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초격차’ 삼성맨에 돈뭉치 푼다”…이재용, HBM4 개발자에 자사주·성과급 잔치

시간 입력 2025-11-04 16:58:33 시간 수정 2025-11-04 16: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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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직원 30명 대상 4.8억원 규모 자기주식 지급
1인당 1600만원어치 주식 받아…자사주 지급 ‘이례적’
1c D램 기반 ‘HBM4’ 개발 노고 치하·동기 부여 차원
전 임직원엔 PSU 시행…“중장기 성과 보상·동반성장”
“‘뉴 삼성’ 재건할 일꾼은 ‘삼성맨’” 파격 리워드 추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년 1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2024 삼성 명장’ 15명과 간담회를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의 초일류 기업 재도약’에 드라이브를 걸고, ‘뉴 삼성’ 비전 실현을 함께 할 임직원들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약속했다.‘인재 제일’ 경영 철학을 중시해 온 이 회장은 삼성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존재는 결국 임직원이라는 데 공감하고, 인센티브를 통한 성과 보상에 앞장서기로 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자기주식 처분 결정에 대한 주요 사항 보고서를 공시하고, 보통주인 자사주 4790주를 처분한다고 밝혔다.

삼성이 자사주를 처분하고 나선 것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개발 과제 목표 달성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위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목표를 달성한 과제의 개발 인력에 대한 성과 격려 및 동기부여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지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인센티브 대상은 30명이다. 다만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인적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이 받게 될 자사주 규모는 이사회 결의일 전 거래일인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 총 4억8139만5000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1인당 159.7주씩 나눠 가질 것으로 추정된다. 약 1600만원어치의 자기주식을 인센티브로 받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특정 과제의 개발 임직원에 인센티브로 자사주를 지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선 최근 공개한 6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4’가 고객사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삼성이 임직원 격려 차원에서 깜짝 보상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반도체대전) 2025’에서 가장 앞선 메모리 제품과 첨단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특히 HBM4 실물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며 차세대 HBM 시장 선점을 예고했다.

삼성은 HBM4의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HBM4의 데이터 이동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 성능인 11Gbps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삼성이 AI 메모리 제품의 성능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거의 전무한 일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메모리의 한계를 넘어서, 성능과 효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10월 22~24일 사흘 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삼성 반도체의 자신감은 첨단 공정 기술에서 기인한다. 삼성은 업계 최초로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도입했다. 가장 미세화된 1c 기술은 메모리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첨단 선행 기술로, HPC(고성능 컴퓨팅)와 AI 반도체의 진보에 있어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이는 삼성전자에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HBM 1등’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는 삼성보다 한 단계 낮은 1b(10나노급 5세대) 공정을 기반으로 HBM4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HBM4에 적용된 첨단 공정 기술 수준의 차이가 향후 HBM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 HBM이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삼성은 HBM4 아래 부분의 ‘베이스 다이’에 4nm(1nm는 10억분의 1m) 기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정을 적용해 전력 효율을 극대화했다. 베이스 다이는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메모리를 연결하고, 신호가 효율적으로 오가도록 돕는다.

이렇듯 메모리부터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까지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바탕으로 HBM 패권을 탈환하기 위한 기틀을 다졌다.

삼성 반도체의 기술력이 집약된 HBM4 샘플은 이미 주요 고객사에 공급된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4는 고객사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대로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며 “1c 기반 HBM4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고 밝혔다. 고객사가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엔비디아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 간 차세대 HBM 협력이 기정사실이라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염원해 온 삼성이 HBM4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대폭 늘릴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리고 이같은 결과를 달성하기까지 1c D램 개발 인력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결국 삼성은 1c 공정 기반 기술을 통해 경쟁사에 앞선 HBM4를 만들 수 있도록 힘써 온 개발 인력에게 노고를 치하하는 차원에서 자사주 지급이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뿐만 아니다. 삼성전자는 깜짝 보상 외에도 전 임직원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리워드 제도도 도입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중순 사내 게시판에 향후 3년 간 주가 상승 폭에 따라 임직원에 자사주를 지급하는 ‘PSU(성과 연동 주식 보상)’ 제도를 시행한다고 전격 공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의 지속 발전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임직원들에게 중장기 성과 창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회사와 임직원이 함께 성장토록 한다는 취지에서 PSU 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이 이번에 시행하는 PSU는 지난 1년 간 단기 성과를 보상하는 OPI(초과이익성과급)와 달리 회사의 미래 성과와 연동해 주식으로 보상하는 선진형 보상 방식이다. 이는 회사 주가가 많이 오를수록 임직원 보상 규모가 비례해서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PSU 시행에 따라 삼성은 CL 1~2 직원에게 200주, CL 3~4 직원에게 300주 등 자사주 지급을 약정키로 했다. 3년 뒤 주가 상승 폭에 따라 지급 주식 수량을 확정해 2028년부터 3년 간 균등 분할 지급한다.

만약 향후 3년 간 주가가 기준 주가 대비 100% 이상 오를 경우, 임직원들은 약정 주식의 2배를 받게 된다. 그러나 20% 미만으로 오르면 지급 주식은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년 10월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 생산 법인을 찾아 MLCC 제품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렇듯 삼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내부 보상을 강화하며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맨’이야말로 뉴 삼성을 재건할 핵심 일꾼이라는 인식에서다. ‘기술 초격차’ 전략의 원동력이 될 임직원들에 대한 파격적인 리워드가 우리 사회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의 인재 중시 경영 또한 재조명되고 있다.

그간 이 회장은 인재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2023년 2월 최첨단 반도체 패키지 기술을 살피기 위해 방문한 삼성전자 천안·온양캠퍼스에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2024 삼성 명장’ 15명과 직접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술 인재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다”며 “미래는 기술 인재의 확보와 육성에 달려 있다”고 힘줘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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