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테슬라 차세대 AI칩 23조 ‘잭팟’ …이재용, ‘TSMC 따라 잡는다’ 비전 ‘시동’

시간 입력 2025-07-28 17:30:00 시간 수정 2025-07-28 16: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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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약 23조원 규모 파운드리 공급 계약 체결 공시
머스크 테슬라 CEO, 삼성과 칩 생산 계약 공식화
테슬라 차세대AI칩 수주…향후 빅테크 추가 수주 기대감↑
이재용 “파운드리 1위 TSMC 넘겠다” 비전 현실화 하나

삼성전자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로부터 약 2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급 계약을 따냈다. AI(인공지능) 메모리 칩 경쟁에서 밀리면서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위한 신호탄 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7일 사법 리스크를 말끔히 털어 낸지 열흘 만에 첫 대형 호재로, 향후 반도체 파운드리 재도약의 토대를 다지게 됐다.

그동안 대만 TSMC에 뒤처지며 삼성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가장 큰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던 파운드리가 이번 계약 수주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단숨에 제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형 기업과 22조7648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이번 계약 금액은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액 300조8709억원의 7.6%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DS 부문에서 맺은 계약 중 단일 고객 기준 최대 규모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33년 12월 31일까지로, 8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다.

다만 삼성전자는 계약 상대가 누구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계약 상대방의 영업 비밀 보호 요청에 따라 공시를 유보한다”며 “계약 상대, 주요 계약 조건 등은 유보 기한일의 다음 영업일에 공개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삼성이 공시한 유보 기한일은 계약 종료일인 2033년 12월 31일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영업일인 2034년 1월 2일에야 공개된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계약 내용을 철저히 숨겼지만,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자신의 SNS에 삼성전자와 차세대 칩 생산 계약을 공개하면서, 삼성 파운드리의 초대형 계약 당사자가 테슬라임이 드러났다. 

일론 머스트 테슬라 CEO가 자신의 X에 올린 삼성전자와 테슬라 간 차세대 칩 파운드리 공급 계약 체결 내용. <사진=일론 머스트 테슬라 CEO X 캡처>

머스크는 이날 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 “삼성전자의 대규모 텍사스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이 양산될 것이다”며 “이는 과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결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테슬라가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돕는 데 삼성도 동의했다”며 “진전 속도를 가속하기 위해 직접 삼성전자 생산라인을 둘러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의 발언을 종합하면 삼성은 2033년 말까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을 주력 양산하게 됐다. AI6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AI 반도체다.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 칩 중 가장 최첨단 제품이다.

해당 칩은 내년 가동 예정인 삼성전자 테일러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앞서 2021년 삼성은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누적으로 약 370억달러를 투자해 테일러 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연구개발(R&D) 시설도 신축키로 했다.

삼성의 혁신 기술이 총망라될 미 테일러공장은 선단 공정인 2~4nm(1nm는 10억분의 1m) 기반 파운드리 라인을 갖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테슬라 AI6 칩 역시 최첨단 공정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2023년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네번째)와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테슬라로 부터 약 23조원의 대규모 계약을 따내면서,  삼성 파운드리가 선단 공정 수율 개선에 성공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의 첨단 공정 수율이 양호한 수준으로 개선되면서 대규모 수주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낙점된 테일러공장 가동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진단했다.

그간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역량 강화에 사력을 다해 왔다. 실제로 최근 삼성 최고 경영진들은 “내실부터 다지자”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대만 TSMC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의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고객사 확보에 전념해 왔다.

특히 삼성전자는 1.4나노 등 차세대 공정 개발보다는 2나노 등 선단 공정 수율 개선에 주력하는 형태로 파운드리 전략을 수정해 왔다.

실제 삼성은 올해 ‘SAFE 포럼’에서 1.4나노 양산 목표를 당초 2027년에서 2029년으로 2년 늦추기로 했다. 대신 올해 말 양산 예정인 2나노 공정의 완성도를 높여 팹 가동률과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술 초격차 전략을 강조해온 삼성이 스스로 해당 전략을 내려놓기로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첨단 공정 경쟁에만 몰두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상용화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특히 삼성은 파운드리 경쟁자인 TSMC와의 격차가 큰폭으로 벌어지자, 초미세 공정인 1.4nm 개발에서 한발 물러서는 대신 2nm 공정에 집중해 수율을  끌어 올리고, 이를 토대로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확대 하겠다고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 파운드리가 테슬라의 AI6 칩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수주하면서 2나노 공정 수율을 70% 이상으로 개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삼성의 2나노 수율은 수익성 확보 단계인 70%에 못 미친 것으로 전해졌으나, 부단한 기술 개발 노력을 통해 이를 크게 향상 시켰고, 마침내 테슬라와의 계약도 성사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일각에선 삼성 파운드리의 첨단 공정 수율이 당초 기대치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향후 또 다른 빅테크로부터의 수주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삼성이 메모리 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1등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해 왔다.  앞서 지난 2019년 4월 이 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파운드리 첨단 공정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특히 이 회장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 및 R&D에 133조원을 투자해 전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를 넘어서겠다”고 도전장을 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반도체를 양산했다. 이는 같은해 12월 3나노 생산에 돌입한 TSMC보다 반년 가량 앞선 것이다. 그러나 3나노 이하 첨단 공정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는 점차 위축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TSMC는 안정적인 수율 확보에 성공하며 고객사를 빠르게 확보해 나갔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7.7%를 기록한 삼성전자다. 삼성과 TSMC 간 점유율 격차가 무려 59.9%p로 벌어지면서, 삼성 파운드리가 TSMC를 따라잡기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전자가 테슬라를 파트너로 확보하면서, 향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위상 제고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세계 1위 TSMC와의 격차를 서서히 줄여 나가는 동시에 후발 주자들의 거센 추격을 따돌릴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실제 삼성 파운드리는 2~4나노 공정 개선을 통해 신규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테슬라와의 대규모 공급 계약 체결은 삼성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의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미래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와의 계약체결은 향후 여타 빅테크들과의 제휴로 이어지는 중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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