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號 취임 7주년, 실적악화 ‘화학·디스플레이’…“선택과 집중, 구조개편 ‘숙제’”

시간 입력 2025-07-01 07:00:00 시간 수정 2025-06-30 20: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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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 29일로 취임 7주년 맞아
‘적자누적’ 화학·디스플레이…실적반등 최대 과제
선택과 집중 전략 맞춰 사업 구조 재편 숙제
LG, 미래 성장동력 토대 고속 성장 속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자로 ‘취임 7주년’을 맞았다. 구 회장은 지난 7년 간 ‘선택’과 ‘집중’ 경영기조를 앞세워, 부실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배터리, AI(인공지능), 전장 등 미래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그룹의 성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LG의 성장동력이 점차 힘을 잃어 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화학과 디스플레이의 부진이 날로 심화되면서, LG그룹내 추진력을 떨어 뜨리고 있는 점은 큰 과제가 되고 있다. LG화학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중동의 저가 물량 공세 등 겹악재로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고, LG디스플레이도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 회장의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의 사업을 재검토 하고, 미래 성장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전면 개편 해야 하는 숙제가 남겨져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취임 7년을 맞아 별도 행사 없이 조용하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2018년 5월 고(故)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서 갑작스럽게 LG그룹의 총수에 오르게 됐다.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아온 그는 차장, 부장, 상무 등으로 고속 승진했고, 2018년 6월 29일 LG그룹 총수로 취임했다.

당시 40세의 젊은 나이였던 구 회장이 LG를 이끌게 되면서 방대한 계열사를 잘 경영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구 회장은 그룹의 고속 성장을 일궈내며 탄탄한 진영을 갖추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LG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구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19년 126조4750억원에서 지난해 135조4010억원으로, 7.1%(8조9260억원)나 증가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지난 7년 간 LG그룹의 수익성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통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은 비핵심·부진 사업을 매각 또는 축소하는 데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2019년 LG전자의 연료전지 사업, LG디스플레이의 조명용 OLED 사업 등을 정리한 데 이어 2020년에는 LG화학의 편광판 사업을 접었다. 특히 2021년에는 LG전자의 핵심 사업 중 하나였던 스마트폰 사업마저 철수시키는 용단을 내리기도 했다. 모바일 단말기 사업은 LG전자의 주력사업으로 육성해 왔지만, 애플의 아이폰 등장 이후 글로벌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결국 불명예 사업 철수로 막을 내리게 됐다.

또한 2022년에는 LG전자의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접은 데 이어 올해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서도 손을 뗐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미래 성장 산업에 재투자 됐다. LG그룹을 이끌어 갈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근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구 회장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배터리와 전장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신사업 부문의 공격적인 투자는 큰 실적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최근 3년 간 매출액은 △2022년 25조5986억원 △2023년 33조7455억원 △지난해 25조6196억원 등으로, 해마다 수십조원을 기록했다.

LG전자가 오랫동안 투자해 온 전장 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전장 사업을 영위하는 LG전자 VS(Vehicle Solution) 부문은 올 1분기 2조8400억원의 매출을 거두면서 그룹 내 핵심 신사업으로 도약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조6600억원 대비 6.8% 증가한 수치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계절적 비수기 등에 따른 수요 감소로 TV, 생활가전 등 주력 사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데도 불구하고, VS 부문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화학 청주공장을 방문해 양극재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화학 청주공장을 방문해 양극재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AI 사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LG는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산업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거대 AI 개발에 매진해 왔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 학습·판단할 수 있는 AI다.

구 회장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LG는 초거대 AI 분야에서 결실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8월 LG AI연구원은 2021년 12월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선보인 지 2년 8개월여 만에 한층 진화한 ‘엑사원(EXAONE) 3.0’을 전격 공개했다.

엑사원 3.0은 성능과 경제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신 엑사원은 이전 모델보다 성능은 56% 높이고, 비용은 72% 절감한 것이 특징이다.

LG 엑사원의 위상은 대외적으로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LG의 AI 수장인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되면서 엑사원의 입지는 한층 공고해졌다.

이렇듯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은 LG의 체질을 크게 바꿔 놨다. 밑그림을 새로 그린 LG그룹은 신사업을 중심으로 초고속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사진=LG>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사진=LG>

그러나 구 회장이 추진한 미래 전략에 단물이 빠진 듯, 최근 LG가 엄혹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LG 내부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구 회장이 기뻐하고 축하해야 할 LG의 78주년 창립 기념일에 엄중한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올 3월 경기 이천에 있는 LG인화원에서 올해 첫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직접 주재한 구 회장은 글로벌 복합 위기가 날로 심화하고 있는 현 상황을 짚으며, “절박감을 갖고, 과거의 관성, 전략과 실행의 불일치를 떨쳐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고 구본무 회장의 창립 70주년 및 2017년 신년사를 공유하며, “당시에도 올해와 같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경제 질서의 재편이 본격화되는 시기였다”며 “경쟁 우위 지속성, 성과 창출이 가능한 곳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이를 위해 사업 구조와 사업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그동안의 변화를 돌아보면 경영 환경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일어난 반면, 우리의 사업 구조 변화는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LG가 대내외 경영 환경에 더해 구조적 위기에까지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화학·디스플레이다.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업황 부진, 중국 등과의 경쟁 과열로 인해 적자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LG화학의 영업이익은 -107억원이었다. 이에 지난해 4분기 -6293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LG디스플레이의 올 1분기 영업익은 335억원으로, 흑자였다. 지난해 2분기 -937억원, 3분기 -806억원 등 적자 기조를 이어 오던 LG디스플레이는 같은해 4분기 831억원으로 흑자전환하며 실적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에도 흑자를 유지하며 실적을 잘 방어했으나, 2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구 회장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들 계열사의 실적 부진은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적기에 적용하지 않은 탓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LG화학와 LG디스플레이가 타 계열사와 달리 빠른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비주력 사업의 철수 시점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올해 구광모식 선택과 집중이 더욱 과감히 전개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실제로 구 회장은 올해 사장단 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그러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 ‘진입 장벽 구축’에 사업의 우선 순위를 두고, 자본의 투입과 실행의 우선 순위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다소 지체되긴 했으나 최근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는 비주력 사업을 잇따라 철수시켰다.

먼저 LG화학은 이달 13일 이사회를 열고, 첨단소재 사업본부 내 워터솔루션 사업을 사모펀드(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매각 규모는 1조4000억원에 달한다.

LG화학은 2014년 미국 나노H2O를 인수한 뒤 청주공장에 양산 설비를 구축해 바닷물을 산업 용수로 정화하는 역삼투막(RO 멤브레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기술력 강화에 매진해 온 LG는 현재 역삼투막 시장에서 일본 도레이에 이어 글로벌 2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 2023년 청주공장을 증설한 LG는 향후 5년 내 해당 사업을 2배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본업인 석화 업황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워터솔루션 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2220억원으로, LG화학 전체 매출(48조9161억원)의 0.45% 수준에 그쳤다. 자산 규모는 3770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0.40%에 해당한다.

LG화학은 워터솔루션 사업 매각과 관련해 “이차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신약 등 3대 신성장 사업에 역량과 자본을 집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도 올 4월 TV용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사업을 최종 정리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TCL의 디스플레이 자회사 CSOT에 광저우 8.5세대 LCD공장을 2조2466억원에 매각했다.

비주력 사업 철수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미래 먹거리 육성에 쏟아 부을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경쟁력 및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조 단위 규모의 투자를 추진키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달 17일 이사회를 열고, OLED 신기술을 위해 1조2600억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TV용 대형 LCD 패널 사업 철수로 확보한 2조2466억원 중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를 통해 차세대 프리미엄 OLED 기술이 적용된 패널과 모듈 인프라 구축에 집중한다. 미래 성장을 위한 동력과 수익성 강화를 동시에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해 반전의 기반을 만들었다면, 올해는 도약하는 해가 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 하겠다”며 “LG디스플레이만의 차별화 기술과 제품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고객 가치를 제공하고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LG화학 차량용 전력 반도체 ‘실버 페이스트’. <사진=LG화학>
LG화학 차량용 전력 반도체 ‘실버 페이스트’. <사진=LG화학>

LG화학은 전력 반도체 소재 등 신사업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

LG화학은 일본 노리타케와 함께 SiC(실리콘카바이드) 기반 차량용 전력 반도체 칩과 반도체 기판을 접합하는 ‘실버 페이스트(Silver Paste)’를 공동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노리타케는 정밀 세라믹 분야에서 120년 이상의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기업으로, 반도체·자동차 산업에 연마 휠, 전자 부품용 소재, 소성로(열처리 장비)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에 양사가 개발한 실버 페이스트는 은(Ag) 나노 입자를 포함한 고성능 접착제다. LG화학의 입자 설계 기술과 노리타케의 입자 분산 기술을 접목해 우수한 내열성과 방열 성능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실버 페이스트는 냉동 보관과 짧은 보관 기한으로 관리에 어려움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신제품은 냉동 보관 없이 상온에서 최대 6개월 간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이에 운송·보관 효율이 대폭 향상됐다. 여기에 고객 공정 내 제품 사용 가능 시간 또한 길어져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실버 페이스트 신제품 개발에 성공한 LG화학은 향후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입지를 한층 더 높인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번 신제품은 차량용 전력 반도체에 반드시 탑재돼야 하는 필수 소재로 빠르게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LG화학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기술력과 소재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전장 부품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며 “노리타케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차량용 전력 반도체 접착제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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