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이번주 반도체 품목별 관세 발표할 듯
스마트폰·PC 등 파생 상품에도 관세 부과 가능성
국내 전자 업계 ‘비상’…“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
애플과 하반기 스마트폰 대전 벌이는 삼성도 ‘위기’
부품 업계도 연쇄적 피해 우려…삼성·LG ‘전전긍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가운데, 국내 전자 업계도 관세폭탄의 유탄을 맞을지 전전긍긍 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반도체 100% 관세’를 면제 받을 것이 유력하지만, 스마트폰·PC 등은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현재 진행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번주 중 반도체 품목별 관세를 발표할 전망이다.
관세 부과 대상에는 스마트폰·노트북·모니터 등 파생 상품도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는 물론 다수의 IT·전자 기기에 적지 않은 고율 관세가 매겨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미국에 반도체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 면제가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 회로와 반도체에 대해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거나 짓겠다고 한 기업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고문 인스타그램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K-반도체는 반색하고 나섰다. K-반도체가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정책에 힘입어 미 현지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미 텍사스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약 3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키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월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차세대 HBM 등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 AI용 AVP(어드밴스드패키징)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최초다. SK는 인허가 등 공장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관세 폭탄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자 업계는 상황이 다르다. 반도체가 탑재돼 있는 스마트폰·PC 등 파생 상품에도 반도체 관세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IT·전자 기기 등에 관세가 부과되면 가장 먼저 삼성전자, LG전자 등 K-전자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염려된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계의 경우 대규모 미국 투자로 인해 (반도체에 대한) 미 관세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오히려 반도체보다 스마트폰 등 IT·전자 기기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이슈가 더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과 PC 등에 관세가 부과되면 (우리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열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7·플립7을 체험하고 있는 외국인들. <사진=삼성전자>
특히 삼성전자가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는 당장 다음달 ‘갤럭시 AI’를 탑재한 스마트폰 신제품을 앞세워 애플과의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IT 매체 샘모바일, GSM아레나 등에 따르면 삼성은 ‘갤럭시S25’ 시리즈의 FE(팬에디션)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출시할 예정이다. 정확한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다음달 출시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갤S25 FE가 조기 출시된다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영향력을 키우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당 제품은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FE는 갤럭시S 시리즈의 보급형 모델이다. 플래그십 모델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성능을 갖추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이에 갤S 시리즈의 준프리미엄급 모델로 큰 인기를 끌어 왔다.
여기에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Z 폴드7·플립7’도 삼성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가세할 예정이다. 갤Z 폴드7·플립7는 삼성전자가 또한번 폴더블폰 혁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다.
그러나 반도체 관세가 매겨지면 삼성 갤럭시의 가격 경쟁력은 즉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애플은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와 함께 애플의 대(對)미국 1000억달러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애플 제품에 관세 예외 적용을 시사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스마트폰 대전에서 힘 한번 못 써보고 애플에 패하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나오는 이유다.

3월 3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5’에 마련된 삼성디스플레이 전시 부스 내 ‘OLED 심리스 컬러 스튜디오 존’.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비단 전자 업계만이 아니다. 부품 업계도 연쇄적인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7일 “(반도체 품목별 관세에 따라) 세트(완제품) 업체들의 제품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이같은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등 여러 부품 업체에 가격 하락 압박이 나타날 수 있다”며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관세로 인해 높아진 제품 가격으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도 있다. 국내 부품 업계는 이미 미국 정부의 국가별 상호 관세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삼성전기는 앞서 미국 정부가 멕시코에 30%의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현지 공장 건설 계획을 유보한 상황이다. 이후 멕시코는 90일의 유예 기간을 인정 받아 2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LG이노텍,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부품 업체들이 핵심 생산 거점으로 삼은 베트남에도 46%의 관세가 부과돼 비상이 걸렸다. 이후 베트남은 협상을 통해 이를 20%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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