 세계 톱3는 202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같은 구도를 유지했다. 38.2%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CATL은 확고한 1위 자리를 지켰고, BYD도 16.7%를 거두며 2위에 안착했다. 점유율 10%선을 지키는 데 실패하며 고배를 마신 LG엔솔은 9.3%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3위 자리를 수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4~10위권에서는 변화의 폭이 매우 컸다. 특히 K-배터리의 추락이 뼈아팠다. 2024년 5위였던 SK온은 지난해 3.9%의 점유율을 얻는 데 그치며 6위로 내려 갔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7위에서 10위(2.6%)로 세 계단이나 떨어지며 치욕을 맛봤다. SK·삼성의 순위 하락으로 공석이 된 자리는 고션(5위), EVE(8위), SVOLT(9위) 등 중국 업체들이 메웠다.

이렇듯 중국의 약진에 한때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했던 K-배터리의 위상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세계 톱10 가운데 지난해 1~11월 K-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 합산은 15.8%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 합산은 69.4%였다. 이에 한·중 간 배터리 시장 점유 격차는 무려 53.6%p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배터리 시장 지배력을 중국에 내준 K-배터리의 입지가 급속도로 약화하는 가운데, 올해도 전기차 캐즘이 지속될 것이란 비보까지 전해지면서 LG·SK·삼성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캐즘이 장기화할수록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양산 계획에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 한 실정이다. 이는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에 치명상을 입힐 수밖에 없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GM(제너럴모터스), 포드 등 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축소키로 결정하고, 공장 가동 중단, 인원 감축 등에 돌입했다.

SK온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 <사진=SK이노베이션>

미 오하이오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GM과 LG엔솔의 배터리 합작 법인인 얼티엄셀즈는 대규모 인력 감원에 들어갔다. 오하이오주 로드스타운공장의 시간제 근로자 1334명이 대상이다. 특히 전체 대상자 중 약 850명은 ‘일시적 해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복귀 기약이 없는 ‘무기한 해고’다.

직원 해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얼티엄셀즈는 또다른 핵심 생산 기지인 테네시공장에서도 약 700명의 인력을 일시 해고했다.

이번 대규모 인력 감원으로 GM과 LG엔솔의 배터리 합작 공장들은 당분간 가동을 중단하게 됐다.

얼티엄셀즈가 주요 공장별 인원 감축에 나선 것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정책 환경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전기차 생산 계획 조정의 일환으로 보인다.

비단 GM뿐만 아니다. 포드는 지난해 말 전기차 사업을 대폭 축소키로 했다. 이에 따라 주력 전기차 모델이었던 ‘F-150 라이트닝’을 단종하고, 테네시공장과 오하이오공장 등의 전기차 양산 계획도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로 변경했다.

포드의 전기차 양산 계획이 대폭 수정되면서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던 LG엔솔의 제품 출하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LG엔솔은 지난해 12월 포드로부터 9조6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에 대한 해지를 통보 받았다.

포드와 손잡고 배터리 합작 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했던 SK온도 갈라선다. 지난 2022년 블루오벌SK가 출범된 지 약 3년 만에 양사 간 밀월이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블루오벌SK의 켄터키공장은 포드가, 테네시공장은 SK온이 각각 지분 100%를 소유해 운영한다. 이번 결별로 SK온이 포드에 안정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삼성SDI 기흥캠퍼스. <사진=삼성SDI>

전기차 캐즘 한파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K-반도체가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큰 폭으로 뒤처지면서 향후 실적 개선은커녕 극심한 실적 부진을 타개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권 업계에선 지난해 4분기 K-배터리 3사가 동반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란 암울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LG·SK·삼성 모두 배터리 업황 위기를 극복하고, 신성장동력 제고를 위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절실히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에 배터리 패권까지 빼앗기며 K-배터리는 추락하고 있다”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조속히 제품 포트폴리오와 수요처를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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