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상호 관세’ 부과 첫 날…K-반도체·모바일·가전, 수출길 ‘비상’

시간 입력 2025-04-09 17:39:11 시간 수정 2025-04-09 17: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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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호 관세, 한국시간 9일 오후 1시 1분부로 전격 발효
中에 무려 104% 부과…베트남 46%·인도 26%·한국 25%
해외 생산 거점 확장해 온 삼성·SK·LG, 관세 폭탄 직격탄
관세 부담 급증…“차라리 한국으로 유턴해야 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고율의 상호관세 조치가 한국시간으로 9일 오후 1시 1분을 기해 본격 시행됐다. 세계 각국에 부과된 ‘트럼프발 관세폭탄’이 현실화 하면서, 한국은 물론 중국, 베트남 등 주요국에 생산 거점을 구축해 온 국내 기업들은 당장 초비상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 국내 대표 수출품목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 SK, LG 등은 트럼프 관세 리스크의 최대 희생양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당장, 주요 업체들은 신제품 출시 대상국에서 관세 논란이 큰 미국을 제외하거나, 고율의 관세가 예고된 중국, 베트남 등지의 생산 거점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국가로 이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60여 개국에 부과키로 했던 국가별 상호 관세가 9일 0시 1분(현지시간) 정식 발효됐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 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미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 왔으나 더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토대로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미국이 많은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기본 관세에다 국가별로 차등화된 개별 관세를 더한 상호 관세도 이날 매겨졌다.

백악관이 ‘최악의 침해국’이라고 표현한 60여 개국에 상호 관세가 발효되면서 이들 국가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물품에 최소 수십%의 관세가 책정됐다.

최악의 침해국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됐다. 미국은 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을 포함해 한국이 미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절반을 디스카운트(할인)한 25%를 상호 관세로 책정했다. 한국 이외에 △베트남 46% △대만 32% △인도네시아 32% △인도 26% △일본 24% △유럽연합(EU) 20% 등도 타깃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에서 상호 관세 부과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참석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에서 상호 관세 부과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참석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50%의 보복관세 까지 더해 무려 104%의 상호 관세를 때려 맞았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상호 관세가 34%라고 고지했다. 그러나 중국이 해당 관세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을 더욱 높이며 맞불을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기존 34%에서 84%로 인상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결국 이날 매겨진 상호 관세 84%에 사전에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20%가 더해지면서 중국에 부과된 관세는 총 104%로 치솟게 됐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한파가 거세게 불어 닥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수출길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최악의 침해국으로 꼽은 국가 가운데 K-반도체, K-모바일, K-가전의 주요 생산 거점이 구축된 국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 SK, LG 등 대기업들은 인건비 등 여러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세계 각국으로 생산 시설을 확장해 왔다.

대표적인 업종이 바로 모바일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생산 거점을 한국, 베트남, 인도 등으로 다변화 한 상태다.

삼성이 제조국별 스마트폰 생산 비중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다. 다만 업계에선 베트남에서 갤럭시 전체 물량의 절반가량이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어 30%가량은 인도에서, 한국 등에서 나머지 물량을 제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베트남에 부과된 상호 관세율은 46%다. 베트남에서 만들어진 갤럭시 물량 전체가 미국으로 수출될 경우, 관세에 따른 비용 부담은 무려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베트남 스마트폰공장 이전 없이 관세 부과를 100% 흡수한다면 스마트폰 영업이익의 3분의 1이 직접적 관세 영향에 노출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25’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S25’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중국에서 스마트폰공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지는 않으나 삼성 모바일도 중국에 적용된 104%의 상호 관세의 직격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의 22%를 중국 내 업체에 외주 생산을 맡기는 ODM(제조업개발생산) 방식으로 제조했다. 결국 삼성 갤럭시 5대 중 1대는 104%의 고율 관세를 적용 받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관세에 따른 비용 부담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갤럭시의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이 대폭 쪼그라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 65%, 삼성 18% 등이었다. 삼성이 애플을 맹추격 중인 상황에서 갤럭시 판매 가격이 오르면 제아무리 AI(인공지능) 폰이라 할지라도 갤럭시의 인기 하락은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이 향후 갤럭시 신제품을 미국에 출시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IT 매체 샘모바일은 8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초박형 스마트폰 ‘갤럭시S25 엣지’ 초기 출시국이 한국과 중국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명 IT 팁스터 아이스유니버스도 “갤럭시S25 엣지는 다음달 말 출시될 예정이다”며 “먼저 출시하는 지역은 한국과 중국 두곳 뿐이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삼성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해 갤S25 엣지를 미 현지에 내놓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TV·가전도 상황은 비슷하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LG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TV를, 인도에서 가전을 주로 양산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TV, 중국과 태국에서 가전을 중점 생산한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발효로 해외 사업장에서 만들어진 삼성과 LG의 TV·가전 제품에는 최소 30%대의 관세가 매겨지게 됐다. 생산 비용을 낮추려 해외에 공장을 지은 보람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관세율이 가장 낮은 한국으로 다시 생산 라인을 옮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상호 관세가 25%인 만큼 주요국의 대체 생산 거점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반도체의 해외 생산 설비는 특정 국가에 집중적으로 구축됐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를 요구하고, 인프라 충족 요건도 까다로워 공장 건립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반도체는 한국과 중국 등 소수의 국가에만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날부로 삼성·SK는 관세 리스크에 맞닥뜨렸다. 특히 중국 공장에서 양산된 반도체에는 104%라는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공장을, 쑤저우에서 반도체 후공정(패키지)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에서 D램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설을 가동 중이고, 다롄에 있는 인텔의 낸드공장을 인수해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중국 내 반도체 생산량은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낸드의 28%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1%와 낸드의 31%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 만들어진 반도체는 범용(레거시) 메모리 비중이 높아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104%의 관세 폭탄에서 다소 자유로울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공장에서 양산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도 국내에 적용되는 상호 관세 25%를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반도체는 상호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당장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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