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이머징 마켓 ‘글로벌 사우스’ 공략 속도…신성장 동력, 공조사업 ‘진검승부’

시간 입력 2025-05-21 07:00:00 시간 수정 2025-05-20 17: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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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중동·인도 등 HVAC 전문 인력 대상 행사 개최
성장 가능성 높은 글로벌 사우스 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
‘HVAC 선두’ LG, 인도에 생산 거점 구축…“현지 시장 공략 속도”
중동 노리는 삼성, 플랙트 인수 ‘2.4조 빅딜’…“경쟁력 제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성장 잠재력이 큰 ‘글로벌 사우스’를 눈독 들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둔화가 본격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들 지역은 풍부한 인구·자원을 토대로 꾸준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

특히 ‘글로벌 가전 투톱’인 삼성과 LG는 신사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점찍고, 중동, 인도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우스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하루 전인 19일 인도,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7개국의 HVAC 컨설턴트를 국내로 초청해 ‘LG HVAC 리더스 서밋 2025(LG HVAC Leaders’ Summit 2025)’를 개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서밋은 HVAC 시장의 최신 트렌드와 업계 현황을 공유하고, LG전자의 시스템 에어컨, 칠러(Chiller), 데이터센터 열 관리 솔루션 등 다양한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는 대형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공유됐다. LG전자는 싱가포르 투아스 지역의 초대형 물류센터에 고효율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아이(Multi V i)’를 공급한 바 있다. 싱가포르 건축청이 제정한 친환경 건물 인증 프로그램인 ‘그린마크’의 최고 등급을 획득하며, 제조사 중 유일하게 고객의 엄격한 요구 조건을 충족해 주목을 받았다.

AI 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도 관심을 모았다. GPU(그래픽처리장치), CPU(중앙처리장치) 등 고발열 부품에 냉각 판을 부착하고 냉각수를 보내 열을 식히는 CDU(냉각수 분배 장치)와 초대형 냉방기인 칠러를 활용한 공기 냉각 솔루션 등을 선보였다. 이후 참석자들은 LG전자의 HVAC 제품이 실제 적용된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해 부산의 대형 주상복합단지, 파주의 대형 카페 등 다양한 현장을 방문키로 했다.

아시아 7개국 HVAC 컨설턴트들이 5월 19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초대형 냉방기인 ‘칠러(Chiller)’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LG가 아시아 7개국 컨설턴트를 초청해 HVAC 사업 경쟁력을 뽐내고 있는 것은 최근 가전 업계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선점하기 포석의 일환이다.

인도, 중동을 필두로 한 글로벌 사우스는 높은 경제 성장률과 풍부한 인구·자원을 바탕으로 제조업 및 도시 개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곳이다. 이에 따라, 공장, 오피스 등에서의 HVAC 수요도 급증하면서 B2B(기업 간 거래) 사업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 초청된 컨설턴트는 업무 시설, 쇼핑몰 등 대형 건물을 지을 때 건물의 규모와 용도, 에너지 효율 등을 고려해 최적의 HVAC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품의 선정과 공급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B2B 핵심 고객이다. LG전자는 이들에게 LG만의 독보적인 HVAC 역량을 소개함으로써 글로벌 사우스 시장 내 영향력을 대폭 제고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이미 글로벌 사우스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건 상태다. 지난 14일 케냐에서 아프리카 지역 컨설턴트를 대상으로 서밋을 연 LG는 이날 아시아를 거쳐 다음달에 중동, 오는 7월에 중남미까지 서밋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HVAC 컨설턴트 대상 서밋 뿐만 아니라, 현지 생산 거점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LG전자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 가전공장 건설 현장에서 착공식을 열었다. 스리시티공장은 LG전자가 인도 현지에 세 번째로 짓는 가전공장으로, 스리시티 내 100만㎡(약 30만2500평)의 대규모 부지에 들어선다. 연면적으로는 22만㎡(약 6만6550평)에 달한다. LG는 이번 신공장 건설에 약 6억달러(약 8400억원)를 쏟아부었다.

스리시티 가전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에어컨 150만대, 에어컨 컴프 200만대, 냉장고 80만대, 세탁기 85만대 수준이다.

첨단 설비와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가전 제품별 생산라인을 하나의 생산동에 한데 모았다. 국내 창원공장 통합생산동의 연간 생산 능력이 300만대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스리시티공장에서 생산 가능한 제품 물량 500만 대는 가히 압도적이다.

스리시티 가전공장이 완공되면 LG전자가 인도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제품 물량 또한 대폭 불어난다. LG는 향후 인도 내 총 연간 생산 능력이 에어컨 470만대, 냉장고 360만대, 세탁기 375만대, TV 200만대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신공장에서는 내년 말부터 에어컨 초도 물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후 2029년까지 에어컨 컴프·냉장고·세탁히 생산라인 등이 순차적으로 가동된다. 

LG전자가 스리시티공장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거점으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스리시티공장은 인도 남동부 거점 도시 첸나이 인근에 위치한다. 이에 인도양 해안과 인접해 수출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리시티 가전공장은 인도 전역은 물론 남아시아, 중동 등 인근 국가에도 HVAC 등 주력 제품을 더욱 원활히 공급하는 생산 기지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5월 8~10일 사흘 간 중국 소주와 상해에서 열린 ‘2025 삼성 중동 에어솔루션 데이’. <사진=삼성전자>

LG를 따라잡기 위한 삼성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HVAC 사업 거점인 중국 소주와 상해에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튀르키예 등 중동 8개국, 40여 명의 공조 전문 인력을 초청해 ‘2025 삼성 중동 에어솔루션 데이’를 개최했다. 에어솔루션 데이는 매년 해외 주요 공조 전문 거래처와 컨설턴트를 대상으로 시장 트렌드와 업계 현황을 공유하고, 삼성만의 차별화된 공조 솔루션을 제안하는 세미나 방식의 행사다.

참석자들은 세미나에 이어 삼성 HVAC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현장도 둘러 봤다. 중동 공조 전문 인력들은 삼성전자 중국 에어컨공장, 삼성전자 공조 제품이 설치된 최고급 주상복합센터 ‘동방지문’, ‘소주 국제금융센터’ 등 주요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했다. 또한 B2B 대상 솔루션인 ‘스마트싱스 프로’와 ‘빌딩 IoT(b.IoT)’ 등도 체험했다.

삼성이 중동 8개국 공조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HVAC 역량 알리기에 나선 것은 중동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주택 단지, 종합 의료센터, 고급 리조트 등 대규모 시설 중심으로 B2B 수주에 적극 힘쓰고 있다. 고온 건조한 기후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로 중동 공조 설비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효율 히트 펌프 제품 기반으로 원격 유지 보수, 통합 에너지 관리, 자동화 운영 등을 통합 지원하는 스마트 솔루션을 통해 중동의 가정용·상업용 HVAC 시장을 모두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HVAC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파격적인 결정도 내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유럽 최대 공조 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15억유로(약 2조3800억원)에 인수했다.

플랙트는 10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을 가진 공조 기기 업체로, △대형 데이터센터 △박물관 및 도서관 △공항·터미널 △대형 병원 등 다양한 시설에 고품질·고효율 공조 설비를 공급해 왔다. 특히 중동 시장에서 높은 신뢰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플랙트그룹을 품게 된 삼성은 B2B 대상 솔루션인 스마트싱스 프로, b.IoT 등에 플랙트의 공조 제어 솔루션을 결합해 중앙 공조 사업에서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학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은 “삼성전자는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 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HVAC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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