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국제통상법원 “트럼프, 무제한적 관세 부과 권한 없어”
트럼프 행정부 상호 관세 ‘무효’…해당 관세 시행도 즉각 금지
‘수출 비상’ 삼성·SK·LG 등 국내 기업, 관세폭탄 우려 해소 기대
트럼프 행정부 항소 ‘변수’…법정 다툼, 장기화 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 정책에 급 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미국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부과가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판결로, 미 정부가 지난달 2일 세계 각국을 상대로 발표한 상호 관세는 당분간 제 기능을 하기 힘들 전망이다.
미국에서 건너 온 낭보에 국내 기업들도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 국내 대표 수출 품목들이 모두 트럼프 관세 리스크의 최대 희생양으로 지목됐던 만큼, 미 법원의 이번 판결이 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의 관세 부담을 해소해 줄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은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합성 마약 펜타닐 대응과 관련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부과한 10~25% 관세와 지난달 2일 발표한 상호 관세를 막아 달라며 미국 소재 기업 5개사와 오리건주 등 12개 주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인단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상품에 무제한적인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에 제기된 관세들을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관세 부과 권한이 의회에 있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했다고 봤다.
또한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앞세워 의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관세 부과를 강행한 것은 권한을 남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만약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의회가 대통령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무제한적인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부과 당시 지속적인 무역 적자를 근거로 미국 경제가 ‘국가비상사태’에 직면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현 무역 적자가 법률상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지난 수십년 간 지속돼 온 만성적인 문제로,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크게 악화한 것도 아닌 만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재판부의 인식이다.
이에 따라 1심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를 무효로 하고, 해당 관세의 시행도 금지할 것을 명령했다. 또 이같은 법원 결정의 효력은 원고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도 미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참석자들에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미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 왔으나 더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현실이 됐다. 같은달 5일 트럼프 대통령은 IEEPA를 토대로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9일엔 미국이 많은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기본 관세에다 국가별로 차등화된 개별 관세를 더한 상호 관세가 매겨졌다.
이에 백악관이 ‘최악의 침해국’이라고 표현한 60여 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물품에는 최소 수십%의 관세가 책정됐다.
최악의 침해국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됐다. 미국은 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을 포함해 한국이 미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절반을 디스카운트(할인)한 25%를 상호 관세로 정했다. 한국 이외에 △베트남 46% △대만 32% △인도네시아 32% △인도 26% △일본 24% △유럽연합(EU) 20% 등도 타깃이 됐다.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수십%의 보복 관세까지 더해 무려 125%의 상호 관세를 때려 맞았다. 여기에 추가 관세 20%까지 합하면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는 무려 145%에 이른다.
그러나 여러 국가가 트럼프 관세 리스크의 타깃이 되면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대외 불확실성이 큰 폭으로 확장됐다. 이러한 글로벌 경제 충격이 예상을 뛰어 넘고 미국과 주요국의 반발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발효 13시간여 만에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상호 관세를 유예했다. 대신 개별 협상을 통해 상호 관세를 결정하겠다며 세계 각국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
이런 와중에 미 법원이 트럼프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지구상 거의 모든 국가를 겨냥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조치는 즉각 올스톱됐다.

삼성전자 갤럭시S25 엣지. <사진=삼성전자>
당장 국내 주요 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 우려로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 주요 제품의 수출길에 비상등이 켜졌으나 이날 당면한 리스크를 덜어 냈기 때문이다.
먼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K-모바일의 대표 주자 삼성전자가 고강도 관세 부담에서 자유로워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인건비 등 여러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스마트폰 생산 거점을 한국, 베트남, 인도 등으로 다변화한 상태다.
삼성이 제조국별 스마트폰 생산 비중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다. 다만 업계에선 베트남에서 갤럭시 전체 물량의 절반가량이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어 30%가량은 인도에서, 한국 등에서 나머지 물량을 제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베트남에 부과된 상호 관세율은 46%다. 인도는 26%, 한국은 25% 등이다.
이에 한때 고율 관세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갤럭시 판매 가격에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트럼프 관세 리스크를 피하게 된 만큼 얼마 전 출시된 갤럭시S25 엣지, 올 하반기 출격 예정인 갤럭시Z 폴드7·플립7 등 삼성 모바일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공략은 순항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TV·가전도 상황은 비슷하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LG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TV를, 인도에서 가전을 주로 양산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TV, 중국과 태국에서 가전을 중점 생산한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발효로 해외 사업장에서 만들어진 삼성과 LG의 TV·가전 제품에는 최소 30%대의 관세가 매겨지게 됐다. 생산 비용을 낮추려 해외에 공장을 지은 보람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 관세 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으면서 K-가전은 글로벌 시장에서 다소 비싸더라도 월등히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가전을 앞세우는 프리미엄 전략을 적극 추진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수출 효자’ K-반도체도 관세 리스크 해소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을 제외한 한국과 중국 등 소수의 국가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공장에서 양산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에는 한국에 적용된 상호 관세 25%가 부과될 예정이었다. 특히 중국 공장에서 양산된 칩에는 145%라는 고율의 관세가 매겨질 것으로 우려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를 별도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한국산 반도체는 상호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또한 미·중 간 관세 협상이 극적 타결되면서, 올 8월 12일까지 대중 관세가 30%로 대폭 낮아졌다.
미 법원의 트럼프의 일방적인 관세폭탄 정책을 무효화 하면서, K-반도체, K-모바일, K-가전 등 주요 수출 품목들이 관세 리스크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날 1심 재판부의 결정 직후 트럼프 행정부측 변호인은 즉각 항소했다. 백악관도 이번 판결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국가비상사태에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선출직이 아닌 판사들의 몫이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권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고 엄포를 놨다.
2심은 특별법원인 연방항소법원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선 항소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양쪽 모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결국 최종 판단은 연방대법원에서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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