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 또 한번 잠재웠다…엔비디아 훈풍에 삼성·SK ‘방긋’

시간 입력 2025-08-28 17:33:15 시간 수정 2025-08-28 17: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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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엔비디아 매출 467억4300만달러…1년 새 56%↑
차세대 AI 반도체 루빈, 내년 출시…K-반도체 특수 주목
관건은 HBM4…‘HBM 투톱’ SK·삼성, 실적 개선 기대감

미국 엔비디아 보이저사옥. <사진=엔비디아>
미국 엔비디아 보이저사옥. <사진=엔비디아>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470억달러에 육박하는 분기 매출을 거뒀다. 최근 ‘AI 거품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엔비디아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면서 AI 반도체 공룡의 독주 체제는 더욱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 ‘블랙웰’이 주요 빅테크를 중심으로 높은 판매고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AI 칩 ‘루빈’의 내년 출시가 확실시되면서 엔비디아에 AI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는 K-반도체도 동반 상승이 예고된다. 첨단 AI 반도체 구동에 필수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다.

엔비디아는 27일(현지시간) GAAP 기준 2026 회계연도 2분기(올해 5~7월) 매출액이 467억4300만달러(약 64조8747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300억4000만달러 대비 56%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수치는 시장의 전망을 소폭 웃도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전망한 엔비디아의 매출액 전망치는 460억6000만달러였다. 그러나 실제는 이보다 더 높은 470억달러에 근접했다.

영업이익은 더 개선됐다. 2026 회계연도 2분기 영업익은 284억4000만달러(약 39조4776억원)로, 전년 동기 186억4200만달러 대비 53% 늘었다. 같은 기간 주당 순이익도 0.67달러에서 1.05달러로, 61%나 증가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AI 칩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부문의 2026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411억달러(약 57조427억원)였다.

이와 관련해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 중 338억달러는 GPU(그래픽처리장치) 판매에서 발생했다”며 “나머지 73억달러는 복잡한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네트워킹 부품 판매로 거둬들였고, 이는 1년 전의 약 두배 수준이다”고 말했다.

또 PC용 그래픽 카드를 포함하는 게임 부문 매출은 1년 새 49% 늘어난 43억달러(약 5조9663억원)로 조사됐고, 같은 기간 로보틱스 부문은 69% 늘어난 5억8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뉴스>

과거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다소 쪼그라들긴 했으나 엔비디아의 실적이 여전히 50% 넘게 고속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속도를 올리면서 첨단 GPU 수요 역시 덩달아 고점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에서 대형 클라우드 제공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이들 기업은 최신 AI 칩인 블랙웰을 사들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결과 2026 회계연도 2분기 엔비디아의 블랙웰 판매는 1분기 대비 17%나 확대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블랙웰은 전 세계가 기다려 온 AI 플랫폼으로, 이전과는 다른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며 “특히 최신 제품인 블랙웰 울트라의 생산이 최고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이 수요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어 “AI 경쟁은 시작됐고, 블랙웰은 그 중심에 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 분기 매출이 470억달러에 근접했다는 소식에 일각에서 제기해 온 AI 거품론은 동력을 잃는 모습이다.

AI 거품론은 주요 빅테크의 과잉 투자 논란에서 비롯됐다. 빅테크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AI 관련 사업에 쏟아 부었으나 수익은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힌 AI가 실상은 수익성을 제고해주지 못한다는 ‘무용론’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기관 e마케터의 제이콥 본 애널리스트는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들이 AI 응용 프로그램의 단기 수익성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투자 속도를 점차 늦출 것이라는 신호가 보인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470억달러에 달하는 분기 매출을 거뜬히 거두면서 AI 거품론은 빠르게 사그라들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월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찾아 SK HBM4·HBM3E에 남긴 메시지와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월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찾아 SK HBM4·HBM3E에 남긴 메시지와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기세를 몰아 엔비디아는 내년에 차세대 AI 반도체를 차질 없이 출시한다고 밝혔다. 크레스 CFO는 “차세대 AI 칩 루빈을 내년에 출시하겠다”며 “이를 통해 연간 제품 출시 주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루빈은 올 3월 엔비디아가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서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이라고 공개한 차세대 AI 반도체다.

황 CEO는 “루빈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대거 담길 것이다”며 “앞으로 1년 동안 루빈이 가져올 수많은 혁신을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올 10월 예정된 GTC에서 자세히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출시가 머지않았다는 소식에 K-반도체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AI 핵심 메모리인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와 삼성이 수혜주로 주목 받고 있기 때문이다.

K-반도체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2.5%로, 이미 절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42.4%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HBM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K-반도체 중에서도 SK가 더 큰 이점을 누릴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오랜 기간 HBM 제품을 독점 공급하며, 사실상 유일무이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SK는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조건에 최적화된 HBM을 공급할 수 있는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SK에 엄청난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루빈은 엔비디아 AI 칩 중 처음으로 6세대 HBM ‘HBM4’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HBM4 시대가 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루빈 맞춤형 HBM4를 양산한다면, SK의 전 세계 HBM 시장 내 위상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HBM4 경쟁에서 SK가 가장 앞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HBM4 12단 제품 본격 양산하겠다는 목표 아래, 올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을 공급 완료한 상태다.

SK HBM4에 대한 평가도 우수하다. 황 CEO는 올 5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방문해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4를 납품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엔비디아에 HBM4를 공급하려는 삼성의 기세도 심상찮다. 삼성전자는 SK와 마찬가지로 올 하반기에 HBM4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하고, AI 메모리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도입키로 했다. 가장 미세화된 1c 기술은 메모리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첨단 선행 기술로, HPC(고성능 컴퓨팅)와 AI 반도체의 진보에 있어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삼성 역시 HBM4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4는 고객사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대로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며 “1c 기반 HBM4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고 밝혔다. 고객사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엔비디아로 추정한다,

이렇듯 SK·삼성 모두 HBM4를 앞세워 엔비디아 공략에 나서면서 향후 루빈에 K-반도체의 HBM 제품이 탑재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관측이 현실화한다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실적은 또한번 폭발적으로 개선될 공산이 크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최근 엔비디아에 SK·삼성의 HBM이 납품될 수 있을지 여부를 판가름할 자리가 만들어져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현지시간으로 25일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리고 황 CEO, 세 사람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쟁사이면서도 협력사 관계에 있는 이들 기업 수장들이 함께 담소를 나눴다는 소식에 업계는 큰 관심을 나타냈다.

업계 안팎에선 이 회장과 최 회장이 황 CEO와 함께 AI·반도체 협력 방안은 물론 차세대 HBM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엔비디아 슈퍼 컴퓨터에 최적화된 첨단 반도체 칩을 SK와 삼성이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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