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매출액 86조원…역대 분기 최대 매출 경신
‘영업익 10조원대’ 시장 전망 깨고 12.1조원 ‘깜짝 실적’
DS 부문 영업익 전망치 5조원대…일각선 7조원 점쳐
AI 서버 확산 따른 메모리 수요 확대…메모리 가격 급등
메모리 호황 조짐에 삼성 반도체 실적 반등 기대감↑
AI(인공지능)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 확보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던 삼성전자가 3분기 1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에 ‘영업익 10조 클럽’에 재진입한 것이다.
삼성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한 것은 단연 반도체 사업의 부활 덕분이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AI 훈풍으로 메모리 업계가 호황기에 접어든 가운데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익을 거두며 전사 실적을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 매출액이 86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기 79조1000억원 대비 8.72% 증가한 수치다. 직전 분기인 올 2분기 74조5700억원과 비교해서도 15.33% 늘었다.
삼성은 또 하나의 신기록도 세웠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80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은 지난해 3분기 79조10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개선됐다. 올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익은 1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81%나 확대됐다. 직전 분기인 2분기 4조6800억원에 비해선 무려 158.55% 급증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삼성의 올 3분기 영업익이 10조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 왔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10조1923억원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실제 잠정 실적은 이보다 훨씬 높은 12조1000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증권 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 부문의 수익 개선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증권업계는 올 3분기 DS 부문이 5조원대 후반의 영업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한다. iM증권의 경우, DS 부문 영업익 전망치를 5조6980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직전 분기인 2분기 4000억원보다 14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더 긍정적으로 보는 증권사도 있다. SK증권은 올 3분기 DS 부문 영업익 전망치가 7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 봤다. DS 부문이 7조원대 분기 영업익을 벌어 들인다면 2022년 2분기 9조9800억원 이후 12개 분기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게 된다.
시장이 삼성 반도체의 실적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전 세계에 불고 있는 메모리 업황 호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호황기에 진입했다는 신호는 메모리 가격 추이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범용 D램 ‘DDR4’ 8Gb와 ‘DDR5’ 16G의 현물 ASP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 DDR4는 올 1월 2일 평균 1.464달러에서 지난달 22일 5.868달러로, 무려 300.8% 폭등했다. 같은 기간 DDR5는 4.682달러에서 6.927달러로, 47.9%나 상승했다.
범용 D램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은 AI 서버 확산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 탓이다. 최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뿐만 아니라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기업들까지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HBM 등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HBM 생산을 대폭 늘리는 반면 기존 범용 D램의 생산은 빠르게 줄여 왔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으로 범용 D램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이상 급등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여기에 일반 서버 시장의 메모리 교체 주기가 도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17~2018년 대규모로 구축됐던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교체 수요가 늘면서 범용 D램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이러한 D램 수요 급증은 메모리 가격을 빠르게 밀어올리고 있다.
범용 D램 가격이 상승하면 이보다 더 수익성이 높은 HBM, 그래픽용 D램 ‘GDDR7’, 저전력 D램 ‘LPDDR5X’ 등 고부가 메모리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고객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복합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문이 삼성 반도체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있다.
앞서 올 3월 이 회장은 삼성그룹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순차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메시지를 내고,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경영진들을 질책했다.
특히 이 회장은 삼성전자 DS 부문의 각 사업부를 강하게 꾸짖은 바 있다. 그는 “메모리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AI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했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사업부에 대해선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의 따끔한 목소리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DS 부문 임직원들은 HBM 경쟁력을 최우선적으로 제고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에 반도체 기술 전문가를 대거 보강하며 첨단 칩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했다. 삼성은 신규 사외이사로 반도체 전문가인 이혁재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를 선임했다. 신규 사내이사의 경우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과 송재혁 DS 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을 선임했다.
다수의 칩 베테랑들을 이사회에 합류시킨 삼성전자는 눈앞에 닥친 글로벌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 결과, HBM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한 발판을 닦는 데 성공했다.
실제 삼성은 올 하반기에 HBM4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하고, AI 메모리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도입키로 해 경쟁사를 긴장케 하고 있다. 가장 미세화된 1c 기술은 메모리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첨단 선행 기술로, HPC(고성능 컴퓨팅)와 AI 반도체의 진보에 있어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4는 고객사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대로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며 “1c 기반 HBM4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고 밝혔다. 고객사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로 추정하고 있다.
HBM뿐만 아니다.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고부가 메모리 공급 호재도 삼성을 웃음 짓게 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700조원 규모로 추진되는 오픈AI의 초거대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고성능·저전력 메모리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이렇듯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HBM, 저전력 D램 등 첨단 메모리 경쟁력까지 적극 강화하고 나서면서 경쟁사에 내준 ‘D램 1등’을 탈환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약 27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약 25조원의 매출을 거둔 SK하이닉스를 제치고 글로벌 시장 1위 자리를 1개 분기 만에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는 범용 D램, 낸드 수요 강세에 힘입어 전 세계 메모리 시장 1위를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포함한 올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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