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 칩, 中 수출길 열린다…삼성도 엔비디아에 HBM 공급하나

시간 입력 2025-08-12 17:31:38 시간 수정 2025-08-12 17: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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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엔비디아 블랙웰 AI 칩 대중 수출 허용 고려
중국 수출 본격화 땐 AI 반도체 수요 폭발적 확대 전망
‘AI 메모리’ HBM 출하량도 증가할 듯…SK, 최대 수혜
삼성 HBM3E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여부에 귀추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AI(인공지능)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가 중국에 AI 칩을 수출할 수 있게 될 것이란 낭보에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 ‘블랙웰’의 대(對) 중국 수출 허용을 시사한 것이다.

해당 소식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큰손’ 중국으로 인해 AI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이에 AI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출하량도 덩달아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전 세계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아직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삼성 ‘HBM3E’가 엔비디아 공급망에 합류할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로이터 통신.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에 블랙웰 기반 AI 가속기의 대중 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웰은 엔비디아의 첨단 GPU(그래픽처리장치)로, 3년여 전 출시된 호퍼 아키텍처의 후속 기술이다. 최대 10조개의 파라미터로 확장되는 모델에 대한 AI 훈련과 실시간 LLM(거대언어모델) 추론을 지원한다. 블랙웰이라는 명칭은 게임 이론과 통계학을 전공한 수학자이자 흑인 최초로 미국국립과학원에 입회한 데이비드 헤롤드 블랙웰에서 따 왔다.

다만 차세대 AI 반도체의 무조건적인 중국 반입을 우려한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을 내걸었다. 그는 “다소 성능을 낮춘 블랙웰 위주로 대중 수출 계약을 체결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며 “기존 블랙웰 AI 칩보다 30~50%까지 성능을 낮춘다면 중국 수출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엔비디아 보이저사옥. <사진=엔비디아>
미국 엔비디아 보이저사옥. <사진=엔비디아>

비록 저사양이기는 하지만 블랙웰 기반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이 가능해지면, 엔비디아 AI 칩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의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엔비디아 매출 중 대 중국 공급 비중은 12.5%에 달했다. 엔비디아 AI 반도체 8개 중 1개는 중국에서 사들인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같은 수치가 미국의 강도 높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하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에 대한 제재 이전인 2022년 1분기에는 엔비디아의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2.5%에 달했다. 이를 감안할 때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허용으로 블랙웰이 중국에 본격 수출된다면 중국 비중이 다시 30%를 웃돌 수도 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이란 분석과 함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대형 호재로 평가되고 있다. AI 핵심 메모리인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와 삼성이 큰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K-반도체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2.5%로, 이미 절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42.4%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HBM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K-반도체 중에서도 SK가 더 큰 이점을 누릴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5세대 HBM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SK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블랙웰 기반의 AI 가속기에는 HBM3E 8단과 12단 제품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성능을 낮춘 중국 수출용 블랙웰에도 최소 HBM3E 8단 혹은 그 이상의 제품이 장착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SK는 엔비디아에 세계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는 등 오랜 기간 끈끈한 밀월 관계를 맺어 온 만큼 향후 HBM 납품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HBM3E가 엔비디아에 공급되는 것 아니냐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그간 삼성은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아 왔다. 품질 테스트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신 까닭이다. 그럼에도 삼성은 HBM 경쟁력 제고에 부단히 힘썼다. 지난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선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에 HBM3E 개선 제품의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고 밝히며 희망의 불씨를 키우기도 했다. 삼성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머지않아 통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삼성전자 HBM3E는 아직 엔비디아로부터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AMD에 HBM3E 12단 개선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미 브로드컴에도 HBM3E 8단 제품을 납품했다.

이렇듯 삼성 HBM에 대한 고객사들의 선호도가 점차 늘고 있는 점은 호재라 할 수 있다. 주요 고객사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4년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삼성 HBM3E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4년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삼성 HBM3E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의 HBM 생산 물량이 완판(솔드아웃)됐다는 소식도 삼성에는 기회다. SK의 올해 HBM 물량은 이미 완판된 상태다. 내년 물량도 거의 다 매진된 것으로 전해진다.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현 상황을 인식한 SK는 HBM의 빠른 램프업(ramp-up)에 힘쓰고 있다. 램프업은 반도체 제조 장비 설치 이후 양산에 들어가기까지 생산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완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4분기 오픈이 목표다. 다만 본격적인 HBM 양산은 내년부터 가능할 전망이어서 램프업을 마무리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충분한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삼성이 HBM을 서둘러 확보해야 하는 엔비디아의 AI 칩 공급망에 조기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미국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HBM 협력을 논의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이 회장은 지난달 말 대미 관세 협상 지원을 위해 미 워싱턴 D.C. 출장길에 오른 후 글로벌 기업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현재까지도 미국에 머물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회장과 젠슨 황 간에 회동이 성사된다면 중국 수출용 블랙웰 기반 AI 반도체에 탑재될 대량의 삼성 HBM과 관련해 심도 있는 얘기가 오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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