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꿈의 성과급 1억’ 시대 열었다…“어려울 때 격려, 잘 될 때 확실한 보상”

시간 입력 2025-09-04 17:01:31 시간 수정 2025-09-04 17: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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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임금 교섭 잠정 합의안, 4일 노조 투표 통과
성과급 상한선 폐지…영업익 10%,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
새 성과급 기준 따라 직원 1인당 1억원 넘게 수령할 듯
성과주의 기반 보상 체제 구축, 최태원 철학 영향 받았나
“어려울 때 격려하고, 잘 될 때는 확실하게 보상해줘야”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8월 2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 폐막 세션에서 구성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8월 2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 폐막 세션에서 구성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SK>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간 충돌로 큰 진통을 겪었던 SK하이닉스가 마침내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성과급 상한을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임금 교섭 잠정 합의안이 노조의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으면서 수월하게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다. 성과급 이슈에 따른 노사 갈등을 말끔히 털어낸 SK하이닉스는 내부 결속을 통한 AI(인공지능) 메모리 경쟁력 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와중에 SK하이닉스 노사가 임금 교섭 타결에 성공한 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 덕분이라는 의견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어려울 때 격려하고, 잘 될 때는 확실하게 보상해줘야 한다”는 최 회장의 결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SK하이닉스는 4일 임금 교섭 잠정 합의안이 노동조합 대의원 투표를 통해 최종 타결됐다고 이날 발혔다.

임금 인상률 6%와 새로운 성과급 기준을 담고 있는 잠정 합의안은 이날 열린 노조 찬반 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표를 득했다. 찬성률은 무려 95.4%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지난 5월부터 수개월째 이어져 온 임금 교섭은 마침내 마무리됐다. 앞서 SK하이닉스 노사는 올 5월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 임금 교섭을 벌였다. 그러나 성과급 지급 상한을 두고 노사 입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합의점을 찾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교섭이 결렬되자 SK하이닉스 노조는 단체 행동에 나서며 사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노조는 지난달 6일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진행한 ‘조합원 총력 투쟁 1차 결의 대회’를 시작으로, 같은달 12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실시한 ‘2차 결의 대회’, 2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연 집회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성과급 지급 상한을 없애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는 서로의 간극을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그러다 이달 1일 노사가 성과급 상한선 폐지에 전격 합의하면서 임금 협상 마무리에 시동을 걸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실제로 이번에 타결된 합의안의 핵심은 단연 성과급 기준 폐지다. 그간 노조는 성과급 상한선을 없애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PS(초과이익분배금)’는 ‘PI(생산성격려금)’와 함께 SK하이닉스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연간 실적에 따라 매년 1회 연봉의 최대 50%(기본급의 1000%)까지 지급한다.

만약 SK하이닉스 직원의 월 기본급이 3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기존의 PS 기준으로 기본급의 1000%인 3000만원이 성과급으로 제공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노사 합의로 기존의 상한선은 없어졌다. SK는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되, 개인별 성과급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년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매년 10%씩 지급키로 했다.

새 기준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직원들은 1인당 1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게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익이 약 37조원을 웃돌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영업익의 10%인 약 3조7000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 기준 본사 직원 수는 3만3625명이다. 약 3조7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약 3만4000명의 직원들에게 나눠줄 경우, 1인당 약 1억9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다는 얘기다.

또 SK하이닉스 노사는 이번 성과급 배분 규정을 10년 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매년 반복되는 논란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장기적으로 회사와 구성원 간 신뢰를 확보해 구성원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성과와 개인의 보상 간의 연계 기준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정립했다”며 “시스템 경영을 통한 보상의 내적 동기 부여를 극대화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성과급의 일부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해 장기적 성장 관점에서 회사의 재무 건전성과 보상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윈-윈’ 효과를 얻게 됐다”며 “이는 노사가 장기적 성장 관점에서 접근한 사례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성과 규모 확대’라는 동기 부여 효과와 함께 고성과자에 대한 보상 확대 등 성과주의에 기반한 보상 체제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오늘부터 야근이다. 개발 일정 하루라도 앞당긴다”, “일하러 가자. 삼성이 따라 온다더라” 등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남긴 유쾌한 게시글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일부는 우리 사회의 의대 선호 현상을 전환시키고, 국내외 이공계 우수 인재를 확보·유지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이렇듯 SK의 성과에 대한 보상 철학은 성과급 수준 자체에 집중하거나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과 함께 기준을 합의해 실적을 키우고 공유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준을 정립할 때 구성원의 직접적인 참여와 제안, 토론으로 합의를 이뤄낸다는 점에서 ‘SK의 기업 문화’가 지닌 근원적이고 차별적인 경쟁력을 잘 살펴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월 2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 폐막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월 2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 폐막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

한편 이번 노사 합의 타결에 최 회장의 결단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간 최 회장이 구성원에게 ‘따뜻한 격려’와 ‘확실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최고의 보상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몇 년 전만 해도 SK하이닉스는 성과급 제도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2021년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주장이 일었기 때문이다.

당시 SK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방식에 따라 성과급으로 ‘연봉의 20%’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원들은 영업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줘야 한다고 맞섰다. 이들은 최 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에 직접 문제 제기를 하며 성과급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 30억원을 모두 반납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최 회장의 이같은 진정성은 성과급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시발점이 됐다. 이후 SK하이닉스 노사는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성과급 산정 기준을 EVA에서 영업익으로 바꾸게 됐다.

최 회장은 어려울 때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극심한 반도체 업황 불황으로 8조원에 가까운 영업 적자를 냈다. 그러나 같은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자 SK는 직원들에게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했다. SK하이닉스는 당시 사내 공지에서 “다운턴(하강 국면) 극복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구성원을 먼저 생각하는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은 SK하이닉스를 ‘AI 메모리 최강자’로 도약시키는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주의에 기반한 보상 체제가 구축되면서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은 ‘더 높은 실적을 견인해 회사를 성장시키자’며 자발적으로 동기 부여를 하고 있다”며 “쉬지 말고 일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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