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1억 넘게 줄텐데”…삼성전자 임금협상 ‘킥 오프’, ‘성과급 논란’ 불지피나

시간 입력 2025-12-16 17:38:40 시간 수정 2025-12-16 17: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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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16일 기흥캠퍼스서 1차 본교섭 돌입
OPI 투명화·상한 해제 등 성과급 제도 개선 최대 쟁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AI(인공지능) 열풍에 따른 메모리 수요 확대로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 탄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실적 개선 흐름에 진입했다. 2023년 불어닥친 ‘반도체 한파’로 6조원대 연간 영업이익을 거뒀던 삼성은 2년 만인 올해 40조원에 육박하는 연간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와중에 노사가 본격적인 임금 교섭에 돌입하면서, 이번에도 성과급 논란이 재연될지 우려를 낳고 있다. 메모리 호황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힘입어 삼성의 실적 또한 고공행진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제대로 된 성과 보상을 요구하는 노조와 경영안정을 중시하는 사측 간 치열한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1차 본교섭을 시작으로 ‘2026년 임금 교섭’에 들어갔다.

삼성 노사는 지난 11일 본교섭에 앞서 상견례를 가진 바 있다. 당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그룹초기업노조(초기업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 등 삼성전자 내 3개 노조가 꾸린 공동 교섭단은 사측에 임금 교섭 요구안을 전달했다.

요구안에는 성과급 제도 중 하나인 OPI(초과이익성과급)의 투명화 및 상한 해제, 기본급 공통 인상률(베이스업) 7% 등을 골자로 한 핵심 요구안 3건과 노사 격려 자사주 30주, 복지 포인트 상향 등 별도 요구안 15건이 담겼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시작된 본교섭에서 해당 요구안을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성과급 제도 개선이 이번 임금 교섭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의 호실적에 따른 성과 보상 확대를 놓고 노사 간 이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올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익은 12조16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4927억원 대비 배 이상 늘었다.

이는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실적이 크게 확대된 덕분이다. 올 3분기 DS 부문 영업익은 7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조86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10월 22~24일 사흘 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의 영업익이 급증한 것은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 ‘HBM3E’ 12단을 공급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그리고 마침내 올 3분기 결실을 맺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 수요가 공급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모든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HBM3E 양산 판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사실상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공식화했다.

시장은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한 삼성의 올 4분기 실적에 대해 크게 낙관하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DS 부문의 4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15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삼성 반도체가 지난 한해 동안 벌어들인 영업익과 맞먹는 수치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한 삼성전자가 당초 예상보다 더 우수한 연간 실적을 거둘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익 전망치는 38조828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32조7260억원 대비 18.6% 증가한 수치다. 만약 올 4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돈다면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연간 영업익 40조 클럽’ 복귀도 가능해 보인다.

역대급 실적에 직원들 사이에선 성과 보상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직원들의 염원을 수렴한 노조는 이번 임금 교섭에서 성과급 제도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문제 삼는 것은 불투명한 성과급 산정 방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연간 영업익을 토대로 산정되는 OPI에 대해 EVA(경제적 부가 가치) 방식을 산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EVA는 영업익에서 자본 비용(법인세·투자금 등)을 제외한 계산식이다. 이에 따라, 영업익이 크더라도 비용이 많다면 EVA는 낮아진다.

여기에 노조는 EVA의 구체적인 수치가 직원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이에 성과급을 둘러싼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는 최고 경영진들에게 성과급 제도 개선을 직접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지난 9월 초기업노조는 ‘낡은 성과급 제도와 변함없는 회사’라는 제목의 공문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전영현 DS 부문장 부회장, 그리고 당시 노태문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에게 전달했다.

초기업노조는 “SK하이닉스가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익의 10% 성과급 지급’을 확정했다”며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투명하지 않은 EVA 방식으로 성과급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VA 방식 기준은 직원 누구도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성과급 제도’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며 “영업익이 높다 하더라도 특정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성과급은 ‘0(제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기업노조는 “회사는 성과급 개선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이후 발표나 성과는 전혀 없었다”며 “결국 또 하나의 ‘사탕발림 쇼’였냐”고 지탄했다.

이어 “사내 게시판을 보면 직원들의 사기와 회사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에 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단 이뿐만 아니다. 전삼노는 지난해 7월 창사 이래 첫 총파업에 나서며 EVA 방식 기준의 OPI를 개선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전삼노는 “이미 경쟁사인 LG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영업익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노력으로 영업익을 많이 벌어 들였으면 그만큼 직원들의 정당한 노동에 대해 제대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도 손보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OPI의 상한선을 개인 연봉의 50%로 제한하고 있다.

2024년 7월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전자 노조가 OPI 투명화, OPI 상한 해제 등 성과급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사례의 영향이 컸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올 9월 임금 교섭 타결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성과급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 매년 영업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되, 개인별 성과급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년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매년 10%씩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새 기준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직원들은 1인당 1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게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익이 42조원을 웃돌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영업익의 10%인 약 4조2000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 기준 본사 직원 수는 3만3625명이다. 약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약 3만4000명의 직원들에게 나눠줄 경우, 1인당 약 1억24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를 근거로 사측에 성과급 제도개선을 줄기차게 요청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측이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은 더 고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 노사가 본격적인 임금 교섭에 돌입하면서 직원들의 오랜 숙원인 성과급 제도를 개선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다만 이번 임금 교섭은 예년보다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내 산별 노조들이 연대해 공동으로 교섭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삼노, 초기업노조, 동행노조 등 삼성전자 노조가 공동 교섭에 나서면서 노조의 교섭력은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이에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 교섭을 원만하게 타결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동 교섭단은 “삼성전자가 AI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들이 삼성을 1순위로 선택할 수 있도록 보상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번 교섭이 회사 발전의 기회가 돼 노사가 함께 성과를 도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사측은 “노조의 요구와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며 “교섭에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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