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 ‘AI 칩’ 내달 양산하나…‘HBM 독주’ 삼성·SK, 셈법 복잡해졌다

시간 입력 2025-04-23 16:50:52 시간 수정 2025-04-23 16: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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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GPU ‘어센드 910C’ 개발…다음달 대량 양산 돌입
트럼프 대중 제재 강화에 엔비디아 칩 수출길 사실상 막혀
중국 시장서 엔비디아 AI 반도체 대체할 수도…“시간 문제”
‘엔비디아 HBM 파트너’ SK·삼성도 촉각…향후 실적에는 ‘부정적’

중국 화웨이가 미국 엔비디아의 AI(인공지능) 반도체 성능에 견줄 만한 첨단 칩을 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중국 내 고객사들에게 대량으로 공급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AI 칩 수출 통제가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자체 AI 칩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가 화웨이 칩으로 대체될 경우, 엔비디아의 대중 수출은 급감할 수 밖에 없고, 그간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해 온 K-반도체로서는 타격이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2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화웨이는 첨단 집적 기술을 활용해 기존 ‘어센드 910B’ 프로세서 2개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든 ‘어센드 910C’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개발했다.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910C는 기술적 혁신이라기 보다 아키텍처 상의 진전에 가까운 칩이다”며 “910B 연산 능력과 메모리 용량의 2배를 갖췄다”고 말했다.

중국의 AI 반도체 굴기는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다. 앞서 지난해 말 화웨이는 910C 샘플을 고객사들에게 배포하고, AI 칩 주문을 받았다. 일부 물량의 경우 벌써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화웨이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910C 대량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다만 화웨이측은 910C 성능 및 출하 계획 등에 대해서 논평하지 않았다.

중국 화웨이 본사.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독자 AI 칩 공급이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화웨이가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를 대체하는 것이 시간 문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엔비디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AI 칩 수출 통제로 당장 AI 칩 공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앞서 지난 9일 엔비디아는 미 정부로부터 AI 칩 H20을 중국에 수출할 때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어 14일에는 해당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지도 받았다.

이와 관련, 엔비디아측은 “미 정부는 이번 대중 제재와 관련해 ‘H20’이 중국의 슈퍼 컴퓨터에 사용되거나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근거로 들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엔비디아의 H20은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가 강화된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첨단 GPU(그래픽처리장치)로, 중국에 합법적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중 최고급 사양 AI 칩이다. 연산 능력은 낮지만 고속 메모리 및 기타 칩과의 연결성이 뛰어나 슈퍼 컴퓨터 제조 시 반드시 사용되는 칩으로 알려졌다.

비록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 ‘블랙웰’에 견줄 수는 없지만, H20의 성능은 이미 입증된 상태다. 올해 1월 저가형 AI 모델을 선보이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딥시크는 AI 모델 학습에 H20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견제로 H20 출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사진=SK하이닉스>

당장  AI 칩의 대중 수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중국 스스로 자체 AI 칩을 확보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차세대 AI 칩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AI 반도체 패권을 놓고 미중 양국 간 맞대결이 본격화하면서, 핵심 AI 메모리인 HBM을 공급하는 K-반도체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AI칩 수출 규제에 화웨이의 AI 칩 독자 양산이 본격화 될 경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장, 거대 AI 칩 시장인 중국에서 엔비디아의 위상이 흔들리면 AI 칩 구동에 필수인 HBM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의 AI 칩 출하량이 급감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HBM 등 고성능 메모리 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K-반도체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에 힘입어 엔비디아 AI 칩에는 SK·삼성의 HBM이 대거 탑재돼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의 H20에 들어가는 4세대 HBM ‘HBM3’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생산된 H20에는 SK하이닉스의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이 장착됐다는 소식도 들려 왔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제재와 화웨이의 자체 AI 칩 확보 등으로 엔비디아 AI 칩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K-반도체의 향후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HBM은 주문형 제품이기 때문에 당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장기적으로는 AI 칩 시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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