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시그넷, 최근 직원 대상 희망퇴직 신청 받아
SK “사업 경쟁력 강화 위한 통상적 인력 재배치”
업계 “전기차 캐즘·품질 이슈 따른 실적 부진 탓”
車 충전기 사업 재편 위해 구조조정 나선 듯
SK시그넷 리밸런싱 중점 추진…재무 개선 속도 내나
SK그룹의 전기차 충전기 업체 SK시그넷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이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제품 품질 문제 등 예기치 못한 악재까지 닥치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이다.
SK시그넷이 깜짝 구조조정에 나선 것을 두고 SK가 위기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재편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SK그룹은 이미 위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그룹 내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에 드라이브를 건 상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시그넷은 최근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번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4개월치 급여 지급 등이 조건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SK시그넷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뤄지는 통상적인 인력 재배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SK시그넷이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전면 개편하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21년 SK그룹의 지주사인 SK㈜가 시그넷 EV 지분 55.5%를 2930억원에 인수하면서 SK의 식구가 된 SK시그넷은 급속 전기차 충전기를 개발·생산하는 전문 업체다. 현재 미국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초급속 충전기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대전환하면서 최근 수년동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왔다. 이에 따라, 필수 인프라인 전기차 충전기 수요도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이에 SK시그넷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담당하는 효자 계열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SK시그넷은 2023년과 지난해 실망스러운 실적을 거뒀다. SK의 2023년 영업이익은 -1436억원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적자 폭이 더 불어나 -2452억원에 달했다.
SK시그넷이 2년 연속 영업 적자를 낸 것은 전기차 캐즘 등에 따른 업황 부진 여파로 수익성이 쪼그라든 것 뿐만 아니라 충전기 품질 이슈로 반품 피해비용 등을 고스란히 떠안은 때문으로 보인다.
전기차 수요 위축에 따른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SK시그넷은 당장 수출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지난해 SK시그넷의 급속 전기차 충전기 수출 매출은 186억원으로, 2022년 1308억원 대비 7배 이상 감소했다. 2023년에는 -169억원으로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속 충전기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완속 전기차 충전기 수출 매출은 아예 ‘0(제로)’였다. 2022년(1500만원), 2023년(9900만원)에는 1억원이 채 되지 않는 매출을 거뒀다.
제품 품질 문제 논란도 수익 악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앞서 2023년 미국에서 발생한 품질 이슈로 일회성 비용인 판매 보증비는 477억원까지 급증했다. 1년 새 무려 513% 늘어난 것이다. 이는 2023년 실적을 끌어 내리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렉트리파이아메리카(EA), 프란시스에너지 등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 또한 뼈아팠다. 2023년 SK시그넷의 고객사들은 312억원 규모의 전기차 충전기를 반품했다. 제품이 요구한 성능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SK시그넷은 지난해 말까지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하도록 제품을 개선해 재공급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SK시그넷 관계자는 “앞서 공급한 일부 제품이 고객사 요구 사양에 미달해 반품이 이뤄졌다”며 “요구 사양을 충족한 제품을 연내 공급하면 고객사가 재매입 하겠다는 조항을 회사 간 합의서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미국 내 전기차 급속 충전기 품질 문제로 발주 취소 및 유지 보수 비용 증가 등 악재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시그넷이 올해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SK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에서 ‘충전 인프라 확대 보조금(NEVI)’ 프로그램 중단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도로청(FHWA)은 최근 NEVI 프로그램을 중단한다는 공문을 각 주 정부의 교통 정책 담당자들에게 보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 업체들은 50억달러 규모의 연방 고속도로 충전소 지원금, 25억달러 규모의 지역 커뮤니티 시설 충전소 지원금 등을 지급 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해 온 SK시그넷은 올해 2월 기준 NEVI 프로그램 지급 대상으로 선정된 미국 985개 부지 중 189개 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부지에 대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SK시그넷은 사업 진행 상황과 고객사와의 협의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SK시그넷 관계자는 “올해 NEVI 집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후 미 FHWA 가이드라인 방향을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SK그룹이 SK시그넷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미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주도 하에 전사적인 차원의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중이다.
지난해 최 회장은 다가올 시장의 큰 파고(Big Wave)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그룹 리밸런싱을 선언한 바 있다. 그는 리밸런싱의 일환으로 운영 개선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운영 개선은 기존 사업의 효율을 높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제반 경영 활동이자 경영 전략이다.
당시 SK그룹은 운영 개선을 통해 3년 내 30조원의 FCF(잉여현금흐름)를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올 초 SK그룹 구성원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운영 개선의 빠른 추진을 통한 경영의 내실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영 개선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경영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접목해야 하는 ‘경영의 기본기’로 자리잡아야 함과 동시에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모든 경영의 요소들이 그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운영 개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는 우리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만큼 불편하고 힘들 수도 있다”면서도 “SK 고유의 ‘패기’로 끈기 있고 집요하게 도전하며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협업 한다면 기대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리밸런싱 선언 이후, SK그룹내 주요 계열사들은 사업 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실제 최근 SK그릅내 주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손익·현금흐름 개선, 자산 매각 등이 본격화하면서 그룹 재무구조가 빠르게 안정화 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SK그룹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45%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28%로 줄어 들었다. 또한 영업이익도 2023년 2조4000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1~3분기 18조200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렇듯 SK가 리밸런싱을 통해 그룹 계열사 재무 환경 개선이라는 실효성 높은 결실을 톡톡히 거둔 만큼 SK그룹은 SK시그넷 또한 리밸런싱의 대상으로 점찍고,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대한 전면 수정을 본격화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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