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영업익 7.4조…‘6.6조’ 삼성 앞질러
주력 ‘HBM3E’ 12단 매출 비중, 절반 이상 될 듯
HBM4 12단, 올 하반기 본격 양산…완판 기대감↑
트럼프 관세 폭탄 우려에 “고객사와 협의, 공급 안정성 확보”

AI(인공지능) 시대, 글로벌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을 수성했다. 올해 1분기 7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SK는 삼성을 따돌리고 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트럼프발 관세 대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메모리칩 최강자의 위상을 더 드높인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특히 연평균 약 50% 증가하고 있는 HBM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6세대 HBM인 ‘HBM4’ 조기 양산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1분기 매출액이 17조639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조4296억원 대비 42%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확대됐다. 올 1분기 영업익은 7조44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8860억원과 비교해 158% 늘었다. 특히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익은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지난해 4분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통상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다”며 “SK는 올 1분기 과거와 확연히 다르게 당사 경쟁력을 입증하는 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 1분기는 AI 개발 경쟁과 재고 축적 수요 등이 맞물리며 메모리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에 따라 5세대 HBM ‘HBM3E’ 12단,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확대된 것이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이날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영업익이 7조원을 크게 웃돌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추월해 2개 분기 연속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공개한 잠정 실적을 통해 올 1분기 영업익이 6조6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뿐만 아니라 가전·모바일 등을 모두 포함한 삼성전자의 전사 실적을 뛰어 넘은 것이다.
SK가 삼성을 추월해 메모리 최강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AI 반도체 구동에 필수로 요구되는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한 덕분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2.5%로, 과반을 넘긴 상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SK는 고수익 AI 메모리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함으로써 D램 기술 리더십을 확보했다”며 “HBM 시장은 AI 반도체의 핵심 메모리로서 기술 선도력과 고객 맞춤형 대응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장이다”고 평가했다.
HBM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해 온 SK하이닉스는 지난 30여 년 간 ‘메모리 1등’을 지켰던 삼성전자를 제치고 전 세계 D램 시장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36%로, 1위에 올랐다. 점유율 34%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2위로 밀려났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사진=SK하이닉스>
SK는 올해도 HBM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HBM의 경우 고객사와 1년 전 공급 물량을 합의하는 제품 특성상 올해도 변함없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의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올 2분기 HBM3E 12단 제품의 매출 비중은 HBM3E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될 전망이다. 또한 AI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2024~2028년 HBM 수요의 연평균 성장률이 약 5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 봤다. 특히 내년에 주력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HBM4의 경우 대역폭 개선 효과가 커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장기 수요 성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기존 HBM 개발과 양산 경험을 기반으로 HBM4 역시 조기 양산을 위한 개발과 고객 인증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고객사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SK는 HBM4 12단 제품을 올 하반기 본격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달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들에게 HBM4 12단 샘플을 공급했다. 시장에서는 HBM4 경쟁에서도 가장 앞서 있는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 중 내년 물량을 ‘완판(솔드아웃)’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SK하이닉스는 추후 글로벌 불확실성이 심화될 것으로 염려하면서도, AI 메모리 수요가 견조한 만큼 반도체 출하와 이에 따른 실적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과 일부 국가 간 상호 관세 조치가 유예 중이지만,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관세 정책 방향과 이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기란 다소 어려워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들은 전반적으로 협의 중이던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며 칩 판매 둔화 및 실적 부진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 고객사로부터 벌어들이는 매출 비중은 감사보고서에 있는 법인 소재지 기준 약 60%로 높은 상황이다”면서도 “다만 관세는 미국 선적 물량에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본사를 미국에 둔 고객사라고 해도 선적은 미국 외 지역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미국에 직접 수출되는 비중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복잡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특성상 관세 기준과 방법 등 정책의 세부 사항이 필요한 만큼 현재로서는 정확한 영향을 산출하기에는 제약이 있다”면서 “향후 관세가 발효되는 시점에 고객사와 협의해 공급 안정성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대응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일부 고객사의 경우 단기적인 공급 풀인(pull-in) 수요를 앞당기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며 “PC와 스마트폰 같은 IT 기기는 당분간 관세 적용이 유예돼 AI 기능이 탑재된 신제품 출시 효과를 기대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 전에 구매를 서두를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교체 수요가 촉진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부 고객사의 공급 풀인 수요에도 재고 조정을 고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 1분기 중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구체화되기 전이었던 만큼 일부 고객의 풀인 수요 비중이 크지 않았다”며 “이마저도 PC, 스마트폰 등 제품에만 국한됐고, 고객사의 제품 수요도 유의미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 2분기에도 여전히 국가별 관세와 부과 대상 등 세부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며 “고객사 역시 수요에 대한 가시성이 높지 않아 풀인 수요가 재고 조정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신규 팹 M15X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HBM뿐만 아니다. 고부가 D램 경쟁력도 적극 강화해 나간다. SK는 AI PC용 고성능 메모리 모듈인 ‘LPCAMM2’를 올 1분기부터 일부 PC 고객사에게 공급했다. LPCAMM2는 LPDDR5X 기반의 모듈 솔루션 제품으로, 기존 DDR5 SODIMM 2개를 LPCAMM2 1개로 대체하는 성능 효과를 가지면서도 공간을 절약하고 저전력과 고성능 특성을 구현했다.
또 AI 서버용 저전력 D램 모듈인 SOCAMM은 고객사와 긴밀히 협업해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공급을 추진키로 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고용량 eSSD(기업용 SSD)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신중한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수익성 중심의 운영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주요 낸드 업체들의 감산 기조와 낸드 고용량화 수요가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 낸드 가격 회복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어 “생성형 AI 추론 서비스의 고도화로 고성능 TLC(Triple Level Cell) SSD(솔리스스테이트드라이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고용량 QLC(Quadruple Level Cell) SSD도 128TB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신규 생산 거점도 차질 없이 구축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1기 팹은 예정대로 오는 2027년 2분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청주에 건설 중인 M15X는 올 4분기 오픈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신규 팹은) 생산 능력 확보와 고성능 제품 대응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설비 투자 원칙’을 준수하며 수요 가시성이 높고 수익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투자 효율성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며 “AI 메모리 리더로서 파트너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기술 한계를 돌파해, 업계 1등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이익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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