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 부과 초읽기…K-반도체 품목관세 소식에 삼성·SK ‘초긴장’

시간 입력 2025-07-09 17:48:20 시간 수정 2025-07-09 17: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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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도체 품목별 관세 발표할 것…이달 말까지 조사”
고율 관세 부과 시, ‘K-반도체 효자’ HBM 가격 폭등 우려
‘HBM 투톱’ 삼성·SK 직격탄…글로벌 시장 입지 ‘위태위태’
미 현지 메모리공장 전무…K-반도체 “정부 협상에 큰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관세율이 얼마인지는 아직 미정이다. 그러나 반도체와 함께 거론했던 의약품의 경우 20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만큼, 곧 발표될 반도체 관세 수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코앞에 닥친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가 관세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고강도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삼성·SK의 셈법만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8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 회의에서 “우리는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약품에 대한 관세율로 200%를 제시했다.

다만 반도체 품목별 관세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이날 내각 회의 후 “반도체의 경우 이달 말까지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반도체 관세를 구체화하진 않았으나, 업계 안팎에선 관련 조사가 끝난 후 즉시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국정 의제를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재정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세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기조를 고려하면 반도체 관세는 조사 직후 바로 매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당장 반도체 품목별 관세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K-반도체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주요 빅테크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AI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많다. 한국무역협회(무협)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33억7000만달러 대비 3배 넘게 급증한 수치다.

K-반도체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AI 핵심 메모리인 HBM 열풍 덕분이다. 챗GPT 등 생성형 AI가 날로 고도화되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첨단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흐름에 수혜주로 부상한 제품이 바로 HBM이다.

HBM의 인기는 삼성·SK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K-반도체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2.5%로, 이미 절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42.4%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삼성·SK의 점유율 합산은 94.9%로, 사실상 K-반도체가 전 세계 HBM 공급을 전담하는 상황이다.

미 정부의 대(對)중국 관세에 따른 반사 효과도 한몫했다. 앞서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산 반도체에 25% 관세를 적용했다. 지난해 5월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반도체 관세율을 50%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중국 전자 제품의 보안 문제도 한국산 반도체의 수출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미국 내 주요 대학,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서버 구축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를 중국산에서 한국산으로 대거 교체한 바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한국산 반도체의 인기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K-반도체의 경쟁력은 순식간에 저하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보편 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반도체 수출이 지금보다 4.7~8.3%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 106억8000만달러에 달했던 대미 반도체 수출 규모가 최대 8.3% 줄어든 97억9356만달러로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약 10억달러(약 1조4590억원)의 수익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K-반도체가 고율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삼성·SK가 미 현지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서둘러 구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대부분의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가 생산되지 않기에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K-반도체 제품 가격은 급격히 치솟게 된다.

특히 삼성·SK의 든든한 효자 품목인 HBM은 그렇잖아도 비싼데 더 비싸질 것으로 염려된다. 이는 한국산 HBM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위축시키는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물론 K-반도체도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정책에 힘입어 미 현지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미 텍사스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누적으로 약 450억달러를 투자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키로 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고문 인스타그램 캡처>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월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차세대 HBM 등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 AI용 AVP(어드밴스드패키징)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최초다. SK는 인허가 등 공장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과 SK의 주력인 메모리 생산 공장은 전무한 상태다. 결국 트럼프 관세 리스크를 피할 길이 없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관세 부과로 K-반도체 제품 가격이 올라가면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 등 경쟁사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며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태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공장 하나당 30조원에 달하는 메모리 생산 시설을 미국에 지을지, 관세를 내는 것이 나을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머지않아 닥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K-반도체는 향후 정부의 협상에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분야는 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하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서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반드시 끌어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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