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3년, ‘뉴 삼성’ 비전 나오나…‘사법 리스크 해소·실적개선’, 삼성 재도약 원년 만든다

시간 입력 2025-10-24 17:50:00 시간 수정 2025-10-24 17: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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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탈한 JY, 27일 별도 기념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내기로
사법 리스크 해소한 이재용, 뉴 삼성 재건에 온전히 집중
잃어버린 10년 간 과제 산적…반도체 경쟁력 회복 시급
반도체 슈퍼 사이클 속 메모리·파운드리 역량 강화 속도
이재용 책임 경영 위한 ‘제2의 미전실’ 부활 필요성 대두
‘초일류 기업 재도약’ 이재용, ‘뉴 삼성’ 비전 드라이브

오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지 꼭 3년이 된다. 이 회장은 지난 3년간 사법 리스크와 함께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인한 실적부진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7월 ‘부당합병·회계부정’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로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AI(인공지능) 시대 ‘반도체 슈퍼사이클’ 훈풍에 올라타면서 다시 역대급의 실적으로 복귀했다. 안팎으로 그동안 삼성을 억누르던 악재들이 해소되면서, 이 회장이 뉴 삼성 비전을 구체화 하고 삼성의 새로운 도약을 선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 회장 취임 3주년인 이달 27일 별다른 공식 행사를 열지 않는다. 아울러 별도의 메시지도 내지 않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올해도 권위적인 총수가 아닌 소탈한 ‘JY(제이와이)’로서 취임 3주년을 조용하게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외적 기념식을 개최하는 것 대신 가시적 성과로 리더십을 입증하겠다는 이 회장의 평소 지론에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이 회장은 그간 삼성그룹 총수로서 이렇다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왔다. 장기간 지속된 사법 리스크로 인해 뉴 삼성 비전 실현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까닭이다. 이 회장은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재판으로 인해 그룹 경영에 큰 차질을 빚어왔다.

지난 2020년 10월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재판이 처음 시작된 이후부터 지난해 2월 1심 선고까지 약 3년 5개월 동안 110여 차례의 심리가 열렸다. 이 중 이 회장은 총 96차례 직접 출석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해 9월 이후 총 네 차례의 항소심 공판과 결심 공판, 그리고 올해 2월 2심 선고 공판까지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이 회장이 사실상 모든 재판에 출석하는 바람에, 반도체 경쟁력 제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지속 투자 등 굵직한 현안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사법 리스크로 인한 이 회장의 경영 부재는 삼성의 미래 성장을 방해하는 악재로 작용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은 삼성에 있어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 족쇄로 그룹 경영을 살피지 못하는 동안, HBM(고대역폭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반도체 핵심 분야에서 큰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AI 반도체 공룡인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삼성 ‘HBM3E’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됐고, 대만 TSMC의 독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글로벌 복합위기에 따른 경영 환경도 녹록치 않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품목별 관세 등을 부과하겠다며 통상 질서를 뒤흔들고 있고, ‘반도체 지원법(CSA)’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조짐까지 보이는 등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5년여 동안 이 회장을 옥죄던 사업 리스크가 말끔히 해소되고,  반도체 시장도 AI 칩 수요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삼성전자는 겹 호재를 맞고 있다.

지난 7월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 만이자 2심 선고 후 5개월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상고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각종 부정 거래와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검찰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랜 기간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 회장은 이제 뉴 삼성 재건이라는 중대한 숙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10월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10월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 회장은 삼성그룹의 수장이 갖춰야 할 리더십을 제고하는 데 에너지를 아끼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지난 3년 간 현장 중심의 경영 행보를 이어 온 것처럼 국내외 사업장 곳곳을 누비며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가장 관심을 갖고 육성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분야는 단연 반도체다. 현재 삼성전자는 기흥캠퍼스에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를 짓고 있다. 2030년까지 약 20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해당 단지는 삼성의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는 핵심 연구 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연구, 생산, 유통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복합형 연구 단지로 조성된다. 이에 첨단 기술 개발의 결과가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고도의 인프라를 갖추게 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다시 한 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삼성 반도체의 역량 제고 의지를 다졌다.

대규모 투자도 약속했다. 2023년 3월 삼성은 향후 20년 간 총 300조원을 들여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해당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화성·기흥-평택-용인’ 등 경기 남부권을 연결하는 삼성 반도체 삼각 편대가 구축된다. 이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렇듯 이 회장은 반도체 분야에 과감한 R&D 투자를 통해 리더십을 이어 간다는 전략이다. 이는 기술 초격차 전략을 중시해 온 이 회장의 뜻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 리더십과 선행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며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해 왔다.

22~24일 사흘 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SEDEX 2025’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22~24일 사흘 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SEDEX 2025’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삼성 반도체는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HBM 주도권을 경쟁사에 내주면서 ‘메모리 2등’으로 전락한 삼성전자는 최근 6세대 HBM인 ‘HBM4’ 실물 제품을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재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삼성은 HBM4의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HBM4의 데이터 이동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 성능인 ‘11Gbps’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삼성이 AI 메모리 제품의 성능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메모리의 한계를 넘어서, 성능과 효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또 삼성은 업계 최초로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도입키로 했다. 가장 미세화된 1c 기술은 메모리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첨단 선행 기술로, HPC(고성능 컴퓨팅)와 AI 반도체의 진보에 있어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아울러 삼성은 ‘파운드리 역량 제고’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토대도 닦았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로부터 약 23조원에 달하는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따낸 데 이어 스마트폰 경쟁자인 애플의 차세대 칩 생산 계약까지 성사시키며 ‘반도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테슬라, 애플과 맺은 초대형 계약에 따라 첨단 반도체 양산을 차질 없이 잘 소화한다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호황기에 진입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메모리 및 파운드리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면서 핵심 사업인 삼성 반도체는 더 높이 날아오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삼성전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삼성전자>

다만 이 회장의 뉴 삼성 비전 실현이 본격화하기 위해선 지배구조 혁신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회장의 책임 경영 기반이 서둘러 재정비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긴 하지만, 이 회장이 그룹 내 각 계열사의 의사결정까지 직접 관여하려면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단일 지배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다.

재계에서도 삼성 내에 ‘제2의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재건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회장을 보좌하며 삼성그룹의 의사결정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복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전실을 폐지하고, 사업 부문별로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각 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무엇보다 중장기적인  미래사업 추진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와 같은 TF 체제가 삼성의 실적 부진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의 모든 부서가 제각기 따로 분리돼, 유기적인 협업이 어려워지다 보니 과거처럼 일사 분란함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의 주력 사업 차질로 이어졌다는 게 삼성 안팎의 판단이다.

국내 굴지의 그룹들은 대부분 컨트롤타워를 통해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LG의 경우 지주사인 LG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해 그룹의 의사결정 사안을 계열사에 안정적으로 전달한다. SK도 SK수펙스추구협의회(SK수펙스)를 통해 계열사들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삼성의 현 TF 체제로는 뉴 삼성 비전을 구체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미전실에 준하는 그룹 내 컨트롤타워를 부활시켜 이 회장이 그룹을 효율적으로 총괄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역시 그룹내에 컨트롤타워를 재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찬희 준법위원장은 “어떤 사안에 있어서 준법위가 정말로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은 돛단배에도 컨트롤타워가 필요한데,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다”며 “개인적 신념으로는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의 등기 이사 복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을 책임 있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등기 이사 재선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현재 이 회장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미등기 임원이다. 이 회장은 과거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등기 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책임 경영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있다.

재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재도약 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이 회장이 ‘뉴 삼성’ 비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전진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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