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파기환송 판결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 인정 안 돼…1.4조원 재산 분할액 축소 전망
SK그룹, 지배구조 부담 덜어내…리밸런싱 가속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 대해 파기 환송을 결정하면서, SK그룹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돌리게 됐다. 2심 판결이 유지될 경우, 최 회장은 1조4000억원 규모의 재산 분할액을 마련하기 위해 그룹 지주사인 SK㈜ 등 일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대법원이 사실상 최 회장의 손을 들어 주면서, 지난 2015년 이후 10여년 간 지속돼 온 최 회장 리스크는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 전망이다.
최 회장과 SK그룹은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한 경영상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말 임원인사 및 구조개편을 앞두고, 최 회장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리밸런싱(사업 재편) 작업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재법관)는 16일 오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 최 회장이 위자료 1억원과 함께 재산 분할을 위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2심 재판부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회사 성장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점을 인정, 위자료와 재산 분할액을 대폭 상향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을 법적 보호 가치가 없는 뇌물로 보고, 2심 판결을 뒤집었다. 사실상 재산 분할의 오류를 인정한 셈이다. 다만, 위자료 액수 20억원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해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부친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 300억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 전 대통령이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고 규정했다.

2심 판결을 뒤집는 파기 환송결정으로, SK그룹은 당장 지배구조 리스크 부담을 덜게 됐다.
최 회장의 재산은 급여, 배당금 등을 제외하면 SK그룹 지주사 및 계열사 주식이 대부분이다. 특히 최 회장은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해 SK그룹 승계 과정에서 크고작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실제 최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은 △SK㈜ 17.9%(1297만5472주) △SK디스커버리 0.12%(보통주 2만1816주)·3.22%(우선주 4만2200주) △SK케미칼 3.21%(우선주 6만7971주) △SK텔레콤 0.0%(303주) △SK스퀘어 0.0%(196주) △SK실트론 29.4%(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한 간접 보유) 등이다.
이 가운데 최 회장이 재산 분할에 필요한 대규모 현금 여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SK㈜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은 25.46%에 불과해, 재산분할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자칫 경영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날 종가 기준 최 회장의 SK㈜ 지분 가치는 3조38억원에 달하며,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대법원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노 관장의 재산 기여로 인정하지 않은 만큼, 파기환송심에서의 재산 분할액이 1심 수준인 655억원 안팎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SK㈜ 지분 매각 및 경영권 리스크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란 분석이다.
SK 측 대리인 이재근 율촌 변호사는 “SK그룹이 노태우 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 등으로 성장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대법원이 명확하게 ‘부부 공동재산의 기여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4년 11월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4'에서 협력과 생태계로 만들어 가는 SK의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SK>
최 회장을 둘러싼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SK그룹은 AI·반도체 등 ‘미래형 성장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난해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의 투자 방향성을 AI와 반도체로 정하고, 2030년까지 82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실제, 최 회장은 이날 대법원의 최종 판결 이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초청으로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손 회장과 AI 데이터세터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의 협력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내달 개최되는 ’SK AI 서밋 2025‘에서는 기조연설을 통해 SK의 AI 생태계 구축 여정과 향후 성장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
최 회장이 일관되게 강조해온 리밸런싱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SK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며 2년여에 걸쳐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SK그룹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34%에서 지난 6월 기준으로 103%로 낮아졌고, 순차입금도 83조원에서 71조원으로 줄었다. 오는 11월에는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실적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윤활유 사업을 담당하는 SK엔무브와의 합병 법인을 공식 출범하고, 재무구조 개선에도 나선다.
산업계에서도 장기간에 걸친 이혼소송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SK그룹에 거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그룹은 경영권 안정화를 최우선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사주 소각을 통해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을 33.9%까지 상승시켜 경영권을 안정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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