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한국 정부·기업에 블랙웰 26만개 공급 약속
정부·삼성·SK·현대차 각 5만개씩…네이버 최대 6만개
한국에 GPU 우선 공급…韓 ‘AI 3대 강국’ 도약 한층 탄력
‘HBM 투톱’ SK·삼성도 호재…‘HBM3E’ 208만개 필요
엔비디아·K-반도체 밀월, ‘HBM4’ 협력 기대감도 물씬

지난달 말 경주를 들썩이게 했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약 일주일 간의 APEC 행사가 끝난 자리엔 각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남기고 간 선물 보따리로 가득했다. 이중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선물이었다. 엔비디아가 우리나라에 최대 26만개에 달하는 최신 GPU(그래픽처리장치) ‘블랙웰’을 공급키로 약속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으로 우뚝 섰다.
엔비디아의 통 큰 선물로 ‘AI 3대 강국’ 도약을 꿈꾸는 전 산업계가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당장 K-반도체가 대대적인 수혜주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대부분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메모리)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인 SK에 이어 최근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공식화한 삼성까지, K-반도체의 AI 메모리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SK는 지난 APEC 주간에 엔비디아로부터 블랙웰을 각각 5만개씩 받기로 하고, ‘AI 팩토리’ 구축 등 폭넓은 AI 협력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에 최대 5만개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5만개, 네이버클라우드 최대 6만개 등 대규모 GPU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엔비디아가 정부와 국내 기업을 통틀어 한국에 투입하는 AI 반도체는 무려 26만개에 달한다. 엔비디아측은 “새로운 블랙웰 인프라로 한국의 전체 AI GPU 수량은 6만5000개 수준에서 30만개 이상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다”며 “이로써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AI 리더가 될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가 출하할 GPU는 최신 AI 칩인 ‘GB200 그레이스 블랙웰’이다. 업계에 따르면 GB200의 가격은 대략 3만~4만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이를 고려할 때 대(對)한국 GPU 공급 규모는 최대 104억달러(약 14조8346억원)에 이른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31일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에서 세 번째) 접견에 앞서 국내 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납품 받게 된 우리 정부와 4개 기업은 향후 AI 팩토리 구축 등 전방위 AI 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먼저 정부는 소버린 AI 기술 확보를 위해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등에 엔비디아 GPU 5만개를 활용키로 했다. 이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AI 고속도로 구축을 통한 AI 3대 강국 도약을 이뤄낸다는 포부다.
삼성은 엔비디아와 5만개의 블랙웰을 탑재한 업계 최대 수준의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해 AI 기반 제조 혁신을 가속화한다. 또 오픈소스 기반 LLM(거대언어모델)인 네모 트론(NeMo Tron)과 쿠다(CUDA)-X, 옴니버스 등 엔비디아의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반도체 제조 속도와 수율을 개선하는 디지털 트윈도 구축할 예정이다.
엔비디아 코스모스와 아이작(Isaac) 로보틱스 플랫폼을 이용한 차세대 가정용 로봇 개발에도 힘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양사 협력과 관련해 “엔비디아는 이미 AI 시대를 내다 본 혁신 기업이다”며 “앞으로도 엔비디아와 함께 변화를 주도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표준과 혁신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SK도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반도체 연구 및 생산, 클라우드 인프라 발전 등을 주도하는 AI 팩토리를 만든다. 이를 통해 디지털 트윈과 AI 에이전트 개발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SK텔레콤은 엔비디아 ‘RTX 프로 6000 블랙웰 서버 에디션’ GPU를 활용해 국내용 소버린 AI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를 활용하면 국내 제조사들은 엔비디아 옴니버스 기반의 산업용 클라우드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SK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디지털 트윈과 로봇, LLM 등 학습·추론, 3D(3차원) 시뮬레이션 기능을 두루 갖춘 ‘산업용 AI 서비스 공급 사업자’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는 엔비디아와 AI를 국내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끄는 엔진으로 만들고 있다”며 “엔비디아 AI 팩토리를 기반으로 SK그룹은 차세대 메모리,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지능형 AI 에이전트를 구동할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현대차는 엔비디아와 ‘AI 기반 모빌리티’를 구동할 AI 팩토리를 조성한다. 5만개의 블랙웰을 탑재한 AI 팩토리는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분야의 LLM을 훈련하는 AI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전 산업의 AI 전환을 위한 ‘피지컬 AI’ 플랫폼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황 CEO가 남기고 간 선물로 인해 한국의 AI 비전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다만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확보하려는 글로벌 수요가 워낙 거센 탓에, 한국이 26만개에 달하는 GPU를 적기에 제공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주요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 들여 올 GPU의 물량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AI 칩을 전달 받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대규모 GPU 지원은 AI 메모리칩인 HBM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삼성, SK 등에도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AI 칩에 탑재되는 AI 메모리 칩 대부분을 SK·삼성이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올 2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62%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7%였다. 양사를 합한 K-반도체의 점유율은 무려 79%로 집계됐다. 사실상 전 세계에 공급된 HBM 5개 중 4개는 ‘메이드 인 코리아’인 셈이다.
여기에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통해 투입되는 26만개의 GPU가 국내 AI 팩토리 구축용인 만큼, 해당 AI 칩에 들어가는 HBM 역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를 제외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전부 납품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도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고 있지만 26만개의 AI 칩 물량에는 한국과 엔비디아 간 파트너십을 고려해 삼성·SK의 HBM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월 22~24일 사흘 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엔비디아 블랙웰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이 채택된다면 그 물량은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GB200 1개에는 5세대 HBM인 HBM3E 12단 8개가 탑재된다. 이를 토대로 26만개의 블랙웰에 들어가는 HBM3E을 계산해보면 최소 208만 개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미 내년 생산 물량이 솔드아웃(완판)됐다고 밝혔고,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공식화한 삼성전자도 HBM 양산을 위한 공장 가동률이 100%인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200만개가 넘는 엔비디아 AI 칩용 HBM3E가 추가로 더 필요해졌다는 소식은 K-반도체가 AI 메모리 시장 내 지배력을 더 강화하는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와 K-반도체 간 HBM 밀월은 차세대 AI 메모리인 6세대 ‘HBM4’ 협력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반도체대전) 2025’에서 HBM4 실물 제품을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재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올해 SEDEX에서 삼성은 HBM4의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HBM4의 데이터 이동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 성능인 ‘11Gbps’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삼성이 AI 메모리 제품의 성능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메모리의 한계를 넘어서, 성능과 효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또 삼성은 업계 최초로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도입키로 했다. 가장 미세화된 1c 기술은 메모리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첨단 선행 기술로, HPC(고성능 컴퓨팅)와 AI 반도체의 진보에 있어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10월 22~24일 사흘 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SK하이닉스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패권을 수성하기 위해 HBM4를 올 4분기부터 출하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6세대 HBM인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올 4분기부터 출하할 예정이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HBM 1등’ 기술력을 통해 고객사가 요구하는 최상의 스펙을 갖추며 적극 대응해 왔다”며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객사 요구에 맞춘 HBM4 샘플을 제작했고, 대량 공급을 위한 생산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SK는 올 하반기 HBM4 12단 제품 본격 양산하겠다는 목표 아래, 올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 공급을 완료한 상태다.
특히 SK의 HBM4는 핵심 파트너인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성능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 메모리를 고객사 시스템에 도입 시 AI 서비스 성능을 최대 69%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데이터 병목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SK HBM4에 대한 평가는 압도적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5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방문해 “HBM4를 잘 지원해 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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