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멧 에어로스페이스, 보잉·에어버스에 납품 중단 공지
항공기 부품 해외 의존도 높아…보잉, 납기일 맞추지 못해
공급망 문제 대비 나선 대한항공, 보잉·GE 에어로와 협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내각 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제공=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관세 전쟁의 여파로 해외에서 조달하는 항공기 부품의 납기가 지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인력 감축과 지난해 동체 구멍 사건으로 보잉의 생산 속도가 둔화한 가운데 대한항공을 포함한 국내외 항공사들의 항공기 도입도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항공기 부품사인 하우멧 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보잉과 에어버스에 관세로 인해 일부 부품의 납품이 중단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발표 이후 주요 항공기 부품사가 납품 중단을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우멧 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엔진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부품 등을 공급하는 회사로, 지난해 매출이 74억달러(약 10조7000억원)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한 하우멧 에어로스페이스의 불가항력 선언이 항공기 부품사 전반으로 확산하면 공급망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항공기 부품 수급에 영향을 주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크게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의 품목별 관세와 국가별 상호관세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이 중 미국의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는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90일간 전격 유예됐다. 이에 따라 한국의 상호 관세율도 기존 25%에서 10%로 줄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항공기 주요 부품의 해외 부품사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실제 동체는 이탈리아(알레니아), 날개는 일본(가와사키), 엔진은 영국(롤스로이스)·미국(GE 에어로스페이스), 도어는 프랑스(라테코에르)·스웨덴(사브)에서 제작된다. 세계 2위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의 경우 대표 기종인 B787 항공기 1대에 230만개의 부품이 필요한데, 이 중 최소 30%를 해외 부품사에 의존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잉은 납기일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잉이 지난해 국내외 항공사에 인도한 상업용 항공기는 2023년(528대) 대비 33.7% 감소한 348대로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340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보잉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액은 6245대에 육박한다.
납기 지연의 원인은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감축과 노조 파업, 항공당국의 규제·감독 강화 등으로 복합적이다. 특히 지난해 1월 5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알래스카 항공 1282편이 승객 174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약 5000m 상공을 비행하던 중 동체 옆면 일부가 뜯겨 나가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보잉은 1년이 넘는 기간 악재에 시달려 왔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대한항공, 보잉, GE 3사 협력 강화를 위한 서명식’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네 번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왼쪽 세 번째),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 경영자(왼쪽 네 번째), 러셀 스톡스 GE에어로스페이스 상용기 엔진 및 서비스 사업부 사장 겸 최고 경영자(왼쪽 첫 번째) 등 양국 정부 및 기업 대표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항공>
국내 대형 항공사(FSC) 2곳 중 보잉 항공기 도입 물량이 남은 곳은 현재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아시아나항공은 2013년을 마지막으로 보잉 항공기를 들여오지 않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 역시 보잉의 납기 지연으로 신형기 도입 계획이 밀렸다. 대한항공은 2019년 파리에어쇼에서 보잉과 B787-10 20대, B787-9 10대 등 30대의 신형 여객기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들여올 계획이었지만, 2023년 10월에야 B787-9 1대가 처음 들어왔다. 지금까지 두 기종의 인도율은 36%에 그친다.
대한항공은 보잉·GE 에어로스페이스와의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항공기 공급망 문제에 대비하고, 적시에 차세대 기단을 도입할 방침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21일 미국 워싱턴 D.C. 에서 켈리 오트버그 보잉 CEO와 러셀 스톡스 GE 에어로스페이스 상용기 엔진 및 서비스 사업부 사장 겸 CEO를 만나 3사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대한항공은 보잉과 지난해 7월 영국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맺은 양해각서(MOU) 이행을 조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보잉 777-9 20대와 보잉 787-10 20대를 2033년까지 도입하고, 향후 비슷한 조건으로 항공기 10대를 추가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을 논의한 내용이다.
GE 에어로스페이스의 예비 엔진 8대(옵션 엔진 2대 별도) 구매와 보잉 777-9 항공기용 GE9X 엔진 관련 정비 서비스 계약도 빠르게 추진한다. 3사 간 협력 규모는 항공기 구매 249억달러(약 36조1000억원), 예비 엔진 구매·엔진 정비 서비스 78억달러(약 11조3000억원) 등 총 327억달러(약 47조4000억원)에 달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 출범에 맞춰 기단을 확대하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차세대 최신형 항공기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신형기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항공기 공급분을 조기에 확보해 중장기 기재 계획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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