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부진 벗고 ‘반도체의 봄’ 오나…1분기 영업익 6.6조 ‘선방’, 트럼프 관세 폭탄 ‘변수’

시간 입력 2025-04-08 17:21:00 시간 수정 2025-04-08 17: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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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매출액 79조…역대 분기 매출 최대치 근접
‘영업익 4조원대’ 시장 우려 뒤엎고 6.6조 흑자 ‘선방’
갤S25 출시 효과·D램 가격 상승, 삼성 실적 쌍끌이
반도체 재도약 기대감↑…1조원대 영업익 가능성
“바닥 찍었다”…반도체 필두로 실적 반등 기대감↑

삼성전자가 당초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깨고 1분기 6조원대의 분기 영업이익을 거뒀다. AI(인공지능) 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갤럭시 S25’ 판매 호조에 이어 D램 등 메모리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업계 전망치를 뛰어 넘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잠정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면서 삼성전자의 경영 성적이 빠른 시일 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삼성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범용 D램 시장 호조와 가격 상승으로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1분기 매출액이 79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1조9200억원 대비 9.84%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분기 기준 최대치인 지난해 3분기 79조1000억원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올 1분기 영업익은 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6060억원과 거의 동일했다. 

삼성전자가 6조원을 크게 상회하는 영업 흑자를 냈다는 소식에 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삼성의 올 1분기 영업익이 4조원대에 머물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4조9613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영업익 2조8247억원에 그쳤던 지난 2023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러나 실제 갤S25 시리즈 출시 효과와 D램 출하량 호조로 시장의 눈높이를 크게 뛰어 넘는 6조원대 영업익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갤럭시S25’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S25’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1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은 갤S25를 앞세운 삼성 모바일이 주도했다. 지난 2월 출시된 갤S25 시리즈는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단 기간인 21일 만에 국내 판매 100만대를 달성하는 등 수익성 제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증권 업계에선 모바일 사업을 영위하는 MX(모바일경험)사업부에서 4조원 안팎의 영업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삼성의 주력인 반도체가 바닥을 찍고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는 점이다. 증권 업계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올 1분기 영업익이 1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앞서 증권 업계에서는 삼성 반도체가 1분기에 적자전환 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LS증권은 올 1분기 DS 부문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4000억원으로 잡았다. IM증권도 -3690억원으로 예상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IT 수요 침체가 길어진 데다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까지 겹쳐 범용 메모리 수익이 추락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그러나 막상 성적표를 받아보니 시장의 우려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비록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DS 부문의 영업익 2조9000억원보다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지만, 흑자 기조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다.

삼성 반도체가 양호한 실적을 거둔 데에는 중국의 소비 촉진 정책인 ‘이구환신(以舊換新)’ 효과가 주효했다. 이구환신은 낡은 제품을 새 것으로 교체하도록 독려하는 중국 정부 정책으로, 스마트폰, PC 등의 전방 IT 수요 확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에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사업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조치에 앞서 메모리 반도체를 비축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칩 출하가 급증한 것도 DS 부문 실적 제고에 보탬이 됐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사업도 예상보다 호조세를 띤 것으로 관측된다. 이외에 전장 사업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고, 중국의 도전을 받는 TV 사업 등도 예상보다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DA(생활가전)사업부를 제외하고 전 사업부 실적이 업계의 기대치를 상회할 것으로 점쳐진다”며 “올 1분기 실적을 저점으로 4분기까지 증익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 봤다.

잠정 실적이긴 하나 분기 영업익이 시장의 전망을 크게 상회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이 본격적인 상승세에 올라탈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 반도체가 재도약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DS 부문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것은 최근 메모리 호황기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D램 가격이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D램 가격이 오르면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의 실적은 동반 상승하게 된다.

메모리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고객사와 채널 파트너사 등에 D램 일부 제품군의 가격 인상 계획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도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메모리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주문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복합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삼성 내부의 의지도 삼성 반도체 재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이 회장은 삼성그룹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순차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메시지를 내고,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경영진들을 질책했다.

특히 이 회장은 삼성전자 DS 부문의 각 사업부를 강하게 꾸짖은 바 있다. 그는 “메모리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AI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했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사업부에 대해선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DS 부문 임직원들은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력을 최우선적으로 제고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에 반도체 기술 전문가를 대거 보강하며 첨단 칩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키로 했다. 삼성은 신규 사외이사로 반도체 전문가인 이혁재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를 선임했다. 신규 사내이사의 경우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과 송재혁 DS 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을 선임했다.

다수의 칩 베테랑들을 이사회에 합류시킨 삼성전자는 눈앞에 닥친 글로벌 복합 위기를 극복할 타개책을 마련하고, 반도체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려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을 되찾겠다는 복안이다.

HBM 역량도 대폭 끌어올려 5세대 HBM인 ‘HBM3E’ 개선 제품을 올 1분기 말부터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고, 2분기엔 본격적으로 공급을 확대키로 했다. 6세대 ‘HBM4’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c(10나노급 6세대) 공정 기반 HBM4는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존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4년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삼성 HBM3E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4년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삼성 HBM3E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증권 업계에서는 HBM 경쟁력 확보 여부에 삼성 반도체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b(10나노급 5세대) DDR5, 1a(10나노급 4세대) HBM3E 제품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삼성 메모리 경쟁력 및 실적 개선 여부는 HBM3E 12단 개선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발 관세 폭탄 등의 여파가 상존한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를 대상으로 품목별 관세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품목별 관세를 부여할 경우, 당장 2분기부터 D램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면서 다시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반도체에도 적용될 경우 삼성 반도체는 수요 감소와 재고 부담 등 겹악재를 배제할 수 없다”면서 “반도체 시장을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포함한 올 1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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