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견제’ 사외이사, 사장이 뽑나”…현대차 ‘사추위’ 사내이사가 ‘점령’

시간 입력 2025-09-18 17:50:00 시간 수정 2025-09-19 09: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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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사내이사 참여율 100%
삼성그룹, 절반 이상이 사외이사 체제
LG그룹, 기타 비상무이사 중심
학계 “경영견제 대상이 견제자 고르는 격”
본지·CEO스코어, 4대 그룹 계열사 사추위 전수조사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 상장계열사의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구성원중  현대차의 사내이사 참여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사외이사 제도가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진의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사추위에 사내이사 구성원들이 다수를 차지할 경우 본래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CEO스코어데일리와 본지 부설 기업연구소인 CEO스코어가 국내 4대 그룹 상장계열사의 사추위(인사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포함)를 분석한 결과, 현대차그룹내 11개 상장사 모두에서 사내이사가 사추위 위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중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제철·현대건설·현대로템·현대위아 등 7곳은 대표이사가 사추위 위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 추천 권한을 사실상 최고경영자인 대표이사가 맡게 되는 것이어서, 사외이사 제도 본래 취지에도 어긋나 보인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위원회에 사내이사가 1명 참여한 것은 다양성·중장기 전략 수립 등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전문분야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 계열사 모두가 사내이사를 사추위에 참여시킨 것과 달리, 삼성은 사추위 구성원 대부분을 외부 출신 사외이사로 구성해 대조를 보였다.

삼성그룹 내 사추위가 있는 14개 계열사 중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성E&A·삼성SDI·삼성SDS·삼성전기·에스원 등 총 8개(57%) 기업의 사추위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반면 사내이사가 사추위 멤버로 참여한 기업은 호텔신라·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카드·삼성화재해상보험 등 6개(43%)에 불과했다. 이중 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카드·삼성화재해상보험 등 총 4곳의 금융계열사는 대표이사가 사추위 멤버에 참여했다.

또한 SK그룹은 사추위가 설치된 15개 상장사 중 9곳(60%)에 사내이사나 기타비상무이사가 참여했다. 특히 SK그룹의 지주사인 SK에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사추위 구성원으로 역할을 했다. 또한 SKC·SK네트웍스·SK바이오팜·SK스퀘어·SK아이이테크놀로지·SK오션플랜트·SK텔레콤·SK하이닉스는 기타비상무이사가 포함됐다.

다만 SK가스·SK디스커버리·SK디앤디·SK바이오사이언스·SK이노베이션·SK케미칼 6곳은 전원 사외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SK그룹 관계자는 “SK그룹은 각 계열사의 이사회 중심 독립 경영 성향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각 이사회에서 판단을 해 적합한 인사를 사추위로 구성한 것이다”면서 “그룹 차원에서 별도로 정해진 가이던스는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지주사인 SK의 경우 인사위원회여서 사외이사 추천 외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최태원 회장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LG그룹 또한 사추위가 있는 10개 상장사 전부(100%)에서 사내이사 또는 기타비상무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지주사 LG는 권봉석 대표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또한 LG디스플레이·LG생활건강·LG씨엔에스·LG에너지솔루션·LG유플러스·LG이노텍·LG전자·LG헬로비전·LG화학 등 총 9개사는 기타비상무이사가 사추위 멤버에 포함됐다. 기타비상무이사는 비상근이지만 계열사 출신 인사가 많다.

LG그룹 관계자는 “기타비상무이사는 그룹 전반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사업 전략의 방향성 및 그룹에 필요한 인재상을 반영하는 사외이사를 뽑기 위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4대 그룹 계열사 중 많은 기업이 해당 기업 대표이사를 비롯한 사내이사를 사추위에 참여 시키면서, 사외이사 제도의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추위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검증하는 핵심 기구다. 사외이사는 본래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적 장치인데, 경영진이 대부분인 사내이사가 다수 배치될 경우, 견제기능이 무력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같은 이유 때문에 현행 상법 제542조 8에 따르면 사추위 위원 중 사외이사가 과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반수 요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따라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명칭은 ‘독립이사’로 변경됐다”며 “사추위에 사내이사가 있을 경우 독립성이 보장될 수 없다. 기타비상무이사 또한 계열사의 전현직 임원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특히 대표이사인 사내이사가 사추위 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 사실상 대표이사가 원하는 인물을 사외이사 후보로 세울 수 있어 제도의 취지가 크게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표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기준원(KCGS) 역시 “사추위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안에 찬성한다”는 의결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소연 기자 / soyeon060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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