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B40’칩 출시, HBM 이어 GDDR 뜬다…“삼성, AI 메모리 다시 주도권 잡나”

시간 입력 2025-06-02 17:24:04 시간 수정 2025-06-02 17: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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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H20’ 등 기존 AI 칩보다 성능 낮은 ‘B40’ 출시
중국용 B40, HBM 대신 최신 그래픽용 D램 ‘GDDR7’ 탑재
K-반도체,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위해 GDDR 양산 가속화
‘HBM 1등’ SK, 올 4월 엔비디아에 그래픽용 D램 납품 시작
젠슨 황 “삼성 GDDR7 최고!”…삼성, 글로벌 시장 선점 박차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뉴스>

AI(인공지능)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에 대응해 기존 AI 칩보다 사양을 낮추고 가격을 대폭 인하한 중국용 AI 반도체를 출시한다. 이 과정에서 AI 핵심 메모리로 부상한 HBM(고대역폭메모리) 대신 그래픽용 D램을 탑재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AI 칩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용 AI 칩에 그래픽용 D램이 들어간다는 소식에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해당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SK와의 HBM 주도권 다툼에서 고전하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그래픽용 D램을 앞세워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을 재 가동 한다는 구상이다.

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올 하반기 업계 내에 ‘B40’으로 알려진 중국용 AI 반도체 ‘RTX PRO 6000’을 출시한다.

해당 칩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노리고 만든 ‘H20’ 등 AI 칩보다 성능을 더 낮춘 제품이다. 

엔비디아가 저사양 AI 반도체를 출시키로 한 것은 미국 정부의 강도 높은 대중 제재 때문이다. 앞서 올 4월 엔비디아는 미 정부로부터 H20을 중국에 수출할 때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이어 지난달 14일에는 해당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지를 받았다. 이와 관련, 엔비디아측은 “미 정부는 이번 대중 제재와 관련해 H20이 중국의 슈퍼 컴퓨터에 사용되거나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근거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H20은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가 강화된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첨단 GPU(그래픽처리장치)로, 중국에 합법적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중 최고급 사양 AI 칩이다. 연산 능력은 낮지만 고속 메모리 및 기타 칩과의 연결성이 뛰어나 슈퍼 컴퓨터 제조 시 반드시 사용되는 칩으로 알려졌다.

비록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 ‘블랙웰’에 견줄 수는 없지만, H20의 성능은 이미 입증된 상태다. 올 1월 저가형 AI 모델을 선보이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AI 모델 학습에 H20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H20에 들어가는 HBM을 개선한 덕분으로 보인다. 기존 H20에는 4세대 HBM인 ‘HBM3’가 탑재됐다. 그러나 최근 성능 업그레이드를 통해 SK하이닉스 등이 공급하는 5세대 HBM ‘HBM3E’ 8단을 장착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 ‘RTX PRO 6000’. <사진=엔비디아>

그러나 H20의 중국 수출이 불가능해지면서 엔비디아는 저사양 AI 칩 양산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실제 B40은 성능 측면에서 상당히 다운그레이드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일반적으로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HBM이 아니라 최신 그래픽용 D램 ‘GDDR7’이 채택돼 눈길을 끈다.

대역폭 4096GB의 HBM이 들어간 H20은 미 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 대상이다. 이를 고려해 엔비디아는 HBM을 빼고 GDDR7을 넣어 B40의 대역폭을 1700GB 미만으로 낮추기로 했다.

대역폭이 좁은 만큼 GDDR의 속도는 HBM보다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전력 소모가 적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 IT 기기에 적합한 메모리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IT 기기에서 온디바이스(On device) AI를 원활하게 구동하기 위해 전력 효율이 매우 중요한 만큼 HBM보다 GDDR을 탑재하는 것이 더 낫다는 분석마저 내놓고 있다.

특히 차세대 그래픽용 D램인 GDDR7은 이전 세대보다 속도도 대폭 향상될 예정이라 성능 면에서도 HBM과 비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표준 상 GDDR7 메모리의 최대 속도는 48Gbps로, 이전 제품의 두배 수준이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올 하반기 B40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메모리 칩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장 향후 전략을 손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한 AI 메모리로, HBM 뿐만 아니라 GDDR도 본격 양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GDDR7’. <사진=SK하이닉스>

다행스럽게도 K-반도체는 차세대 그래픽용 D램 생산에 박차를 가해 왔다.

먼저 ‘HBM 1등’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월 차세대 GDDR7을 최초로 선보이고, 같은해 3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의 GDDR7은 이전 세대보다 60% 이상 빠른 32Gbps의 동작 속도를 구현한다.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40Gbps까지 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빠른 속도를 내면서도 전력 효율은 이전 세대 대비 50% 이상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SK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초고속 데이터 처리에 따른 발열 문제를 해결해주는 신규 패키징 기술을 도입했다. 또 패키지에 적용하는 방열 기판을 4개 층에서 6개 층으로 늘리면서도 제품 크기는 유지했다. 패키징 소재로는 고방열 EMC(Epoxy Molding Compound)를 적용했다. 이에 최신 그래픽 D램의 열 저항은 이전 세대보다 무려 74% 줄어들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압도적인 속도와 전력 효율로 현존 그래픽 메모리 중 최고 성능을 갖춘 SK하이닉스의 GDDR7은 고사양 3D 그래픽은 물론 AI, HPC(고성능 컴퓨팅), 자율주행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SK는 이러한 우수한 성능을 앞세워 올 4월 엔비디아의 그래픽용 D램 공급망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HBM에 이어 GDDR까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3월 20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 부스를 찾아 삼성 ‘GDDR7’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삼성은 그래픽용 D램 패권 만큼은 경쟁사에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최초로 GDDR7을 개발한 삼성전자는 기술 초격차 전략을 토대로 SK하이닉스를 단숨에 앞지르겠다는 포부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5세대 10나노 공정 기반 그래픽 D램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의 12나노급 ‘24Gb GDDR7 D램’은 업계 최고 사양을 구현한 제품으로, 24Gb의 고용량과 40Gbps 이상의 속도를 자랑한다. 전작 ‘16Gb GDDR7 D램’ 대비 용량, 성능, 전력 효율 모두 크게 향상됐다.

이번 신제품은 12나노급 미세 공정이 적용돼 동일한 패키지 크기에 셀 집적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전작 대비 용량이 50%나 향상됐다. 또한 ‘PAM3 신호 방식’을 통해 그래픽 D램 중 업계 최고 속도인 40Gbps를 구현했고,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42.5Gbps의 성능을 뽐낸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부터 저전력 특성이 중요한 모바일 제품에 적용되는 기술들을 도입했다. 이에 전력 효율을 30% 이상 크게 개선했다. 제품 내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이는 ‘클락 컨트롤 제어 기술’과 ‘전력 이원화 설계’ 등을 통해 제품의 전력 효율을 극대화했다.

최신 그래픽 D램은 PC, 게임 콘솔 등 기존 그래픽 D램의 응용처를 넘어 AI 워크스테이션,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제품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삼성전자 12나노급 ‘24Gb GDDR7 D램’. <사진=삼성전자>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삼성의 GDDR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로 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황 CEO는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 부스를 찾아 GDDR7을 살펴봤다. GDDR7은 엔비디아의 최신 게임용 그래픽 카드인 ‘지포스 RTX 5090’에 탑재된 그래픽용 D램이다.

특히 황 CEO는 해당 제품에 ‘삼성(SAMSUNG)’, ‘GDDR7 최고!(GDDR7 Rocks!)’, ‘RTX는 계속된다(RTX ON!)’는 단어와 함께 친필 사인을 남기기도 했다.

GDDR 공급망에서 엔비디아와 끈끈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보다 그래픽용 D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올해 GDDR7 생산 일정과 용량에서 앞서나가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70% 정도를 차지할 것이다”고 관측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역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B40에 들어가는 GDDR7의 제1공급사가 될 것이다”며 “연간 약 3억8400만달러(약 5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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