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36%…34% 삼성 앞질러
HBM 호황 덕분…삼성 주력 범용 메모리 부진도 영향
올 2분기도 SK 선두 수성할 듯…“HBM 수요 더 확대”
최태원 뚝심 ‘눈길’…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 전폭 지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의 눈부신 성장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SK의 미래 먹거리로 반도체를 낙점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뚝심이 13년 만에 빛을 발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은 36%로 집계됐다. 이에 34%를 기록한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로 도약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D램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양사의 점유율은 삼성 41%, SK 30%로, 10%p 이상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같은해 4분기엔 삼성 37%, SK 35%로, 2%p 수준으로 좁혀졌고, 올 1분기엔 마침내 역전됐다.
삼성과 SK의 자리가 서로 뒤바뀐 데는 HBM(고대역폭메모리) 호황이 주효했다. SK하이닉스는 AI(인공지능) 핵심 메모리 HBM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삼성전자의 주력인 범용(레거시) 메모리 반도체가 수요 침체와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로 부진했던 것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SK하이닉스가 D램 분야, 특히 HBM에 대한 강력한 수요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결과다”며 “SK에 큰 이정표가 되는 사건이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에도 선두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HBM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와 관련해 황민성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디렉터는 “단기적으로 AI 수요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HBM 시장은 무역 충격에 영향을 덜 받을 것이다”며 “HBM의 주요 적용처인 AI 서버는 국경 없는 제품군이어서 무역 장벽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도 당분간 SK하이닉스의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SK가 차세대 HBM 개발에 전사적 기술 역량을 쏟아 부으며 ‘HBM 1등 굳히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6세대 HBM인 ‘HBM4’ 12단 제품을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미 SK는 HBM4 주도권 경쟁에서 가장 앞서 가고 있다. 지난달 19일 SK하이닉스는 HBM4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들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샘플로 제공한 HBM4 12단 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를 자랑한다. 무려 초당 2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역폭을 구현했다. 이는 5GB 용량의 FHD급 영화 400편 이상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으로, 이전 세대인 ‘HBM3E’ 대비 60% 이상 빨라졌다.
용량도 12단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선 세대를 통해 경쟁력이 입증된 어드밴스드 MR-MUF(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 공정을 통해 12단 기준 최고 용량인 36GB를 구현했다. 아울러 칩의 휨 현상을 제어하고, 방열 성능도 높여 제품의 안정성도 극대화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시장을 이끌어 온 기술 경쟁력과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HBM4 12단 샘플을 출하해 고객사들과 인증 절차를 시작하게 됐다”며 “양산 준비 또한 올 하반기 내로 마무리해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뛰어 넘어 글로벌 D램 시장 1위에 오른 데는 최 회장의 글로벌 AI 리더십과 뚝심 있는 투자가 뒷받침된 덕분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2012년 최 회장은 SK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반도체를 낙점하고, 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했다.
반도체는 고(故) 최종현 회장이 선경반도체를 설립하며 진출했던 사업 분야다. 그러나 당시 제2차 오일 쇼크가 닥치며 SK는 반도체 사업을 접어야 했다.
전례를 교훈 삼아 최 회장은 2010년 전문가를 초청해 서울 모처에서 반도체 공부 모임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반도체 시장의 미래와 SK하이닉스 인수의 실익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연간 2000억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최 회장은 주변의 반대에도 약 3조5000억원을 들여 SK하이닉스를 전격 인수했다.
인수된 지 13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최 회장의 뚝심은 적확하게 들어맞았다. SK하이닉스는 끊임없는 노력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톱 AI 메모리 기업으로 거듭났다. 특히 AI 열풍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SK하이닉스의 HBM 역량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강화될 수 있었던 것은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의 안정적인 투자에 힘입어 HBM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다.
이같은 공격적인 투자 기조는 성공적인 경영 실적으로 이어졌다. SK그룹에 인수되기 전만 해도 만년 적자 기업으로 낙인 찍혔던 SK하이닉스는 그룹에 편입된 이후인 2012년 4분기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이후 지독한 반도체 한파였던 2023년을 제외하고 흑자 기조를 지속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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