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부진’ 반도체 영업익 1.1조 ‘쇼크’…“‘HBM 패권 탈환’ 시동 건다”

시간 입력 2025-04-30 17:22:11 시간 수정 2025-04-30 17: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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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영업익 6.7조원…반도체 실적 하락 여파
삼성, 미래 성장성 확보 위해 HBM 역량 강화 방점
“주요 고객사에 HBM3E 개선 제품 샘플 공급 완료”
“1분기 저점 찍은 후 매 분기 계단식으로 회복 기대”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TV·가전 생산지 이전 검토”

AI(인공지능) 시대,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 선점에 실패한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HBM 판매 감소 등으로 인해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실적이 크게 부진하면서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7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HBM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5세대 HBM인 ‘HBM3E’를 필두로 HBM 공급망에 안정적으로 진입해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와 함께 차세대 HBM인 ‘HBM4’ 개발·양산을 서둘러 HBM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순항하고 있는 TV 및 가전 사업이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TV와 가전 일부 물량의 생산지 이전 등을 검토하는 등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1분기 매출액이 79조140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1조9156억원 대비 10.05% 증가한 수치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75조7883억원보다 4.42% 확대되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5’ 시리즈의 판매 호조와 고부가 가전 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매우 미미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 1분기 영업익은 6조68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6060억원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특히 주력인 DS 부문의 실적 하락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삼성 반도체의 실적은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의 영향으로 HBM 등 메모리 판매가 감소한 것이 뼈아팠다.

시스템LSI 사업은 주요 고객사에 플래그십 SoC(시스템온칩)를 공급하는 데 실패하며 수익성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고,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의 계절적 수요 약세와 고객사 재고 조정 및 가동률 정체로 파운드리 실적도 매우 부진했다.

반도체 사업의 위기는 경영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DS 부문의 올 1분기 영업익은 1조10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2분기 6조4500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하며 실적 반등의 신호탄를 쏘는 듯했던 DS 부문은 3분기 3조8600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4분기엔 2조9000억원으로 추락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올해 들어서도 반도체 영업익이 1조원선을 겨우 넘기며 최근 5개 분기 중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실적 전망도 암울할 것으로 점쳤다.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와 경제 성장 둔화 등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실적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미래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공개했다. 그 중에서도 최우선적으로 낙점한 전략이 ‘HBM 패권 탈환’이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 개선 제품을 앞세워 HBM 공급망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고, 향후 글로벌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DS 부문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에 HBM3E 개선 제품의 샘플 공급을 완료했고, 올 2분기부터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HBM 판매량은 올 1분기 저점을 찍은 후 매 분기 계단식으로 회복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4년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삼성 HBM3E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아직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삼성은 엔비디아 요구에 맞춰 성능을 더욱 높인 HBM3E 개선 제품을 양산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김 부사장이 이날 HBM3E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고 공개하면서 삼성 HBM의 영향력이 점차 커질 수 있다는 낙관론이 제기된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고객사들로부터 품질 테스트을 통과할 경우 삼성전자는 단숨에 HBM3E 글로벌 공급의 한 축을 도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엔비디아에 정식 칩 공급이 시작될 경우, 빠르면 2분기부터도 삼성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제고될 공산이 크다.

삼성은 6세대 HBM인 HBM4 개발과 공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HBM4는 고객사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대로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며 “커스텀(맞춤형) HBM의 경우 HBM4 및 7세대 ‘HBM4E’ 기반으로 복수의 고객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HBM4는 내년부터 매출에 기여할 것이다”며 “고객 수요 대응을 위한 필수 투자도 지속 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부가 D램의 시장 경쟁력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중국의 저가형 AI 모델 ‘딥시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후 서버뿐 아니라 PC, 스마트폰 등 엣지 제품에서도 AI 기능 활용을 위한 여러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올해 플래그십 세그먼트에서 AI 경쟁이 심화하면서 저전력 LPDDR5X의 고용량화가 시도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세대 LPDDR6을 비롯해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개선한 LPW(저지연광폭입출력) D램, LP-PIM(저전력-프로세싱인메모리)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에 대한 논의도 전개 중이다”고 덧붙였다.

차세대 기술 고도화에 매진함과 동시에 레거시(구형) 제품도 단계적으로 정리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은 고부가 제품에 집중한다는 전략에 따라 레거시 D램인 DDR4에 이어 3세대 HBM ‘HBM2E’의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메모리와 달리 파운드리는 거센 부침을 지속적으로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해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가운데 모바일, PC 수요 침체에 따른 고객사 수요 부진이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한 가동률 하락이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올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김 부사장은 “올 하반기에도 거시 경제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점진적 수요 회복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가동률 개선이 예상된다”며 “선단 노드에서는 안정적인 양산성을 확보해 고객사 신뢰를 높이고, 신규 수주 확대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DS 부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삼성전자 전사 실적을 견인한 MX(모바일경험)사업부는 2분기 비수기에 진입하게 된다. 이에 스마트폰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다만 삼성은 갤럭시S25 엣지 등 플래그십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신규 AI 기능과 라인업을 대폭 강화한 2025년 AI TV 신모델을 글로벌 출시하고, 프리미엄 전략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DA(생활가전)사업부는 비스포크 AI 신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고, 에어컨 성수기 판매 대응으로 매출 성장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폭탄 위기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TV와 가전 일부 물량의 생산지 이전 등을 검토 중이다.

박순철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주요국 통상 정책을 예의주시하며 관련국과 긴밀히 소통해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 중이다”며 “글로벌 생산 거점과 고객 관리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필요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전 세계에 진출한 글로벌 생산 기지와 판매 거점별로 상황에 따라 전략적이고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박 부사장은 “MX사업부는 반도체 파생 상품 관세 부과 시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바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엣지 신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다”며 “VD 및 DA사업부는 프리미엄 제품 확대를 추진하고, 글로벌 제조 거점을 활용한 일부 물량의 생산지 이전을 통해 관세 영향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1분기 삼성의 최대 효자 품목으로 부상한 모바일은 고성능·고부가 플래그십을 중심으로 실적을 선방하고, TV·가전은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겠다는 것이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 폭탄 우려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부사장은 “반도체 등 주력 제품이 상호 관세에서 제외된 대신 품목별 관세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어떤 추가 상황이 발생할지 불확실하다”며 “DS 부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품목 관세의 향배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대책을 지속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당면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삼성은 미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9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올 1분기 시설 투자는 직전 분기 대비 5조8000억원 감소한 12조원을 기록했다. 이 중 반도체 부문에 10조9000억원, 디스플레이 부문에 5000억원 등이 투입됐다.

박 부사장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미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주주 가치 제고와 미래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M&A)도 꾸준히 검토 중인 만큼 가시화되는 대로 즉시 공유하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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