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서울, 1000%대 부채비율 부담…자구 노력 필요
에어부산, 영구 CB 상환 부담 커…이자율 더 오를 듯
진에어, 탄탄한 재무 체력 필수…1분기 실적은 선방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으며 인수 후 통합(PMI)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유일의 대형 항공사(FSC)로서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도약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핵심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인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앞두고 계열 저비용 항공사(LCC) 간 통합에도 탄력이 붙었다. 대한항공 계열 LCC인 진에어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한 ‘통합 진에어’를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게 목표다. CEO스코어데일리는 국내 항공산업 재편의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통합 LCC’가 현재 직면한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한항공이 구상하는 진에어 중심의 ‘통합 LCC’ 출범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재무 건전성 회복이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아시아나항공의 자금 수혈에도 여전히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에어 역시 곳간이 넉넉하지 않은 탓에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모두 품으려면 재무 체력을 키워야 하는 시점이다.
◇에어서울, 유상증자·감자에 숨통 트였지만…‘단기 연명’ 지적
23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 총 28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에어서울의 유상증자에 먼저 참여해 주식 3600만주를 1800억원에 취득했다. 이어 에어서울의 보통주 8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에어서울의 자본금은 지난해 말 175억원에서 1975억원으로 늘어난 이후 감자로 다시 246억원으로 줄었다. 결손금은 지난해 말 1792억원으로 감자 차익인 1728억원을 빼면 64억원만 남게 됐다. 감자로 결손금을 털어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번 자금 조달로 에어서울의 자본총계는 극적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말 -1397억원이던 자본총계는 유상증자로 신규 자금이 들어오며 402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실제 에어서울의 자본총계는 2019년 -56억원, 2020년 -837억원, 2021년 -1852억원, 2022년 -2217억원, 2023년 -1305억원을 기록했다.
에어서울의 재무 건전성 회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토교통부는 에어서울이 완전 자본잠식에 접어든 2019년 당시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렸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고려해 유예 기간을 받아 5년 넘게 버텨온 상황이다. 항공사업법상 국토부는 항공사가 50% 이상의 자본잠식률이 1년 이상 지속되거나 완전 자본잠식이 된 경우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할 수 있다. 항공사가 이에 따르지 않으면 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에어서울은 코로나19 이후 최근 2년간 영업이익률이 10~20%로 국내 항공사 중 최고 수준을 달성하는 등 투자 가치가 있는 회사”라며 “국토부의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자본을 확충하고 안정적인 사업 지속 차원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와 감자로 에어서울의 부채비율이 플러스로 전환한 점은 긍정적이다. 에어서울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지속했다. 빚으로 회사를 운영해 온 셈이다. 에어서울의 지난해 말 부채총계는 4183억원으로 이날 기준 회사의 부채총계가 같다는 전제하에 부채비율은 약 1040%로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1000%가 넘는 부채비율은 회사 재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기 리스 등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편인 항공업 특성을 반영해도 평균을 훨씬 넘어선 수준이다. 부채비율의 플러스 전환마저도 아시아나항공의 출자에 기댄 것이기에 에어서울이 자체적인 생존력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를 두고 에어서울이 자구 노력 등으로 체질 개선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엔 단기 연명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항공기.<사진제공=각 사>
◇에어부산, 영구 CB 이자 압박 커…진에어, 재무 부담 떠안나
에어부산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신규 자금 1000억원을 지원받았지만, 금리 스텝업 조항에 따른 영구 전환사채(CB) 상환 부담이 큰 탓이다. 에어부산은 지난달 ‘제6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영구전환사채’ 1000억원을 발행했다. 이 중 500억원은 제2회 무보증 사모 영구 CB 차환에 사용하고, 나머지 500억원은 운영 자금으로 활용한다.
영구 CB는 자본으로 분류돼 신규 자금 확보에도 부채가 늘어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만기가 긴 영구 CB는 부채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CB가 부채로 인식되는 점을 고려하면 부채 관리에 유리하다. 지분 희석 없이 신규 자금을 확보하면서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6회 영구 CB의 표면이자율은 5.53%, 만기는 30년이다. 차환 대상인 2회 영구 CB의 이자율이 올해 1분기 말 12.4%까지 치솟은 터라 이자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하지만 영구 CB 발행 규모가 2배로 증가해 이자 지출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스텝업 조항으로 인해 6회 영구 CB의 이자액이 2회 영구 CB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자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1000억원에 달하는 영구 CB를 통합 LCC의 주인이 될 진에어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는 점이다. 진에어가 올해 1분기 지출한 이자는 대부분 항공기 등 리스 부채에서 발생한 이자뿐이다. 금융부채 규모가 커지면 LCC 통합 과정에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영구채는 에어부산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면서 “회계상 부채로 계상되지 않고 자본으로 인정돼 자금 조달 측면에서 용이하지만,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 비용은 큰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진에어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안 좋아질 공산이 크다. 올해 1분기 말 부채비율이 337.1%로 국내 LCC 중 준수한 편에 속하지만,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2배 가까이 뛸 것으로 예상된다. 진에어가 하루빨리 재무 체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내놔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진에어는 올해 1분기 매출 4178억원, 영업이익 58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2.9% 줄었고, 영업이익은 40.8% 감소했지만 2022년 4분기 이후 10개 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항공업 수요가 고점을 찍고 내려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
에어부산은 올해 1분기 2495억원, 영업이익 4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43% 빠졌다. 진에어처럼 매출보다는 수익성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에어서울은 분기 매출을 공시하지 않았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