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민 당국 “더 많은 외국기업 공장 현장 단속할 것” 압박
반도체공장 구축 중인 K-반도체, 현지 사업 차질 우려
삼성·SK 소속 직원 뿐 아니라 협력업체 비자 문제 심각

미국 정부가 조지아주에 들어서는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을 급습해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한 총 475명이 체포·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그 후폭풍이 여타 기업으로 확산될 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행히 한국 정부와 현대차, LG엔솔이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인 근로자 조기 석방이 이뤄질 전망이지만, 현재 미국에 공장을 건설 중인 다른 국내 기업으로 불똥이 확산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현재 수십~수백조원을 투자해 미 현지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거나 착공 예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근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로 그동안 관행적으로 묵인되던 출장 및 근무 형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사실상 한국 근로자 및 협력사를 통한 인력고용에 비상벨이 켜진 것이다. 결국 이에 따른 미 현지 건설 작업 지연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 해 보인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 이민 당국에 구금된 국내 인력들은 관련 행정 절차를 마치고, 오는 10일 전후로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태 발생 이후, 우리 정부와 현대차, LG엔솔의 발빠른 대응이 빛을 발한 결과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앞서 지난 7일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정부 부처와 경제단체, 기업이 한마음으로 신속히 대응한 결과,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며 “다만 행정 절차가 남아있고, 이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을 모시러 출발한다”고 밝혔다.
석방된 한국 근로자들이 탑승할 전세기는 LG엔솔이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LG엔솔 합작 공장 건설 근로자에 대한 구금 사태는 이렇게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 이민 당국이 여전히 외국 기업의 공장 건설 현장을 적극 단속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현재 대미 투자를 단행한 국내 기업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 이민 당국이 공개한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불법 체류·고용 단속 현장. <사진=연합뉴스>
실제, 톰 호먼 미 국경 안보총괄책임자(국경 차르)는 7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의 현대차·LG엔솔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 및 체포와 같은 단속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먼 국경 차르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475명이 체포된 상황에서 앞으로 유사한 대규모 단속이 더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짧게 말해서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정상적인 비자를 갖추지 않은 불법적 입국과, 불법 체류 외국인 고용은 범죄에 해당한다”며 “우리는 훨씬 더 많은 현장 단속을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 이민 당국자에서 향후 더 강도높은 단속이 예고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향후 제2, 제3의 현대차, LG엔솔 사태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미국 현지에서도 큰 논란거리가 되면서 현지 공장건설을 진행중인 한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수십~수백조원을 쏟아 부어 미국 현지에 대규모 반도체공장을 건립 중이거나 지을 예정인 K-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에 거액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 설비를 구축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미 텍사스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공장의 외관은 이미 대부분 완성됐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이에 맞춰 내부 설비 반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말 가동 목표인 이 공장에서는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이 생산될 예정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370억달러를 투자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키로 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고문 인스타그램 캡처>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월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차세대 HBM 등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 AI(인공지능) 반도체용 AVP(어드밴스드패키징)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최초다. SK는 인허가 등 공장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K가 이처럼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반도체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미 정부가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불법 체류·고용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현지 공장 건설을 비롯한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K-반도체는 미국에 체류 중인 국내 인력의 비자 등이 업무에 적법한지 대대적인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은 미국 출장 시 유의할 점에 대해 내부적으로 공지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월 삼성전자는 “ESTA(무비자 전자 여행 허가)를 활용한 출장 중 취지에 맞지 않는 일정 운영으로 입국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ESTA를 활용한 미국 출장 시 최대 체류 일수는 2주 이내로 하고, 2주 초과 시 담당자에게 문의해 달라”고 안내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 현지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한 경험이 있다. 삼성은 앞서 지난 1997년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공장을 설립해 30년 가까이 운영해 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오스틴공장을 운영하며 확보한 노하우가 상당량 축적된 만큼 비자 관련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낮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 반도체 공장 건립을 위한 첫 삽을 아직 뜨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아직 공장 착공 전이어서 당장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미 이민 당국 단속이 큰 사안인 만큼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이민 당국이 공개한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불법 체류·고용 단속 현장. <사진=연합뉴스>
다만 삼성·SK 모두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 소속 직원이 아닌 협력 업체 소속 직원의 경우 비자 문제로 골치를 앓을 수도 있다.
실제 이번 현대차·LG엔솔 사태에서 미 정부에 의해 구금된 LG엔솔 소속 직원은 46명이었다. 나머지 250여 명은 LG엔솔 및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 관련 협력 업체 소속 직원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삼성·SK 소속 직원 뿐만 아니라 협력 업체 소속 직원들에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 반도체공장 구축을 위해 필요한 인력을 적기에 수급하는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 협력사들까지 모든 국내 기업이 미국 비자 문제에 저촉되지 않을 수 있는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인력이 미 현지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려면 미국 정부로부터 전문직 취업 비자(H-1B)나 주재원 비자(L1·E2)를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비자 발급에만 수개월이 소요되고, 실제 비자를 받는 인원도 제한적인 실정이다. 이에 많은 기업들은 회의 참석이나 계약 목적인 단기 상용 비자(B1)나 ESTA를 통해 미국 출장 업무를 수행하는 실정이다.
해당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배터리 등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업계는 주재원으로는 현지 사업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내 숙련 인력들이 수시로 미국을 오갈 수밖에 없는데 현 비자 체계로는 B1이나 ESTA가 최선”고 토로했다. 국내 산업계에선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미국 특별 취업 비자를 신설해야 할 필요성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현재 최대 1만5000개의 E4 발급을 골자로 한 ‘한국 동반자 법안’이 민간 주도로 2013년부터 미 의회에 계류돼 있지만, 근 10년이 넘도록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한·미 간 비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 기업과 공조 하에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 인력의 비자 체계 점검·개선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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