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쇼크’ 영업익 ‘반토막’…“하반기 ‘HBM4’ 로 반전 이루나”

시간 입력 2025-07-08 18:01:43 시간 수정 2025-07-08 18: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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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 영업익 4조6000억원…1년 새 55.94% 폭락
DS 부문 영업익 1조원 하회 추정…일각선 4000억원 불과
HBM 주도권 확보 실패·파운드리 사업 부진 등 겹악재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 1조원 반영…실적 끌어내려
2분기 저점 찍고 하반기 개선 기대…HBM 공급 확대 관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 확보에 실패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서 극심한 부진에 허덕이면서 삼성전자가 2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액이 74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4조700억원과 매우 근사한 수치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 2분기 영업익은 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4400억원 대비 55.94%나  급락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삼성의 올 2분기 영업익이 6조원대에 머물 것으로 평가돼 왔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6조1833억원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실제 잠정 실적은 이보다 훨씬 낮은 4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삼성전자가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증권 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부진이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는 DS 부문의 올 2분기 영업익이 1조원대 또는 1조원을 밑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당초 2조6000억원으로 예상했던 DS 부문 영업익을 잠정 실적 발표 후 4000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결국 삼성 반도체의 실적 부진에는 HBM 주도권 선점에 실패한 것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올 4월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 부회장은 “AI 경쟁 시대에 HBM이 핵심 메모리인데, 시장 트렌드를 조금 늦게 읽는 바람에 초기 시장을 놓쳤다”면서 HBM의 경쟁력 약화를 시인한 바 있다.

위기를 의식한 삼성은 조직 개편, 기술 개발 등 필수 토대를 마련했다며 HBM 역량을 서둘러 제고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엔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의 요구에 맞춰 성능을 더욱 높인 5세대 HBM ‘HBM3E’ 개선 제품을 양산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올 2분기 본격적으로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여전히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3위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는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기 시작했다. 특히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에 AI 메모리인 HBM을 공급하게 된 것이 신의 한수였다. 마이크론은 지난 4월 엔비디아로부터 HBM3E 12단 제품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AI 가속기 블랙웰 기반 ‘GB300’에 탑재할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빼앗긴 D램 1위 자리를 재탈환하기는커녕 마이크론에 2위 자리마저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삼성 파운드리도 비상이다. 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직격탄을 맞은 파운드리 사업은 중국 고객사 수요 확보에 제동이 걸리면서 라인 가동률을 낮췄다. 미국은 중국의 AI 발전을 막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최첨단 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고, 그 수위를 점점 더 높이는 중이다.

이처럼 DS 부문 전반에 걸쳐 사업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을 대규모로 반영했다. 하반기 반등을 목표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덜기 위함이다. 업계에서는 DS 부문의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을 1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은 가격(재고 가치)이 내려가면서 원래 시장가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될 때 하락분을 반영해두는 일종의 비용 개념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메모리 사업은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HBM3E 12단 개선 제품 이전의 HBM 제품 등에서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보고, 이를 충당금으로 반영한 셈이다.

아울러 삼성 파운드리도 향후 미국 정부의 제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중국으로 수출해 온 제품 재고를 충당금으로 일찌감치 반영한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안팎에선 삼성전자가 올 2분기에 바닥을 찍고, 3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DS 부문은 올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3조~5조원대의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꼽히는 미국 AMD에 HBM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도 실적 개선에 긍적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달 AMD는 최근 신형 AI 반도체 ‘MI350’ 시리즈에 삼성전자의 HBM3E 12단 개선 제품을 탑재했다고 공식화했다. AMD가 삼성 HBM 탑재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도 AMD에 HBM을 납품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조상연 삼성전자 DS 부문 미국총괄(DSA) 부사장은 SNS를 통해 “AMD의 차세대 플랫폼에 HBM을 제공하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고성능·고효율·혁신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이어온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AMD에 HBM3E 12단 개선 제품을 공급하면서 머지않아 삼성 HBM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AMD로부터 HBM 성능을 인정 받은 만큼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 또한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4년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삼성 HBM3E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여기서 그치지 않고 6세대 HBM ‘HBM4’ 제품 양산도 서두를 계획이다. 특히 업계 최초로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가장 미세화된 1c 기술은 메모리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첨단 선행 기술로, HPC(고성능 컴퓨팅)와 AI 반도체의 진보에 있어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c 기반 HBM4는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차질 없이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파운드리의 경우 연말 반도체 칩에 적용 예정인 첨단 2나노 공정에 주력하고, 28나노 이상 레거시 공정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경기가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실적이 둔화한 것은 중국향 반도체 수출 규제와 HBM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이 크게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올 하반기부터는 재고 리스크를 덜고, 엔비디아 외 고객사들에 HBM 공급 물량을 확대함에 따라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달 31일 올 2분기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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