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폭탄’ 유예, K-반도체 한숨 돌렸다…“품목 관세 임박, D-90 대책 서둘러야”

시간 입력 2025-04-10 16:45:56 시간 수정 2025-04-10 17: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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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상호 관세 90일 간 유예…10% 기본 관세만 부과”
세계 경제 충격·미국 등 주요국 반발에 13시간 만에 유예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 여전…“반도체 관세 최소 25%”
삼성·SK 칩 경쟁력 약화 우려↑…정부, 대응책 마련 속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부과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90일 간 이를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다.

K-반도체는 당장 관세 폭탄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며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안도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 메모리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삼성·SK가 관세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경우 칩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90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확보한 K-반도체는 트럼프 상호 관세 대응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떠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오후 1시 18분께(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더 올리되 다른 국가들에는 상호 관세를 90일 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오전 0시 1분 국가별 상호 관세가 전격 발효되 지 13시간여 만에 유예를 결정한 것이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 5일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토대로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미국이 많은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기본 관세에다 국가별로 차등화된 개별 관세를 더한 상호 관세를 9일 발효했다. 백악관이 최악의 침해국이라고 표현한 60여 개국에 상호 관세가 발효되면서 이들 국가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물품에 최소 수십%의 관세가 책정됐다.

미국은 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을 포함해 한국이 미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절반을 디스카운트(할인)한 25%를 상호 관세로 책정했다. 또 △베트남 46% △대만 32% △인도네시아 32% △인도 26% △일본 24% △유럽연합(EU) 20% 등도 고율 관세를 맞았다.

여러 국가가 트럼프 관세 리스크의 타깃이 되면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대외 불확실성이 큰 폭으로 확장됐다. 이러한 글로벌 경제 충격이 예상을 뛰어 넘고 미국과 주요국의 반발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발효 13시간여 만에 한발 물러섰다.

당초 상호 관세의 유예는 있을 수 없다고 장담했던 트럼프가 전 세계적인 반발과 금융 쇼크로 인해 손바닥을 뒤집은 것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소식에 K-반도체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AI 열풍에 힘입어 HBM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고율 관세에 따른 칩 경쟁력 약화 리스크를 덜게 됐다.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에 관세가 매겨지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SK의 첨단 칩 가격은 높아지고, K-반도체의 입지 또한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다만 유예 기간이 90일로 한정돼 있고, 기본 관세 10%는 그대로 적용되는 만큼,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상태는 아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여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25% 혹은 그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혀 왔다. 앞서 올 2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어느 정도로 부과할 것이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25%, 그리고 그 이상이 될 것이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그는 이어 “관세는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는 가운데, 글로벌 메모리 칩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근심도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AI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대미 수출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무협)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33억7000만달러 대비 3배 넘게 급증한 수치다.

K-반도체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미 정부의 대중 관세에 따른 반사 효과 덕분이다. 앞서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산 반도체에 25% 관세를 적용했다. 지난해 5월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반도체 관세율을 50%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중국 전자 제품의 보안 문제도 한국산 반도체의 수출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미국 내 주요 대학,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서버 구축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를 중국산에서 한국산으로 대거 교체한 바 있다.

AI 핵심 메모리인 HBM 열풍도 한몫했다. 챗GPT 등 생성형 AI가 날로 고도화되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첨단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흐름에 수혜주로 부상한 제품이 바로 HBM이다.

HBM의 인기는 삼성·SK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K-반도체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이미 절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38%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삼성·SK의 점유율 합산은 91%로, 사실상 K-반도체가 전 세계 HBM 공급을 전담하고 있다.

한국산 반도체의 인기가 고공행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K-반도체의 경쟁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보편 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반도체 수출이 지금보다 4.7~8.3%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해 기준 106억8000만달러에 달했던 대미 반도체 수출 규모가 최대 8.3% 줄어든 97억9356만달러로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약 10억달러(약 1조4590억원)의 수익이 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SK를 지키기 위한 대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우리 반도체 업계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대응과 지원을 더욱 강화키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 주재로 반도체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업계는 미 정부의 관세 조치에 따른 우리 기업의 영향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재정 지원 확대, 세게·금융 지원 강화, 분산 에너지 설비 설치 의무 등의 규제 개선 등 과제를 논의했다.

정부는 통상 리스크에 대응해 수출 애로 긴급 대응, 투자 인센티브 강화, 칩 생태계 강화 등 반도체 지원 방안을 조속히 마련키로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맨 왼쪽)이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통상 리스크 대응 반도체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맨 왼쪽)이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통상 리스크 대응 반도체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먼저 수출 애로 대응을 위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관세 대응 119’, ‘관세 대응 바우처’ 등을 통해 관세·원산지 등 컨설팅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트리니티 팹’ 운영 법인을 올 상반기 중 설립하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개발 제품이 빠르게 양산으로 이어지도록 뒷받침한다. 수입에 의존하는 소재·부품에 대한 비용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관련 대책도 검토할 계획이다.

반도체 신수요 창출을 위해 ‘국가 AI 컴퓨팅 센터’에 국산 반도체 활용을 확대하고, 중동·동남아에 AI 데이터 센터 등 수출 활로 개척을 위한 현지 네트워크 지원에도 적극 나선다.

또한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용인 1호 팹 착공을 시작으로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한 전력·폐수 등 기반 시설 지원 한도를 상향하고, 송전망 지중화 비용 분담 등 추가 재정 지원을 추진한다.

반도체 제조 시설에 대한 분산 에너지 설비 설치 의무 적용 완화를 검토하는 한편, 유해 화학 물질 소량 취급 시설 설치 검사 처리 기한 단축 등 규제 개선도 추진한다.

아울러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국회와 협력해 ‘반도체 특별법’ 입법을 서두르기로 했다. 

안 장관은 “우리가 직면한 통상·공급망 리스크는 민·관이 온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는 긴밀한 대미 협의를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해 반도체 지원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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