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칩 재고 2주면 ‘바닥’, 빅테크 줄 섰다”…삼성·SK, ‘역대급 슈퍼 사이클’ 맞았다

시간 입력 2025-11-27 07:00:00 시간 수정 2025-11-26 17: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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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D램 업체 평균 재고 수준 2.7주 불과
SK·삼성, 사실상 메모리 칩 생산 즉시 출하
D램 재고 바닥에 반도체 가격 대폭 치솟아
엔비디아·구글 등 빅테크, D램 확보전 치열
‘슈퍼 사이클’ 올라탄 K-반도체, 최대 수혜주

전 세계에 불어 닥친 AI(인공지능) 훈풍에 AI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비롯한 그래픽용 D램, 저전력 D램 등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엔 메모리 공급이 가파르게 치솟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D램 품귀 현상까지 심화하면서 반도체 재고가 바닥을 찍을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내리막을 걷던 메모리 칩 가격도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향후 주요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줄을 서서 D램을 받아 가는 진풍경이 펼쳐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사활을 건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D램 확보전이 더 치열해지면서 K-반도체의 메모리 사업은 더욱 호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삼성·SK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지는 대목이다.

26일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초 전 세계 D램 업체의 평균 재고 수준은 2.7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올 3분기 3.3주 대비 0.6주 줄어든 숫자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의 평균 재고 수준은 2주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좀 더 여유 있는 4주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존에 6주였던 점과 비교하면 2주가량 평균 재고 수준이 축소된 상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평균 재고 수준을 약 6~8주로 본다. 이를 고려할 때 삼성의 평균 재고 수준은 약 2~4주, SK는 무려 약 4~6주나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 ‘LPDDR5X D램’. <사진=삼성전자>

이렇듯 D램 재고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K-반도체 메모리 물량은 사실상 생산 즉시 출하되는 실정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메모리 수요 강세로 인해 D램, 낸드플래시 재고가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며 “D램 재고는 극히 낮은 수준으로, DDR5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되자마자 고객사에 출하되는 상황이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선 현 추세라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D램 평균 재고 수준이 2주 이내로 쪼그라들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내놓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 될 가능성도 커, 조만간 메모리 칩이 필요한 빅테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 줄을 서서 생산된 D램을 바로 사 들고 가는 진풍경이 연출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D램 재고 수준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메모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범용 D램 ‘DDR4’ 8Gb의 현물 ASP(평균 판매 가격)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 DDR4는 올 1월 1.35달러에서 지난달 7.0달러로, 무려 5배 넘게 폭등했다.

한국은행도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025년 10월 생산자 물가 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D램 가격은 직전월인 9월 대비 28.1% 올랐다. 같은 기간 낸드는 무려 41.2% 상승했다.

10나노급 6세대 1c 미세 공정이 적용된 SK하이닉스 16Gb DDR5 D램. <사진=SK하이닉스>

D램 재고가 급감하고, 이에 따라 가격이 덩달아 치솟고 있는 것은 AI 서버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탓이다.

최근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는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에 HBM 등 AI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HBM 생산을 대폭 늘리는 한편 기존 범용 D램 생산은 빠르게 줄여 왔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으로 범용 D램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이상 급등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일반 서버 시장의 교체 주기가 도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17~2018년 대규모로 구축됐던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교체 수요가 늘면서 범용 D램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이처럼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범용 D램 가격이 상승하면 이보다 더 수익성이 높은 HBM, 그래픽용 D램 ‘GDDR7’, 저전력 D램 ‘LPDDR5X’ 등 고부가 메모리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인 호황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마저 제기된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란 보고서를 통해 K-반도체에 대한 의견을 ‘시장 평균 수준(in-line)’에서 ‘매력적(attractive)’으로 상향했다.

보고서는 “HBM을 둘러싼 기회가 메모리 업계 성장률을 앞서고 있고, AI 서버와 모바일 D램 수요 덕분에 범용 D램의 가격 변동률도 다시 가속하고 있다”며 “메모리 산업의 역학이 바뀌면서 모든 곳에서 공급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AI 시대를 맞은 메모리 호황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슈퍼 사이클의 정점은 2027년으로 지목됐다.

SK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예상과 다르게 전 제품군에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수요가 AI 패러다임 전환에 힘입어 훨씬 더 폭넓은 응용처에 기반하고 있다”며 “지난 2017~2018년 슈퍼 사이클과 양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10월 22~24일 사흘 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SK하이닉스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최근에는 주요 빅테크들이 HBM, DDR 등 D램 확보 경쟁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더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구글은 지난 18일 AI 모델 ‘제미나이 3.0’을 출시했다. 제미나이 3.0은 AI 챗봇 평가 사이트 ‘LM아레나’에서 멀티모달 처리 속도와 정확성 등이 오픈AI 챗GPT 등 기존 AI 모델들을 크게 뛰어 넘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글이 압도적인 성능을 갖춘 AI 모델을 내놓을 수 있었던 비결은 자체 개발에 성공한 AI 반도체 TPU(텐서처리장치) 덕분이다. TPU는 구글이 AI 모델 연구에 속도를 내던 상황에서, 기존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만으로 AI 서비스 확산에 대응할 수 없다는 위기감 속에 만든 AI 전용 칩이다. 딥러닝 학습과 추론에서 반복되는 행렬 연산에 특화된 AI 반도체로, 그래픽 처리나 범용 연산을 위한 불필요한 회로가 제거돼 전력 효율성이 높다.

가격도 엔비디아 AI 칩 대비 절반 수준이어서 압도적인 비용 효율성을 자랑한다.

구글 TPU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K-반도체가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낭보가 날아들고 있다. TPU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HBM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장점을 갖춘 구글 AI 반도체가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게 될 경우 삼성·SK의 AI 메모리 수요는 지금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또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는 일부 AI 서버에 기존 서버용 메모리 대신 스마트폰용 메모리를 장착키로 했다. 통상 서버에는 오류 정정 코드(ECC)가 탑재된 서버용 메모리 DDR이 탑재된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DDR이 전력을 많이 소모한다는 단점을 극복하고자 전력 효율이 좋은 스마트폰용 메모리 LPDDR을 넣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LPDDR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의 흐름을 읽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서버용 메모리 대신 스마트폰용 메모리를 더 많이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서버용 메모리의 품귀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반도체 품귀로 인해 내년 2분기 메모리 가격이 현재보다 50% 오를 것으로 내다 봤다. 특히 서버용 등 고부가 메모리 가격은 내년 말까지 무려 두배 증가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렇듯 HBM, LPDDR 등에 이어 범용 D램까지 전 메모리 수요가 한동안 고점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SK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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