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경협 물꼬 다시 튼다”…이재용·최태원, 中 반도체 사업 돌파구 찾나

시간 입력 2026-01-06 07:00:00 시간 수정 2026-01-05 17: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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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현대차·LG 4대 그룹 총수, 중국 출장길 올라
경제 사절단, 2019년 12월 이후 6년여 만 방중 성사
양국 경협 확대 전망…K-반도체 대중 협업 강화하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굴지의 재계 총수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맞춰 경제 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이들은 2019년 이후 6년 만에 마련된 중국과의 경제 협력 논의의 장에서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특히 K-반도체가 이번 방중 기간 유의미한 비즈니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미국이 대중 제재 수위를 낮춘 것을 계기로 삼성·SK의 주요 생산 거점이자 핵심 시장인 중국과의 협업 기회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 최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맞춰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이들 총수는 포럼 하루 전인 4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중국으로 출국했다.

이 중 최 회장은 이번 방중 경제 사절단으로서 각오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6년 만에 가는 방중 경제 사절단이 잘 진행돼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단 4대 그룹 총수뿐만 아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도 경제 사절단에 합류했다.

한국 정부 인사로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노재헌 주중 대사 등도 자리했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측에서는 허리펑 경제담당 부총리와 런홍빈 무역촉진위원회 회장, 후치쥔 석유화공그룹 회장, 니전 에너지건설그룹 회장, 랴오린 공상은행 회장 등이 참석했다.

TV, 가전, 디스플레이를 주력으로 하는 제조 업체 TLC과기그룹 리둥성 회장, 전기차·ESS(에너지저장장치)용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업체인 CATL 정위췬 회장 등도 자리해 한국 기업인들과 만났다. 또한 의류 업체 LANCY의 왕젠요우 회장, 모바일 메신저 및 게임 업체인 텐센트의 류융 부회장, 통신 장비 및 스마트폰 기업 ZTE의 쉬쯔양 회장도 동참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당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렸던 2019년 12월 이후 6년여 만에 한 자리에 모인 한·중 기업인들은 반갑게 악수하며 환담을 나눴다.

양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 총수들이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총출동하면서 양국 경제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중 관계 경색으로 인해 수년 간 크게 위축됐던 양국 간 경협에 다시 물꼬가 트일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허 부총리는 사전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오늘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요한 회담을 진행한다”며 “양국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를 신뢰하고 발전하는 관계로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중·한 관계는 시대 발전의 흐름에 맞춰 국민 이익에 부합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광범위한 국제 협력의 본보기가 됐다”며 “400곳 넘는 중·한 기업은 이번 비즈니스 포럼에서 깊이 있게 교류·협력해 잠재력을 발굴하고, 새로운 단계로 올라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5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중 양국 모두 이번 포럼에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큰 가운데, 무엇보다 반도체 분야가 가장 큰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가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핵심 생산 기지이자 세계 최대 규모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반도체 협력을 빠르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공장을, 쑤저우에서 반도체 후공정(패키징)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에서 D램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설을 가동 중이고, 다롄에 있는 낸드공장에서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충칭에선 낸드 패키징공장을 운영한다.

중국 내 반도체 생산량도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낸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0%와 낸드의 2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내에서 상당량의 칩을 양산하고 있는 K-반도체가 중 현지 기업들과의 협업을 확대할 경우, 삼성·SK의 실적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공산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1100억달러로 추산됐다. 이 중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삼성·SK가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매출 비중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3분기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액은 31조799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매출 239조7686억원의 13.3%에 불과한 수치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액은 11조7489억원으로, 전체 매출 64조3200억원의 18.3%에 그쳤다. 사실상 전 세계 메모리의 절반 이상을 쓸어 담고 있는 중국에서 ‘글로벌 투톱’ K-반도체가 크게 선전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이 회장과 최 회장이 이번 포럼을 계기로 메모리 반도체의 최대 수요 시장인 중국 내 사업 협력을 강화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5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미국 정부가 대중 제재를 크게 완화키로 한 것도 K-반도체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미 정부로부터 올 한해 동안 삼성 중국 공장에 반도체 제조 장비를 들여올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발급 받았다.

이에 K-반도체는 올해도 중국 공장에서 별다른 차질 없이 반도체를 지속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당초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함께 미 정부로부터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 지위를 인정 받았다. 이에 일정한 보안 조건만 충족하면 별도 제한 없이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국 공장으로 자유롭게 반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중 반도체 제재 강화에 나선 미 정부가 지난해 8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VEU 명단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은 180도 뒤바뀌었다.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중국 공장에 들여올 때마다 미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해당 조치는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업계의 우려가 날로 커지던 와중에 이번에 미 정부가 1년 단위로 평가해 반도체 제조 장비 반출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K-반도체는 중국에서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들여오지 못해 시간이 지날수록 저사양 칩만 생산하게 될 것이란 부담을 털어낸 것이다.

이를 계기로 K-반도체의 수장인 이 회장과 최 회장이 중국 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중 반도체 협력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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