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리밸런싱 순항…‘미래 먹거리’ SK온 살리기 방점
핵심 연구 조직 명칭 ‘배터리연구원→미래기술원’ 변경
“SK온, R&D 전략 바탕 기술 주도 기업으로 도약할 것”
셀투팩·반고체·열 폭주 방지 솔루션 등 미래 기술 개발
SK엔무트 합병 따른 액침 냉각 기술 시너지 효과 기대

SK그룹이 글로벌 불확실성 시대, 위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그룹 내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배터리 살리기’에 그룹내 모든 가용자원을 사실상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SK는 올해 11월 1일 출범을 목표로 SK온과 SK엔무브를 합병키로 한 데 이어, SK온 산하 연구소의 연구개발(R&D) 역량을 끌어 올려 미래 기술을 적극 확보키로 했다. 이는 전기차, ESS(에너지저장창지) 등이 주축이 될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를 미리 준비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
SK는 최 회장의 ‘기술 주도 성장’ 경영기조에 발맞춰, SK온·SK엔무브 통합에 따른 기술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신속히 확보해 고속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 한다는 구상이다.
SK온은 지난 1일 ‘SK온 배터리연구원’의 명칭을 ‘SK온 미래기술원’으로 변경했다고 4일 밝혔다. 새 명패를 내건 미래기술원은 SK그룹 배터리 사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핵심 조직이다.
SK온 미래기술원의 시작은 이미 지난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래기술원의 시초가 된 유공 울산 기술지원연구소는 1985년 당시 국내 최초로 에너지 축적 배터리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6년여가 지난 1991년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본격 개발하기 시작했다.
1995년 SK 대덕기술원이 출범하면서 SK의 배터리 사업은 한층 속도를 내게 됐다. 마침내 2010년 대덕기술원이 개발한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는 우리나라의 첫 양산형 순수 전기차에 탑재되며 기염을 토했다.
특히 2019년엔 니켈 함량이 90%에 달하는 NCM9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대덕기술원은 해당 배터리의 안전성 확보에 주력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니켈 비중이 약 90%까지 높아짐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안전성 저하를 막기 위해 배터리 공정에 ‘Z폴딩’ 기술을 도입해 안전성을 높인 것이다.

대전 유성구 SK온 미래기술원. <사진=SK이노베이션>
이후 2021년 10월에는 SK온이 독립 법인으로 첫발을 내딛으면서, SK그룹 배터리 사업의 R&D를 전담해 온 대덕기술원은 SK온 배터리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어 4년여가 흐른 이달 들어 SK온 미래기술원으로 한번 더 명칭을 변경했다.
SK온 배터리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두뇌 조직의 이름을 배터리연구원에서 미래기술원으로 바꿨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 배터리 R&D에 주력하는 조직에서 차세대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조직으로 거듭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최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기술 주도 성장’ 경영 기조와도 맥을 같이 한다. 최 회장은 올 초 SK그룹 구성원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다가올 미래에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으로서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본원적 경쟁력은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본질적으로 보유한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뜻한다.
최 회장은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기술 주도 성장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 성장의 결정적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중심으로 SK의 핵심 역량을 강화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는 초대 원장을 맡은 박기수 SK온 미래기술원장의 포부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박 원장은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 환경 변화도 빨라지고 있다”며 “선명한 R&D 전략을 바탕으로 SK온을 기술 주도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최 회장의 기술 주도 성장 경영에 발맞춰 미래기술원은 향후 △전고체 배터리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각형 배터리 등 케미스트리와 폼팩터를 다변화하며 전략적 과제들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한 미래 기술의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가격 경쟁력’과 ‘제품 안전성’ 확보를 위한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먼저 가격 측면에서는 셀투팩(CTP)과 건식 전극 공정 기술 상용화를 추진한다. 셀투팩은 배터리 셀을 팩에 바로 조립하는 방식으로, 모듈 단계가 생략돼 원가 절감 효과가 크다. 미래기술원은 올해 안에 LFP·미드니켈 배터리 기반의 셀투팩 기술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건식 전극 공정은 습식 전극 공정과 달리 용매 건조 과정이 불필요해 설비 투자비와 운영 비용을 모두 절감할 수 있다. 미래기술원은 올 연말까지 건식 전극 공정 파일럿 플랜트를 구축해 상품성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안전성과 관련해선 반고체 배터리와 열 폭주 방지 솔루션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등 혁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반고체 배터리는 ‘겔’ 형태의 고분자·산화물 복합계 전해질을 사용해 액체 전해질 배터리 대비 안전성을 높인 제품이다. SK온은 반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통해 내년 말까지 시제품을 생산한다는 포부다.
액침 냉각 기술을 활용해 팩 내부 온도 상승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열 폭주 방지 솔루션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미래기술원은 이미 지난해 액침 냉각 기술에 대한 선행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 올해부터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해 헤당 솔루션 개발에 적극 매진하고 있다.
특히 올 11월 SK엔무브와의 합병 법인이 공식 출범할 경우, 열 폭주 방지 솔루션 개발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열 관리 솔루션과 전기차용 윤활유 등 사업을 영위하는 SK엔무브의 액침 냉각 기술을 단숨에 적용할 수 있어 해당 솔루션 개발에 폭발적인 시너지를 누릴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사 간 합병은 재무 건전성 제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앞서 지난달 30일 SK이노베이션은 SK온, SK엔무브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공시가 시장에 전해지자마자 실적부진에 허덕여 온 SK온은 마침내 재무구조를 개선할 토대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SK온은 해외 배터리 공장 건설 투자 비용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지난해에만 1조12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SK엔무브는 2021년 이후 최근 3년 간 꾸준히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그룹 내 든든한 수익원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이번 합병에 따라 SK온은 올해 자본 1조7000억원, EBITDA(상각전영업이익) 8000억원의 즉각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양사는 합병을 통해 동일한 고객군 활용과 제품 교차 판매를 통해 수익성을 증대하고, 액침 냉각과 배터리를 묶은 패키지 사업 등 신규 사업 확대 기회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SK온은 한층 탄탄해진 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SK온은 오는 2030년 EBITDA를 10조원 이상 창출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부채비율을 100% 미만으로 낮춘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SK온과 SK엔무브, 양사 기술 및 사업 역량 결합 등 합병 시너지가 기대되는 만큼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 차원 더 높은 경쟁력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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