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HBM 쇼크’ 딛고 ‘바닥 다지기’…“HBM·파운드리, 동반상승 노린다”

시간 입력 2025-07-31 17:42:33 시간 수정 2025-07-31 17: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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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 영업익 4.7조원…최근 6개 분기 중 ‘최저’
DS 부문 영업익은 4000억원 그쳐…1조원선 붕괴
삼성, 미래 성장성 확보 위해 HBM 역량 강화 방점
HBM 사업 정상화 목표…하반기 HBM3E 비중 90%↑
차세대 HBM4 개발 가속화…“HBM4 샘플 이미 출하”
파운드리 2나노 선단 공정 경쟁력 강화…투자도 확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동반부진 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전자가 2분기에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삼성은 당면한 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반도체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걸었다. 먼저 5세대 HBM인 ‘HBM3E’를 필두로 HBM 공급망에 안정적으로 진입해 실적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최근 테슬라와 약 23조원 규모의 계약을 맺으며 부진 탈출의 토대를 마련한 삼성 파운드리도 2나노 선단 공정을 앞세워 반등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2분기 매출액이 74조57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4조683억원 대비 0.67%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직전 분기인 올 1분기 79조1405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5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도 부진했다. 올 2분기 영업익은 4조6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4439억원 대비 무려 55.23% 급감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삼성의 올 2분기 영업익이 6조원대에 머물 것으로 평가돼 왔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6조1833억원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실제 실적은 이보다 훨씬 낮은 4조원대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영업익이 쪼그라든 데엔 주력인 DS 부문의 부진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메모리 사업에서 재고 자산 평가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대거 발생했고, 비메모리 사업도 미국의 중국 제재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하면서 DS 부문의 영업익이 크게 감소했다.

삼성 반도체의 위기는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DS 부문의 올 2분기 영업익은 40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실적 반등의 신호탄를 쏘는 듯했던 DS 부문은 올 1분기에도 반도체 영업익이 1조원선을 겨우 넘긴 데 이어 2분기엔 1조원대 아래로 추락하면서 최근 6개 분기 중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도 경영 환경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 글로벌 무역환경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전 세계적인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부단히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HBM 패권 탈환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미 삼성 반도체의 비전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AMD에 HBM3E 12단 개선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미 브로드컴에도 HBM3E 8단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HBM에 대한 고객사들의 선호도가 점차 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는 HBM3E 12단 개선 제품을 앞세워 HBM 공급망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고, 향후 글로벌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 2분기 HBM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30%가량 증가했다”며 “전체 HBM 물량 중 HBM3E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까지 확대됐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올 하반기에는 HBM 사업 정상화를 목표로, 상반기보다 HBM3E 판매량을 상당 수준 증대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요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들의 투자 지속으로 AI 수요는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HBM3E의 경우 단계적으로 고객사별 양산 승인 완료와 함께 수요를 지속 확보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HBM3E 비중은 90% 후반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4년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삼성 HBM3E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다만 아직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큰 과제다.

지난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에 HBM3E 개선 제품의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삼성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머지않아 통과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HBM3E는 아직 엔비디아로부터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엔비디아에 정식 칩 공급이 시작될 경우 이르면 하반기부터 DS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제고될 수 있는 만큼, 삼성 반도체는 HBM 역량을 서둘러 강화해야 할 절체절명의 기로에 섰다.

HBM3E 뿐만 아니다. 삼성은 6세대 HBM인 HBM4 개발과 공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4는 고객사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대로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며 “1c(10나노급 6세대) 기반 HBM4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도 HBM4 수요 증가에 대비해 1c 공정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늘리는 한편, 차세대 적층 기술 하이브리드 카파 본딩에 대해서도 주요 고객사와 양산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고부가 D램의 시장 경쟁력도 강화해 나간다. 삼성은 고용량 DDR5, LPDDR5x, 24Gb GDDR7 등 AI 서버용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8세대 V낸드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서버 수요에 발맞춰 고용량·고성능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 역량도 적극 제고한다. 시스템 반도체 개발을 주도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내년 플래그십 라인업 진입을 목표로 자체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엑시노스’의 경쟁력 극대화에 집중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모바일 AP ‘엑시노스 2600’를 양산한다는 포부를 내비친 상태다. 엑시노스 2600은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S26’ 시리즈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테슬라와 약 23조원 규모 초대형 계약을 체결한 삼성 파운드리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 2나노 공정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주요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투자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선단 공정 경쟁력을 강화해 대형 고객사 수주 확대에 집중하겠다”며 “올 하반기에 2나노 1세대 공정 기반의 모바일 신제품이 양산되는 만큼 상반기 대비 매출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공장의 본격 가동에 대비해 설비 투자 또한 더욱 늘릴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고문 인스타그램 캡처>

또한 DS 부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2분기 전사 실적을 견인한 MX(모바일경험)사업부는 하반기 ‘갤럭시Z 폴드7·플립7’ 등 폴더블 신제품을 앞세워 판매량을 늘려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외에도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시청 경험이 향상된 AI TV 라인업으로 성수기 수요에 조기 대응해 매출 성장을 추진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박순철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감소했다고 생각한다”며 “세부 사항에 대한 양국 추가 논의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맞춰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음달 중순 발표가 예상되는 반도체 및 반도체 파생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며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른 반도체 관련 리스크를 다각도로 분석해 비즈니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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