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美 입항료 부담에 결국 할증 …‘분담률’ 관건

시간 입력 2025-11-06 07:00:00 시간 수정 2025-11-07 17: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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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복 대표 “고객사에 조정 할증 운임 통보”
운임 할증으로 최대 2000억원 수익성 부담↓
탄력적 비용 분담 검토…“합리적 결론 도출”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사장)가 지난달 21일 서울 성동구 현대글로비스 본사에서 열린 '2025 로지스틱스 이노베이션 세미나'에서 AI 기반 물류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사장)가 지난달 21일 서울 성동구 현대글로비스 본사에서 열린 '2025 로지스틱스 이노베이션 세미나'에서 AI 기반 물류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미국의 입항수수료 부과로 인한 운임 할증을 고객사들에 통보했다. 불가항력적인 비용은 선사가 아닌 화주가 부담한다는 업계 관행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운반선의 적재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로서 수익성 방어를 위한 관건은 분담률이 될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10월 10일 발표된 (순톤당) 46달러 기준에 맞춰 조정된 할증 운임을 고객사에 통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14일(현지시간)부터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에 대해 순톤당 46달러의 입항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의 연장선이다. 이규복 대표의 이번 언급은 운임 인상을 통해 고객사 비용으로 반영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앞서 USTR은 지난 4월 미국에 입항하는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 CEU(1CEU는 자동차 1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 단위)당 150달러로 제안했던 수수료를 6월 순톤수당 14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를 고려하면 약 3개월 만에 다시 3배 이상 기습 인상한 것이다. 단, 선박당 부과 횟수는 연간 5회로 제한하며 납부 유예 기간은 12월 10일까지다.

이 대표는 “선사들 입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선박 규제가 아니라 수입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성격으로 인식하고 있고, 해운업계 전반에서도 이를 불가항력적인 산업 비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유럽과 일본 선사들도 추가적인 입항수수료에 대해선 서차지(추가 요금)를 부과하겠다고 화주사에 통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운임 할증 조치로 현대글로비스는 수익성 부담을 일부 덜 수 있게 된다. 순톤수 1만9322톤급 선박 기준으로 5회 입항 시 약 64억원이 발생하는 점을 볼 때 현대글로비스의 연간 입항수수료 규모는 최대 2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2분기 기준 총 96척(자사선 35척·용선 61척)의 자동차 운반선을 운용 중이며, 이 중 30여척을 미국 항로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으로 입항한 횟수는 170여회, 전체 자동차 운반선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다.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PCTC) ‘글로비스 스텔라’호.<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PCTC) ‘글로비스 스텔라’호.<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로서 수익성 방어 관건은 분담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자동차 고율 관세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 과도한 비용 전가는 수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뿐 아니라 다른 경쟁 업체들도 비용 분담에 나서면 시장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경쟁 선사들이 미국의 입항수수료로 화주사에 추가 부과한 금액 규모는 조금씩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글로비스는 해운업계 동향과 고객사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비용 분담을 탄력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시장 상황과 경쟁사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용 가능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연간 부과 제한(5회)이 있는 점을 고려해 고정 셔틀 선박 배치 등 운영 최적화를 통해 입항수수료 발생 자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USTR이 입항수수료 조정과 관련한 의견서를 접수 중인 가운데 현대글로비스도 정부·업계와 협의해 관련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4분기부터 적용 예정인 미국 항만 입항수수료에 관해 고객사와 상호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협의를 통해 실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지난 7월에도 입항수수료를 중국에만 부과하고 한국은 제외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USTR에 제출했다.

당시 정부는 의견서에서 “자동차 운반선에 대한 입항수수료 부과는 의도했던 목적과 다르게 양국의 관련 산업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한국과 미국 간 상호 호혜적인 무역 관계에 역행할 것”이라며 “조치의 원래 목적과 일관되게 자동차 운반선 입항수수료의 부과를 명확히 정의하고, 원래 겨냥한 국가로 제한할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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