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10년’ 이재용, ‘사법 리스크’ 족쇄 벗었다…“‘뉴 삼성’ 재건, 미전실 부활하나”

시간 입력 2025-07-17 17:49:55 시간 수정 2025-07-17 17: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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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2심 이어 상고심서도 이재용에 모두 무죄 선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바 회계 처리 등 모두 적법
잃어버린 10년 간 과제 산적…반도체 경쟁력 회복 시급
이재용 책임 경영 위한 ‘제2의 미전실’ 부활 필요성 대두
“초일류 기업 재도약” 이재용, 뉴 삼성 재건 드라이브 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간 발목을 잡았던 사법 리스크의 굴레에서 마침내 벗어났다. 대법원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상고심에서 이 회장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각종 부정 거래와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말끔히 털어 냈다.

이 회장이 그룹 경영의 큰 족쇄로 작용해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삼성이 반도체 패권 회복, 미래 먹거리 발굴 등 산적한 과제를 본격적으로 해소해 나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올 1분기 1조1000억원에 불과한 영업이익을 거두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삼성 반도체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 확보에 실패하며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이슈 등 글로벌 복합 위기로 삼성전자의 경영 환경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 만이자 2심 선고 후 5개월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상고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각종 부정 거래와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검찰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 중 일부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이고, 수집된 물증의 경우에도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 그대로 인정됐다.

또한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까지 13명도 무죄를 확정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특히 검찰이 제시한 주요 증거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2심 판단에 대해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전자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의 적법성, 재전문증거의 증거 능력, 위법 수집 증거 배제 법칙의 예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18TB 용량에 달하는 백업 서버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서버,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압수수색 과정에서 탐색·선별 등의 절차와 실질적 참여권 보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앞선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섣불리 예단하지 않겠다며 침묵을 지켜 온 삼성은 이 회장이 무죄 선고를 받자마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 회장측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데 대해 “삼성그룹 계열사 합병과 회계 처리에 대한 의혹을 해소한 결정이다”고 반겼다.

이어 “이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바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약 5년에 걸친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신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며 앓던 이를 시원하게 제거한 이 회장은 이제 뉴 삼성 재건이라는 중대한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회장은 장기간 지속된 사법 리스크로 인해 뉴 삼성 비전 실현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는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재판으로 인해 삼성그룹 경영에 전력을 다하지 못했다.

지난 2020년 10월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재판이 처음 시작된 이후부터 지난해 2월 1심 선고까지 약 3년 5개월 동안 110여 차례의 심리가 열렸다. 이 중 이 회장은 총 96차례 직접 출석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해 9월 이후 총 네 차례의 항소심 공판과 결심 공판, 그리고 올해 2월 2심 선고 공판까지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이 회장이 사실상 모든 재판에 출석하는 바람에, 반도체 경쟁력 제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지속 투자 등 굵직한 현안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사법 리스크로 인한 이 회장의 경영 부재는 삼성의 미래 성장을 방해하는 악재로 작용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은 삼성에 있어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 족쇄로 그룹 내실을 살피지 못하는 동안, HBM(고대역폭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이 약화한 삼성 반도체는 극심한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AI 반도체 공룡인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삼성 ‘HBM3E’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돼 있고, 대만 TSMC의 독주로 삼성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대외적인 경영 환경도 녹록치 않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품목별 관세 등을 잇따라 부과하겠다며 통상 질서를 뒤흔들고 있고, ‘반도체 지원법(CSA)’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조짐까지 보이는 등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엄혹한 경영 환경을 인식한 이 회장은 최근 삼성 임원들을 따끔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임원들을 향해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삼성 반도체를 강한 어조로 꾸짖었다. 그는 “메모리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AI(인공지능)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했고, 파운드리사업부에 대해선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고 꼬집었다.

삼성그룹을 둘러싼 글로벌 복합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이 회장의 뉴 삼성 구현이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뉴 삼성 재건을 위한 첫 걸음으로 지배구조 혁신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회장의 책임 경영 기반이 서둘러 재정비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 내에 ‘제2의 미전실’이 재건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회장을 보좌하며 삼성그룹의 의사결정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복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전실을 폐지하고, 사업 부문별로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각 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현재와 같은 TF 체제가 삼성의 실적 부진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의 모든 부서가 제각기 따로 분리돼 유기적인 협업이 어려워지다 보니 과거처럼 일사 분란함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의 주력 사업 차질로 이어졌다는 게 삼성 안팎의 판단이다.

재계도 삼성이 통일성 있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부활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국내 굴지의 그룹들은 대부분 컨트롤타워를 통해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LG의 경우 지주사인 LG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해 그룹의 의사결정 사안을 계열사에 안정적으로 전달한다. SK도 SK수펙스추구협의회(SK수펙스)를 통해 계열사들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현재의 TF 체제로는 뉴 삼성 비전을 구체화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미전실에 준하는 그룹 내 컨트롤타워를 부활시켜 이 회장이 그룹을 효율적으로 총괄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역시 대내외적으로 위기 상황에 놓인 삼성그룹에 컨트롤타워를 재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찬희 준법위원장은 “어떤 사안에 있어서 준법위가 정말로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돛단배에도 컨트롤타워가 필요한데,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다”며 “개인적 신념으로는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의 등기 이사 복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을 책임 있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등기 이사 재선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현재 이 회장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미등기 임원이다. 이 회장은 과거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등기 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책임 경영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있다. 이를 두고 이 위원장은 “삼성은 최고 경영진의 등기 임원 복귀 등 책임 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3월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 이 회장의 등기 이사 복귀 안건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이 회장의 책임 경영 회복 수순은 수포로 돌아갔다.

비록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힌 지난 10여 년 간 삼성이 번번이 지배구조 혁신에 실패하긴 했으나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기점으로 앞으로의 상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당장 삼성이 지배구조 혁신에 속도를 올려 뉴 삼성 비전 구체화에 힘쓸 것이란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재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은 이제 초일류 기업으로 재도약 시키겠다는 이 회장의 ‘뉴 삼성’ 비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전진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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