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삼성·LG 노심초사…‘철강 관세’에 K-가전 된서리 맞나

시간 입력 2025-08-19 17:59:15 시간 수정 2025-08-19 17: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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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 파생 상품 407종 추가 발표
냉장고·에어컨 부품 등 가전 제품 다수 포함…K-가전 비상
미국의 對한국 냉장고 수입 비중, 전체의 23.1% 달해
삼성·LG, 가전 수출길 적신호…관세 위기 대책 마련 분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매기며 미국에 유리한 통상 환경을 구축하고 있어서다. 비록 지난달 말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상호 관세율을 15%로 낮추긴 했으나 폼목별 관세 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해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미 정부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하는 50% 품목 관세 적용 대상을 407종의 파생 상품으로 확대키로 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또한번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냉장고 등 가전도 철강 관세의 대상이 된 것으로 파악돼 삼성전자, LG전자 등 K-가전의 수출길에 비상등이 켜졌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연방 관보 공지를 통해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적용 대상이 되는 철강·알루미늄 파생 상품 407종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번에 추가된 파생 상품은 기계류 및 부품, 자동차 부품, 전자 기기 및 부품 등이다. 이 중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 제품과 관련 부품도 철강 관세의 대상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철강·알루미늄 함량이 낮은 화장품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화장품 용기에 들어간 알루미늄 등도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셈이다.

미 상무부의 관세 대상 품목 추가 확대로 철강 관세의 타격을 받는 제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특히 가전 제품과 관련 부품도 철강 품목별 관세를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삼성·LG 등 K-가전의 근심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K-가전의 주요 수출국 중 하나다. 특히 삼성과 LG의 냉장고는 미국 시장에 상당량 수출되고 있다.

한국무엽협회(무협)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냉장·냉동고 수입 규모는 69억3610만달러(약 9조6440억원)였다. 이 중 대(對)한국 수입 규모는 16억370만달러(약 2조2301억원)로, 전체의 23.1%에 달했다. 사실상 미국에 수입된 냉장·냉동고 4대 중 1대는 한국 제품인 것이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사진=삼성전자>

이런 와중에 냉장고에도 철강 관세가 매겨지게 되면서 삼성전자·LG전자 제품의 수출길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 기업들이 제조한 냉장고가 미국에 수출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품목 관세 50%를 적용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K-냉장고 가격을 매우 비싸게 만들 공산이 크다.

물론 철강 관세는 해당 제품의 철강·알루미늄 함량 분에 대해서만 적용한다. 해당 함량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별 상호 관세를 매긴다.

통상적으로 가전 제품에 들어가는 철강 비중은 전체 원가 중 10~20% 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토대로 단순 계산 시, 300만원짜리 냉장고에 들어간 철강 비중은 최대 60만원 정도다. 해당 냉장고가 미국에 수출되면 60만원에 대해 50%의 철강 관세가 부과되고, 나머지 240만원에 대해선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 15%가 매겨진다.

즉 한국에서 생산된 300만원짜리 냉장고에는 철강 관세 30만원과 상호 관세 36만원이 붙어, 미국 시장에서 총 366만원에 판매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관세 부과 이전 대비 22%나 비싸지는 셈이다.

이마저도 한국산 제품에만 해당한다. 삼성과 LG의 해외 생산 기지에서 만들어진 가전은 더욱 비싸질 수도 있다. 상호 관세가 국가별로 제각기 다른 탓이다.

국내 가전 업체들은 미국에 수출하는 가전 대부분을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 사우스캐롤라이나공장에서 만드는 세탁기를 제외하고, 미 수출용 가전 제품을 한국, 멕시코 등에서 양산한다. LG전자 역시 미국 내에선 세탁기·건조기만 제조하고, 한국, 멕시코, 베트남, 인도 등을 가전 주력 생산 기지로 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베트남 20%, 멕시코 25%, 인도 50% 등 해외 생산 거점의 상호 관세가 한국보다 높다는 것이다. 결국 이곳에서 생산된 냉장고 등 가전 제품이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한국산 제품보다 더 비싸게 책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멕시코에서 제조된 가전은 관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현재 무관세이기 때문이다.

LG전자 미국 테네시주 가전공장. <사진=LG전자>

당장 상호 관세에 이어 철강 관세까지 이중고에 맞닥뜨린 K-가전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먼저 LG전자 관계자는 지난달 열린 올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관세 정책이 하반기 생활가전 사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철강 관세 50%와 상호 관세 15% 등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시장 가격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관세 영향이 커질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생산지 최적화, 원가 절감 활동 등 즉각적인 대응을 통해 당면한 관세 리스크를 극복하겠다”고 덧붙였다.

LG는 구체적인 대책도 제시했다. 현재 가동 중인 미국 및 멕시코 가전공장에서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세탁기의 경우 올 9월부터 멕시코 멕시칼리에 생산라인을 추가 운영해 관세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북미 수출용 생산 거점의 공급 체계를 유지하되 경쟁력을 감안해 미국 권역별로 제품 공급지를 운영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LG전자가 미국 공장 증설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상황에 따라 생산지 다변화 및 생산 물량 확대 차원에서 미 현지 공장 증설 실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4월 서울대에서 취재진들을 만나 “미국 생산 기지 건설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생산지 변경이나 가격 인상 등 순차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한숨 돌렸다면서도, 철강 관세 등 품목별 관세의 영향을 심도 있게 파악해 가전 사업 위기를 기민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박순철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지난달 열린 올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감소했다고 생각한다”며 “세부 사항에 대한 양국 추가 논의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맞춰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에 따른 철강 관세 리스크를 다각도로 분석해 비즈니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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