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전망] ⑬약가 인하 현실화…제약업계, 수익성 방어 ‘발등의 불’

시간 입력 2025-12-26 07:00:00 시간 수정 2025-12-24 17:38:27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제네릭 약가 40%대로 하향…R&D 투자 기업에 약가 차등 보상
제약업계 “연 3.6조 피해 우려”…비대위 구성해 공동 대응
인증 기준 완화 논의 속 혁신형 제약기업 도전 확산 전망

보건복지부가 내년 하반기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40%대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제약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약가 인하가 현실화되면 제네릭 중심 제약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통해 60% 이상 약가를 적용받는 방법으로 실적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28일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혁신 신약의 가치 보상과 제네릭(복제약)의 구조적 조정을 골자로 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제네릭 약가 인하다. 개편안에는 2026년 하반기부터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오리지널 약값을 1만원으로 가정하면 그동안 5355원에 공급돼 왔던 약품이 내년부터 4000원에 공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규 등재 제네릭부터 적용되며 기등재 의약품 중 인하 대상 품목에 대해선 2012년 일괄 인하 이후 약가 조정 없이 53.55%를 유지하고 있는 약제들을 우선 대상으로 선정해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약가를 40%대까지 낮출 계획이다. 다만 수급 불안정이 우려되는 필수의약품이나 퇴장방지의약품 등은 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신 R&D에 적극 투자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우대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 여부와 R&D 투자 규모에 따라 가산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매출액 1000억원 미만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7% 이상, 1000억원 이상 기업은 5% 이상인 경우를 대상으로 신약 연구개발 실적이 우수한 기업을 평가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하고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혁신형 제약기업 중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상위 30% 기업들은 68%의 약가를 보장받는다. R&D 비율이 하위 70%의 기업들은 60% 약가를 적용받는다. 결국 R&D 투자를 하지 않으면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이외에도 국내 매출 500억원 미만이거나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 2상 승인 실적이 최근 3년 내 1건 이상의 기업들은 55%의 가산이 인정된다.

◇제약업계, 집단 반발…“수익성 악화로 R&D 위축”

내년 개선안이 적용되면 제네릭에 의존했던 제약사들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매출원가 등 생산비용은 변화가 없지만 가격이 인하됨에 따라 영업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제약업계는 약가제도 개선안이 오히려 R&D를 위축시켜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방향과 다른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목표이지만 약가 인하가 시행되면 많은 제약 기업들이 R&D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등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동 대응에 나섰다. 비대위에는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공동위원장)를 포함해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부위원장), 김영주 종근당 대표, 윤재춘 대웅 부회장,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윤성태 휴온스그룹 회장 등 업계 주요 인사들도 참여했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추진 관련 범제약바이오산업계 비상대책위원회가 22일 서울 방배동 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지원 기자>

비대위는 22일 서울 방배동 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편안 시행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약가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윤웅섭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약가 산정 비율을 40%로 낮출 경우 산업 전체에 연간 최대 3조6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며 “수익이 1% 줄면 R&D 투자는 1.5%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약가 인하로 R&D 투자가 위축되면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확장, 기술수출 등의 성과는 이뤄질 수 없다”며 “정부의 제약바이오 5대 강국 목표 달성을 더욱 힘들게 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사 생존 전략으로 떠오른 ‘혁신형 제약기업’

약가 인하 제도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제약사로서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돼 보상 체계에 포함되는 것이 실적 방어의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 도전하는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리베이트 등 의약품 판매질서 위반 시 인증을 취소하던 기존 기준을 완화하는 제도 개선이 논의되면서 리베이트로 인증 취소 당한 기업들의 도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행정처분 횟수나 리베이트 제공 액수 등을 바탕으로 한 결격 기준을 점수화해 일정 점수에 다다르지 않으면 리베이트가 있더라도 혁신형 제약기업 지위를 유지해주는 것이 골자다. 글로벌 제약사를 위한 별도 인증기준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 후 3년 재인증 불가 조항 개선 내용도 포함될 예정이다.

다만, 해당 개편안은 10월 입법 예고를 거쳐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공개가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업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최종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제도 개편으로 혁신형 제약기업의 의미와 영향력이 커진 만큼 인증 취소 기준도 형평성과 비례성을 갖춰 정비돼야 한다”며 “약가 인하만 현실화되고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라는 보상이 작동하지 않으면 제약업계 전반에 큰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지원 기자 / kjw@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