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영업익, 164.6% 증가한 24억9000만달러
‘전분기比 50% 성장’ HBM 등 D램 사업 호조 덕분
SK 이어 두 번째로 엔비디아 HBM 공급망 진입 주효
‘HBM 역량 부족’ 삼성, 글로벌 D램 시장 입지 흔들
마이크론에 추월 위기…삼성 반도체 역량 강화 시급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가 AI(인공지능) 핵심 메모리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인기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마이크론은 차세대 HBM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을 연내 20% 이상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마이크론이 HBM 패권 경쟁에 본격 가세하면서 K-반도체가 주도하고 있는 HBM 시장 구도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메모리 3강’ 중 유일하게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삼성전자가 마이크론의 거센 추격을 받을 전망이다. 당장 삼성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에 처했다.
마이크론은 25일(현지시간) 2025 회계연도 3분기( 3~5월) 매출액이 93억 100만달러(약 12조6252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68억1100만달러 대비 36.6% 나 급증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늘었다. 2025 회계연도 3분기 영업익은 24억9000만달러(약 3조3807억원)로, 전년 동기 9억4100만달러 대비 무려 164.6% 급증했다.
마이크론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은 HBM을 중심으로 한 D램 사업 호조 덕분이다. 실제 마이크론 매출 중 76%는 D램 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5 회계연도 3분기 D램 매출은 71억달러(약 9조6383억원)에 달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최고경영자)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 3분기는 직전 분기 대비 50% 이상 성장한 HBM 등 D램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산호세사옥. <사진=마이크론테크놀로지>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에 AI 메모리칩인 HBM을 공급하게 된 것이 신의 한수가 됐다.
마이크론은 지난 4월 엔비디아로부터 5세대 HBM ‘HBM3E’ 12단 제품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AI 가속기 블랙웰 기반 ‘GB300’에 탑재할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실제 마이크론은 지난 3월 콘퍼런스콜 당시 “5세대 HBM ‘HBM3E’ 12단의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며 “용량과 수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마이크론은 이어 “올 하반기에는 HBM3E 12단 제품이 출하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HBM3E 12단은 엔비디아의 GB300에 맞춰 설계됐고, 이에 대한 고객 인증에서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에 이어 엔비디아에 HBM3E 12단을 공급하고, 이것이 대규모의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마이크론은 미국 AMD의 신형 AI 반도체 ‘MI350’ 시리즈에도 삼성전자와 함께 HBM3E 12단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AI칩 양대 산맥인 엔비디아와 AMD에 마이크론이 HBM을 납품하게 되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 내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HBM 역량 제고에 더욱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메로트라 CEO는 “올 하반기에는 전체 D램 점유율 수준에 근접하는 HBM 점유율을 달성할 것이다”며 “현재 HBM3E 12단 수율 및 출하량 확대는 매우 순조롭고, 올 4분기 중 출하 전환점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당초 마이크론은 D램 점유율과 맞먹는 수준의 HBM 점유율 달성 시점을 올 연말로 잡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올 하반기로 정정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마이크론이 올 3분기 중에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메로트라 CEO는 “우리는 이미 HBM 사업에서 연간 60억달러(약 8조1420억원) 이상의 런 레이트(run rate)에 도달했다”며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이 D램 점유율 수준에 도달하는 시점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HBM3E. <사진=마이크론테크놀로지>
마이크론의 약진이 거세지면서, 향후 글로벌 HBM 시장의 판도도 바뀌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마이크론은 전 세계 HBM 시장에서 후발업체로 분류돼 왔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 삼성전자가 42.4%, 마이크론이 5.1% 등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마이크론이 K-반도체를 따라잡기란 역부족이다. 1위인 SK와의 점유율 격차는 무려 47.4%p에 이르고, 2위인 삼성과는 37.3%p나 된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가 독점해 왔던 엔비디아 HBM3E 12단 공급망에 진입했고, AMD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한 만큼, 마이크론의 HBM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공산이 크다.
이미 HBM을 포함한 전체 D램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36%로, 1위를 차지했다. 당초 1위였던 삼성전자는 점유율 34%를 기록하며 2위로 밀려났다. 마이크론은 25%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마이크론과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다. 마이크론과 삼성의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 점유율 격차는 16.9%p 였다. 그러나 올 1분기에는 9%p로 대폭 축소됐다. 마이크론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에 HBM 공급을 늘리면서 D램 시장에서의 입지를 빠르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HBM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상실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요구에 맞춰 성능을 더욱 높인 HBM3E 개선 제품을 양산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올 2분기 본격적으로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여전히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HBM 경쟁력 확보에 실패하면서, 삼성엔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3월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부회장은 “AI 경쟁 시대에 HBM이 핵심 메모리인데, 시장 트렌드를 조금 늦게 읽는 바람에 초기 시장을 놓쳤다”고 삼성 HBM의 경쟁력 약화를 시인한 바 있다.
위기를 의식한 삼성은 조직 개편, 기술 개발 등 필수 토대를 마련했다며 HBM 역량을 서둘러 제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크 통과에 난항을 겪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현 추세대로라면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빼앗긴 D램 1위 자리를 재탈환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이크론에 추월당할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삼성에 대한 암울한 소식은 올 2분기 실적 전망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익 전망치는 2조2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마이크론의 2025 회계연도 3분기 영업익 약 3조3807억원과 비교해 1조원 넘게 적은 수치다. 사실상 삼성 반도체가 마이크론보다도 저조한 실적을 거두는 셈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8조8030억원의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4년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삼성 HBM3E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 회복을 위해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삼성은 HBM3E 개선 제품을 본격 양산해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확보함과 동시에 차세대 제품인 6세대 HBM ‘HBM4’ 경쟁력을 대폭 강화해 마이크론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목표다.
증권업계에서는 HBM 경쟁력 확보 여부에 따라 삼성 반도체의 명운도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b(10나노급 5세대) DDR5, 1a(10나노급 4세대) HBM3E 제품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삼성 메모리 경쟁력 및 실적 개선 여부는 HBM3E 12단 개선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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