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관세폭탄’은 겨우 피했지만…“품목별 관세부과·‘반도체 겨울’ 우려”

시간 입력 2025-04-03 17:41:15 시간 수정 2025-04-03 17: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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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에 “최악의 침해국”…상호 관세 25% 부과키로
반도체, 상호 관세 미적용 대상 포함…삼성·SK, 안도의 한숨
품목별 관세부과 가능성 상존…“칩 관세 최소 25%”
IT 기기 등 전방 산업 타격…반도체 수요 위축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 세계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관세전쟁의 도화선을 당겼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에 25%에 달하는 관세폭탄을 공식화 하면서,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경제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다만, 수출효자 상품인 반도체 부문은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당장 관세 리스크를 피하게 됐다. 

그러나 K-반도체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후속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비록 상호 관세 대상에선 제외되기는 했지만,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발 관세폭탄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자동차, 디지털기기를 비롯한 주요 제품에 대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을 경우, 반도체 시장도 다시 겨울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미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키로 하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 왔으나 더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번 행정 명령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토대로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를 이달 5일부터 부과키로 했다. 이어 미국이 많은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 기본 관세에다 국가별로 차등화된 개별 관세를 더한 상호 관세를 이달 9일부터 매기겠다고 엄포를 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에서 상호 관세 부과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참석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악관이 ‘최악의 침해국’이라고 표현한 60여 개국 중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됐다. 

미국은 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을 포함해 한국이 미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절반을 디스카운트(할인)한 25%를 상호 관세로 부과했다. 한국 이외 국가의 상호 관세율은 △베트남 46% △중국 34% △대만 32% △인도 26% △일본 24% △유럽연합(EU) 20% 등이다. 미국이 FTA를 체결한 국가중에서는 가장 높은 관세율이다. 특히 경쟁국가로 분류되는 일본, EU 등과 비교해서도 높은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25%의 높은 상호관세를 매기면서 국내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12일 25%의 관세가 부과된 철강 및 알루미늄, 이달 3일(현지시간)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자동차에 이어, 이번 상호 관세로 대부분의 수출 품목이 트럼프발 관세폭탄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관세폭탄의 한파를 맞게 된 상황이지만, 국내 최대 수출품목인 K-반도체가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그나마 한시름을 덜게 됐다.

이날 백악관은 상호 관세 미적용 대상으로 철강, 자동차 외에 △반도체·구리·의약품·목재 △향후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품목 △금괴 △에너지 및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특정 광물 등을 거론했다.

그간 산업계는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에 높은 관세가 매겨지는 것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SK에 관세가 매겨질 경우, 그만큼 첨단 칩 가격이 높아지고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를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서는 당장 관세 리스크 부담을 덜게 됐다. 

이와 관련,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빅테크가 AI(인공지능) 기반 첨단 산업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의 득실을 따져봐야 하니 미 정부도 당장은 부과하지 않기로 한 것 아니겠나”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다만 안심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당장은 상호 관세 부담에서 자유로워졌지만, 장기적으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관세 폭탄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25% 혹은 그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혀 왔다. 앞서 올 2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어느 정도로 부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25%, 그리고 그 이상이 될 것이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그는 이어 “관세는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이날 백악관이 폼목별 관세를 여전히 고려 중이라는 뜻을 시사하면서, 향후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여지도 남겨놓은 상황이다.

백악관은 반도체가 이번 상호 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품목별 관세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상호 관세든 품목별 관세든, 국내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관세 폭탄의 직접적인 타깃이 될 경우, 세계 메모리 칩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큰 피해가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AI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대미 수출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무협)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33억7000만달러 대비 3배 넘게 급증한 수치다.

K-반도체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미 정부의 대중 관세에 따른 반사이익 덕분이다. 앞서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산 반도체에 25% 관세를 적용했다. 지난해 5월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반도체 관세율을 50%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중국 전자 제품의 보안 문제도 한국산 반도체의 수출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미국 내 주요 대학,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서버 구축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를 중국산에서 한국산으로 대거 교체한 바 있다.

AI 핵심 메모리인 HBM 열풍도 한몫했다. 챗GPT 등 생성형 AI가 날로 고도화되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첨단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흐름에 수혜주로 부상한 제품이 바로 HBM이다.

HBM의 인기는 삼성·SK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K-반도체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이미 절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38%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삼성·SK의 점유율 합산은 91%로, 사실상 K-반도체가 전 세계 HBM 공급을 전담하고 있다.

한국산 반도체의 인기가 고공행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K-반도체의 경쟁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보편 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반도체 수출이 지금보다 4.7~8.3%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해 기준 106억8000만달러에 달했던 대미 반도체 수출 규모가 최대 8.3% 줄어든 97억9356만달러로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약 10억달러(약 1조4641억원)의 수익이 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직접 수출 피해 뿐만 아니다. IT 기기 등 전방 산업의 수요 위축에 따른 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발표에서 반도체는 제외 품목으로 지정됐지만 IT 디바이스에 대한 관세는 면제되지 않았다”며 “대부분의 세트 조립이 중국,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과 같은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모바일, PC 등 IT 기기 수요 또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IT 기기의 수요 둔화가 후방 산업인 반도체 업계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이날 트럼프의 관세폭탄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이번 발표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며 품목별 관세 부과 등에 대한 대응책을 다각도로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K-반도체 진영은 북미 대관 담당 등을 총동원해 회사에 미칠 영향 등을 따져본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이후 상황을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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