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K-반도체 손에 쥐고 ‘쥐락펴락’…SK엔 “HBM4도 잘 부탁해” vs 삼성 HBM 인증 ‘침묵’

시간 입력 2025-05-21 17:52:23 시간 수정 2025-05-21 17: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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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I 슈퍼 컴퓨터 구축·AI 칩 신제품 올 3분기 출시 예고
‘HBM 투톱’ SK·삼성, ‘엔비디아 특수’ 기대감…AI 메모리 수요↑
K-반도체, 젠슨 황 멘트에 희비 갈려…SK ‘웃고’ 삼성 ‘울상’
SK에 “6세대 ‘HBM4’ 잘 지원해 달라”…삼성 HBM 품질인증 ‘침묵’

AI(인공지능)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가 대만에 AI 슈퍼 컴퓨터를 구축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대만을 AI 강국으로 도약시키려는 엔비디아의 ‘반도체 굴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AI 칩 신제품이 올해 3분기 출시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필수 AI 메모리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선도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황 CEO가 ‘HBM 투톱’인 SK·삼성을 대하는 태도는 큰 차이를 보이면서, 두 업체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에는 러브콜을 보내며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다진 반면, 삼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HBM 품질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못한 뉘앙스를 풍겼다. HBM 취사 선택권을 가진 황 CEO의 이같은 말 한마디에 SK와 삼성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황 CEO는 최근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 기조 연설에서 “대만 정부, 폭스콘, TSMC와 함께 대만 최초의 초대형 AI 슈퍼 컴퓨터를 만들 것이다”며 “이는 대만의 AI 인프라와 AI 생태계를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대만 내에 AI 슈퍼 컴퓨터를 확충함으로써 AI 패권을 대만으로 가져오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셈이다.

아울러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신제품 ‘GB300’의 올 3분기 내 출시도 공식화했다. 블랙웰 기반 GB300은 기존 ‘GB200’ 대비 추론 및 메모리 성능이 1.5배 이상 향상된 AI 슈퍼 칩이다. 황 CEO는 GB300과 관련해 “AI 중심의 차세대 인프라 전환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고 낙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월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찾아 SK HBM4·HBM3E에 친필 사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가 대만에 첨단 AI 슈퍼 컴퓨터 구축 및 최신 AI 칩 GB300의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K-반도체는 겹호재의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AI 칩 구동에 필수인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 슈퍼 컴퓨터에는 수만~수십만개의 AI 반도체가 탑재된다. AI 칩 하나에는 여려 개의 HBM이 동시에 장착된다.

올 3분기 출시 예정인 GB300의 경우 최신 GPU(그래픽처리장치)인 ‘B300’ 2개가 들어가고, B300 하나엔 5세대 HBM ‘HBM3E’ 12단 8개가 내장된다. 다시 말해 B300 2개와 그레이스 CPU(중앙처리장치)가 결합된 GB300 한개는 총 16개의 HBM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렇듯 AI 슈퍼 컴퓨터 구축에 따른 AI 반도체 수요 증가는 HBM 출하량을 대폭 확대시키는 동인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HBM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SK·삼성으로서는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오랜 기간 엔비디아와 끈끈한 밀월 관계를 맺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황 CEO의 행동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황 CEO는 하루 전인 20일 오후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깜짝 방문해 SK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황 CEO는 전시관 운영 종료 시각 10분 전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찾아 안내를 맡은 김주선 SK하이닉스 AI 인프라 사장 등 경영진에게 “6세대 HBM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SK하이닉스는 HBM4 12단 제품을 올 하반기 본격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 3월에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샘플을 주요 공급사에 제공한 상태다. 따라서, 이날 황 CEO의 발언은 사실상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4를 납품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월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찾아 SK HBM4·HBM3E에 남긴 메시지와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에 대한 황 CEO의 애정 표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전시 부스에 설치된 HBM4 샘플도 살펴본 뒤, “정말 아름답다!(So Beautiful!)”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시 제품 3곳에 “젠슨 황은 SK하이닉스를 사랑한다(JHH LOVES SK HYNIX!)”, “원팀(One team!)” 등의 사인을 남겼다.

황 CEO가 SK에 대해 극찬한 것과 달리 삼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큰 대조를 보였다.

황 CEO는 컴퓨텍스 2025 둘째 날인 이날 대만 타이베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대상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관련해서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당초 업계에선 이번 컴퓨텍스에서 삼성전자 HBM3E에 대한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 여부가 공개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HBM 시장 2위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삼성만 엔비디아의 정식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은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의 요구에 맞춰 성능을 더욱 높인 5세대 HBM ‘HBM3E’ 개선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통해 올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황 CEO가 함구하면서 삼성 HBM의 품질은 여전히 의심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앞서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도 삼성 HBM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당시 황 CEO는 “삼성은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한다(They have to engineer a new design)”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1일 대만 타이베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Q&A’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반도체 조직 개편, 기술 개발 등 필수 토대를 마련했다”며 빠른 시일 내 HBM 역량을 제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AI 칩 공룡인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 통과과 절실하다.

시장에서도 엔비디아의 HBM 경쟁력 확보 여부에 따라, 삼성 반도체 부문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b(10나노급 5세대) DDR5, 1a(10나노급 4세대) HBM3E 제품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삼성 메모리 경쟁력 및 실적 개선 여부는 HBM3E 12단 개선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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