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투톱’ 삼성·SK, AI 메모리 특수…엔비디아·구글 AI 칩 최대 수혜주 부상

시간 입력 2025-12-04 17:33:32 시간 수정 2025-12-04 17: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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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최신 GPU ‘루빈’ 내년 출시…‘HBM4’ 수요 증가 기대
삼성, HBM4 자체 성능 테스트 완료…SK는 4분기부터 본격 출하
TPU 앞세운 구글, AI 칩 시장 등판…AI 메모리 수요 확대 전망
K-반도체, 구글 TPU 공급망 진입…삼성·SK 위상 더 높아진다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에 불어 닥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다.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SK하이닉스는 첨단 GPU(그래픽처리장치)에 탑재될 6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HBM4’를 납품하기 위한 양산 채비를 마쳤다. 이에 뒤질세라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도 HBM4 경쟁력을 빠르게 제고하며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에 사활을 걸었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AI 반도체 업체로 떠오른 구글의 등장도 K-반도체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구글이 TPU(텐서처리장치)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함에 따라 ‘HBM 투톱’ 삼성·SK도 동반성장이 예고된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HBM4에 대한 자체 성능 테스트(PRA)를 완료하고, 양산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PRA는 제품 출하 직전 단계로, 이를 완료했다는 것은 수율과 성능을 충족했음을 의미한다.

첨단 HBM 역량을 끌어올리기까지 그간 삼성이 쏟아 부은 노력은 실로 엄청났다. 앞서 글로벌 HBM 시장에서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던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왔다. 그러나 품질 경쟁에서 한발 뒤처진 삼성 HBM의 역량을 제고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위기를 의식한 삼성은 전 세계 시장 선두 지위를 단숨에 되찾겠다고 선언하고, 올 하반기 HBM4를 본격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도입키로 했다. 가장 미세화된 1c 기술은 메모리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첨단 선행 기술로, HPC와 AI 반도체의 진보에 있어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핵심 기술이 적용된 HBM4 샘플은 고객사에 전달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4는 고객사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대로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며 “1c 기반 HBM4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고 밝혔다. 고객사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엔비디아로 추정한다,

그리고 마침내 삼성은 HBM4에 대한 PRA를 완료하며, HBM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할 기반을 닦게 됐다.

10월 22~24일 사흘 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삼성전자의 매서운 추격에도 SK하이닉스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HBM 1등’ SK가 HBM4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는 올 하반기 HBM4 12단 제품 본격 양산하겠다는 목표 아래, 올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 공급을 완료한 상태다.

SK하이닉스 HBM4는 핵심 파트너인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성능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HBM4를 올 4분기부터 출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6세대 HBM인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올 4분기부터 출하할 예정이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HBM 1등’ 기술력을 통해 고객사가 요구하는 최상의 스펙을 갖추며 적극 대응해 왔다”며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객사 요구에 맞춘 HBM4 샘플을 제작했고, 대량 공급을 위한 생산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SK HBM4에 대한 평가는 압도적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5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방문해 “HBM4를 잘 지원해 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월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찾아 SK HBM4·HBM3E에 남긴 메시지와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이렇듯 삼성·SK는 HBM4를 앞세워 엔비디아 첨단 GPU에 들어갈 AI 메모리 물량 선점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내년 출시되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 ‘루빈’에는 처음으로 HBM4가 탑재된다. 해당 AI 칩에는 HBM4 8개가 탑재될 예정이다. 또 2027년 출시 예정인 ‘루빈 울트라’에는 HBM4 12개가 들어간다.

아직 HBM4 시대가 본격 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K-반도체가 루빈 맞춤형 HBM4를 양산·공급한다면 삼성·SK의 전 세계 HBM 시장 내 위상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 출하 준비를 마치고, 엔비디아의 승인과 주문만을 기다리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단 엔비디아뿐만 아니다. 구글이 AI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판하면서 HBM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란 낭보에 K-반도체는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구글은 지난달 18일 AI 모델 ‘제미나이 3.0’을 출시했다. 제미나이 3.0은 AI 챗봇 평가 사이트 ‘LM아레나’에서 멀티모달 처리 속도와 정확성 등이 오픈AI 챗GPT 등 기존 AI 모델들을 크게 뛰어 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글이 압도적인 성능을 갖춘 AI 모델을 내놓을 수 있었던 비결은 자체 개발에 성공한 AI 반도체 TPU 덕분이다.

TPU는 구글이 AI 모델 연구에 속도를 내던 상황에서, 기존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만으로 AI 서비스 확산에 대응할 수 없다는 위기감 속에 만든 AI 전용 칩이다. 딥러닝 학습과 추론에서 반복되는 행렬 연산에 특화된 AI 반도체로, 그래픽 처리나 범용 연산을 위한 불필요한 회로가 제거돼 전력 효율성이 높다. 가격도 엔비디아 AI 칩 대비 절반 수준이어서 압도적인 비용 효율성을 자랑한다.

10월 22~24일 사흘 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SK하이닉스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구글 TPU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으면서 K-반도체가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TPU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HBM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구글 TPU 공급망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HBM 1등’ SK하이닉스가 해당 수요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구글 TPU 내 HBM 공급 비중을 SK하이닉스 56.6%, 삼성전자 43.4%로 추정했다. 메리츠증권은 SK하이닉스 비중이 60%에 달할 것으로 봤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구글, 브로드컴, AWS(아마존웹서비스) 등 ASIC(주문형 반도체)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 공급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리서치는 최근 SK하이닉스가 구글과 브로드컴에 5세대 HBM ‘HBM3E’를 공급하는 ‘1순위 공급자(No.1 supplier)’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구글의 최신 7세대 TPU에 HBM3E 8단을 납품하고 있고, 전력 효율을 개선한 7세대 개선 제품(TPU7e)에도 HBM3E 12단을 독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더 우세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구글 TPU의 최대 수혜주로 꼽으며 “삼성 메모리 공급 확대, 선단 공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가동률 상승, 제미나이 AI에 따른 갤럭시 판매 증가 등으로 수혜 폭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HBM4를 탑재할 신규 TPU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이 대거 장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사진=SK하이닉스>

이렇듯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AI 칩 시장에 구글이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하면서 AI 메모리 수요는 지금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주력 제품인 HBM3E에 이어 차세대 HBM4까지 전 세계 HBM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SK의 입지는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올 2분기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무려 62%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17%였다. 이로써 K-반도체의 시장 점유율은 무려 79%나 됐다. 사실상 전 세계에 공급된 HBM 5개 중 4개는 ‘메이드 인 코리아’인 셈이다.

삼성·SK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은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HBM3E 물량 확대와 HBM4 공급 등을 기반으로 내년 HBM 시장에서 30%를 상회하는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 봤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글로벌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할 것이란 분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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