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AI·디지털 전환’ 역량 강화…“글로벌 경쟁 가능한 ‘소버린 AI’ 만들 것”

시간 입력 2025-08-18 17:30:40 시간 수정 2025-08-18 18: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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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서 ‘이천포럼 2025’ 개최
최태원·최재원·최창원 비롯 주요 계열사 CEO 총출동
AI 생태계 활성화·디지털 전환 산업 혁신 방안 논의
AI 기반 일하는 방식도 혁신…SKMS 내재화도 속도

SK그룹이 글로벌 불확실성 시대, 위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그룹 내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SK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문에 그룹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 리밸런싱에 더욱 속도를 올리고 있는 SK는 그룹의 대표 변화 추진 플랫폼 ‘이천포럼’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AI 기반 전략적 사업 전개,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 혁신 등 실질적인 대책과 함께 고유 경영 체계인 SKMS(SK경영관리시스템) 정신 내재화 계획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소버린(주권형) AI’을 만들어 글로벌 AI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AI 밸류체인(가치 사슬) 리더십’을 공고히 한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SK그룹은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이천포럼 2025’를 개최했다.

이천포럼은 매년 6월 열리는 경영전략회의, 10월 CEO 세미나와 함께 SK그룹 내 3대 전략 회의로 꼽히는 비중 있는 행사다.

2017년 최 회장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비하고 혜안을 마련할 수 있는 변화 추진 플랫폼의 필요성을 제안하며 시작된 이천포럼은 세계적인 석학과 사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글로벌 경제와 혁신 기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토론의 장이다. 행복 경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글로벌 산업 트렌드와 미래 사업 방향을 조망하는 역할을 도맡고 있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이천포럼에는 최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이석희 SK온 사장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과 학계 및 업계 전문가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또 AI 분야 각계 리더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최종현학술원, 한국고등교육재단 관계자들도 자리했다. SK텔레콤 주도로 결성한 국내 유망 AI 스타트업 연합인 ‘K-AI 얼라이언스(K-AI Alliance)’ 소속 기업 대표들도 다수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맨 왼쪽)이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에서 개회사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맨 왼쪽)이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에서 개회사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SK>

이번 포럼의 핵심 의제는 ‘AI와 디지털 전환’이다. SK는 올해 이천포럼에서 △대한민국 AI 산업 생태계 활성화 전략과 SK의 역할 △AI·디지털 전환 기반 산업 현장 혁신 △AI 기반 일하는 방식 변화 추진 등을 중심으로 심도 깊은 논의를 펼치기로 했다.

이와 함께 SK그룹 고유 경영 철학인 SKMS의 실천력 제고를 위한 구성원 간 토의 세션도 연다. 급변하는 국제 질서 및 AI 대전환 등 한치 앞을 전망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SKMS 정신을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포럼 오프닝은 SK하이닉스를 이끄는 곽노정 사장이 맡았다. 곽 사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최근 변화의 중심에는 AI가 불러온 혁신이 있다”며 “AI가 불러온 변화는 점진적 혁신을 넘어 기존 산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파괴적 혁신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의 바람으로 마침내 도래한 AI 시대에 주목받는 기업이 바로 SK하이닉스다”며 “한때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SK하이닉스는 SK그룹을 만나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최 회장의 미래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안목이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대표되는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곽 사장은 “문 닫기 직전까지 갔던 회사가 SK를 만나면서 세계 최초 HBM 개발, 글로벌 D램 시장 1위, 시가 총액 200조원 달성 등 눈부신 도약을 이뤄냈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2012년 최 회장은 SK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반도체를 낙점하고, 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했다. 반도체는 고(故) 최종현 회장이 선경반도체를 설립하며 진출했던 사업 분야다. 그러나 당시 제2차 오일 쇼크가 닥치며 SK는 반도체 사업을 접어야 했다.

전례를 교훈 삼아 최 회장은 2010년 전문가를 초청해 서울 모처에서 반도체 공부 모임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반도체 시장의 미래와 SK하이닉스 인수의 실익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연간 2000억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최 회장은 주변의 반대에도 약 3조5000억원을 들여 SK하이닉스를 전격 인수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SK>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SK>

인수된 지 13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최 회장의 뚝심은 적확하게 들어맞았다. SK하이닉스는 끊임없는 노력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톱 AI 메모리 기업으로 거듭났다. 특히 AI 열풍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SK하이닉스의 HBM 역량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강화될 수 있었던 것은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의 안정적인 투자에 힘입어 HBM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다.

이같은 공격적인 투자 기조는 성공적인 경영 실적으로 이어졌다. SK그룹에 인수되기 전만 해도 만년 적자 기업으로 낙인 찍혔던 SK하이닉스는 그룹에 편입된 이후인 2012년 4분기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 간 매출액이 150% 가까이 고속 성장하는 ‘퀀텀점프(비약적 실적 개선)’ 기업에 등극했다.

곽 사장은 “미래 기술과 시장 변화를 내다보며 장기적 관점의 혁신에 집중하는 최 회장의 선구안과 리더십이 없었다면 HBM 신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고 전했다.

SK그룹의 특유의 ‘수펙스(SUPEX·Super Excellent Level)’ 추구 정신을 더욱 함양해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곽 사장은 “수펙스는 인간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지향한다는 그 자체의 뜻을 넘어 끊임없는 혁신과 개선을 지속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수펙스 추구 정신이 오늘날의 SK를 만들고, 앞으로의 SK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곽 사장은 “AI 시대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며, 엄청난 크기의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다”면서도 “그러나 문 닫을 위기를 겪어내면서도 HBM을 만든 SK하이닉스는 결국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눈앞에 닥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곽 사장의 개회사에 이어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재편, 한국 기업의 해법 모색’이라는 주제로 첫 세션이 열렸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징 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소장이 온라인으로 참석해 기조 연설을 맡았다.

윤치원 SK주식회사 사외이사, 김현욱 세종연구소장,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부서장도 패널로 나서 한국의 통상 외교 정책 방향 및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한국 AI 산업 생태계 구축과 SK의 전략적 역할’이라는 주세 세션에서는 AI 전문 컨설팅사인 딕비컨설팅의 윌리엄 퐁 최고전략책임자와 실리콘밸리 기반 협업툴 스타트업 스윗의 이주환 대표가 한국 기업의 AI 자립 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또 모하마드 알리 IBM 부회장은 IBM 사례를 기반으로 ‘AI·디지털 전환을 활용한 산업 제조 현장의 생산성 재도약’을 주제로 발표했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 AX 등 주요 계열사들도 자사 제조 현장에서의 AI 적용 방안 등을 공유했다.

SK의 ‘주니어 경영 그룹’에서 활동 중인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AI 기반의 일하는 방식 혁신 성과와 과제’ 발표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회사의 AI·디지털 전환 추진 성과 및 조직 문화, 제도 등 인프라 개선 방향 등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는 의견을 개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포럼 현장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소버린 AI 개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소버린 AI는 자국만의 데이터·인프라를 활용해 독립적으로 AI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들어 AI 주권 확보와 안보를 위해 소버린 AI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최 회장은 “소버린 AI에 대한 여러 선택의 갈림길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차피 ‘글로벌 전쟁’이라는 점이다”며 “국내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소버린 AI도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SK AI 비전’ 실현에 박차를 가해 온 최 회장이 이날 소버린 AI 개발을 시사하면서 SK그룹은 AI 밸류체인 리더십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

최 회장은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소버린 AI를 우리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천포럼 둘째 날인 19일에는 각 멤버사별 워크숍을 통해 ‘운영 개선(Operation Improvement)’과 ‘지속가능한 행복’ 등 SKMS 실행력 강화 방안이 집중 논의된다.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 회장, 주요 계열사 CEO, SK 구성원들이 함께 포럼 성과를 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된다. 이후 최 회장의 클로징 스피치를 끝으로 사흘 간의 이천포럼은 마무리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이천포럼이 AI 대전환에 따른 경영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AI 생태계 확장에 따른 변화 실천 모습을 점검하고 각 계열사의 실행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핵심이다”며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논의를 바탕으로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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