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뉴 삼성 원년’, 파격 보다 안정 택했다…“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 굳혔다”

시간 입력 2025-11-21 17:38:08 시간 수정 2025-11-21 17:48:13
  • 가
  • 가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삼성, 사장 승진 1명·위촉 업무 변경 3명 등 사장단 인사
‘이재용 체제’ 안정화 위해 ‘변화·쇄신’보다 ‘안정’에 중점
‘갤럭시 신화’ 노태문, ‘직무대행’ 떼고 정식 DX 부문장
‘AI 전문가’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 SAIT 원장 신규 위촉
윤장현 삼성벤처 대표, DX 부문 CTO 삼성리서치장 승진

재계 맏형 삼성전자가 예년보다 일찍 정기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 지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조기 인사를 통해 주력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신사업 발굴·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다.

삼성은 연말 인사를 서두른 대신,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고 소폭의 인사를 실시했다. 앞서 이달 초 삼성그룹의 수뇌부라 할 수 있는 사업지원TF가 사업지원실로 정식 개편될 당시, ‘삼성의 2인자’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이 전격 용퇴하는 파격 인사가 이뤄졌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삼성전자의 연말 인사 키워드가 ‘쇄신’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삼성은 AI(인공지능) 등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뉴 삼성’ 재건을 보필할 우군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사장단 변화 폭을 최소화한 안정적인 인사를 시행했다.

삼성전자는 21일 ‘2026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소폭으로 이뤄졌다. 사장 승진 1명, 위촉 업무 변경 3명 등 4명 규모다. 지난해 인사 규모가 9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삼성이 변화보다 안정에 중점을 두고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것은 ‘이재용 체제 안정화’라는 과제를 최우선적으로 매듭짓기 위함이다.

이 회장은 그간 삼성그룹 총수로서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왔다. 장기간 지속된 사법 리스크로 인해 책임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재판으로 인해 그룹 경영에 큰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지난 7월 이 회장은 ‘부당합병·회계부정’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그동안 족쇄로 작용했던 사법 리스크를 말끔히 털어냈다. 이에 이 회장은 뉴 삼성 재건이라는 중대한 숙제를 해결하는 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올해가 이 회장의 ‘삼성 책임 경영 원년’이 된 가운데,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재도약시키기 위해선 기존의 ‘정예 군단’과 손잡고 전진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삼성은 연말 인사 키워드를 쇄신이 아닌 안정으로 낙점하고, 이재용 체제 안정화를 완성키로 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각 사업 부문별로 책임 경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간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직무대행을 맡아 왔던 노태문 사장은 대표이사로 선임됨과 동시에 직무대행을 떼고, 정식 DX 부문장이 됐다. 노 사장은 고(故) 한종희 DX 부문장 부회장의 타계로 지난 4월 1일부터 약 8개월 간 직무대행으로서 DX 부문을 이끌어 왔다. 아울러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직은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다만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던 노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불발됐다. 한때 재계에선 노 사장이 DX 부문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도맡아 온 만큼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 왔다.

아울러 전영현 부회장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과 메모리사업부장직에 유임됐다. 이에 따라, 삼성은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를 완성했다. 두 부문장은 주요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혁신 역량 강화와 경영 안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하고, 핵심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하에서 경영 안정을 도모하고자 한다”며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10월 22~24일 사흘 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10월 22~24일 사흘 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비단 경영 안정만 도모한 것은 아니다. 삼성은 AI 전문가를 중용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에는 외부 인사인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가 신규 위촉됐다.

내년 1월 1일 입사 예정인 박 신임 사장은 1999년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된 후, 25년 이상 기초 과학과 공학 전반의 연구를 이끌어 온 글로벌 석학이다.

삼성은 박 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초격차 전략을 주도해 나갈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삼성맨’이 된 박 사장은 첨단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위해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을 포함해 AI 메모리 원천 기술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나노 기술 전문성 및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양자 컴퓨팅, 뉴로모픽 반도체 등 미래 디바이스 연구를 주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AI 드리븐 컴퍼니(AI Driven Company)’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도 발탁했다. 윤장현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는 DX 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삼성리서치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윤 신임 사장은 MX사업부 출신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IoT(사물 인터넷)&타이젠개발팀장, SW플랫폼팀장, SW담당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를 맡아 AI, 로봇, 바이오, 반도체 등 유망 기술 투자를 주도했다.

윤 사장은 모바일, TV, 가전 등 주력 사업들과 AI, 로봇 등 첨단 사업 간 시너지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강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모델이 2024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CES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 부스에서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2024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CES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 부스에서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수시 인사를 통해 사장 2명을 보임한 바 있다. 삼성은 AI 기술 고도화 등을 통해 ‘갤럭시S25’ 시리즈의 개발 성공과 글로벌 사업 성장을 주도한 최원준 부사장을 지난 3월 MX사업부 COO(최고운영책임자)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3M, 펩시 등 글로벌 브랜드의 CDO(최고디자인책임자)를 역임한 마우로 포르치니를 올 4월 DX 부문 CDO 사장으로 영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6년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