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에 25% ‘관세 폭탄’…한미 FTA 무력화, EU·일본보다 높아

시간 입력 2025-04-03 08:48:09 시간 수정 2025-04-03 08: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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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모든 국가에 ‘10+α’ 관세…중국 34%·유럽 20%·일본 24% 등 부과
기존 관세 발표했던 철강·자동차는 상호 관세 제외…반도체·의약품도 배제
한덕수 대행, ‘긴급 경제안보전략 TF’ 회의 열어…“정부 역량 총동원, 피해 최소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수치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워싱턴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수치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워싱턴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이나 일본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미국 시장을 겨냥한 한국 기업들의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설을 통해 이 같은 방침을 공개하고, 곧바로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상호관세 조치의 배경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미국 기업에 부과하는 각종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을 상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것으로, 기존에 일부 품목이나 특정 국가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관세를 ‘모든 수입품’으로 확대했다. 다만, 지난달 25% 관세가 발효된 철강·알루미늄과 3일 0시1분 발효되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은 이번 상호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구리, 의약품, 반도체 및 목재에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으며, 금괴, 미국에서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 및 기타 특정 광물 등도 배제했다.

발표에 따르면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유럽연합, 대만 등 주요 무역 상대국에 각각 20~49%에 이르는 상호관세가 매겨진다. 한국은 25%의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는데, 이는 일본(24%)과 유럽연합(20%)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외 국가들의 상호 관세율은 △중국 34% △대만 32% △영국 10% △스위스 31% △인도 26% △인도네시아 32% △태국 36% △베트남 46% △말레이시아 24% △캄보디아 49% △남아프리카공화국 30% 등으로 적용된다. 앞서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유예했던 캐나다와 멕시코는 상호 관세 대상국에서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타국가들이)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면서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드디어 우리는 미국을 앞에 둘 것"이라면서 “이것이야말로 미국의 황금기”라고 강조했다.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 손에 든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워싱턴 AFP·연합뉴스>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 손에 든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워싱턴 AFP·연합뉴스>

특히 수출로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한국은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 유럽연합보다도 높은 25%의 상호관세를 부담해야 해 이들 국가 업체들보다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커졌다. 더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결과를 낳으면서, 한국 정부는 미국과 새로운 통상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對美) 수출액은 127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자동차, 반도체, 석유제품, 배터리 등이 대표적인 대미 수출 품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여러 국가가 비(非)금전적 무역장벽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며 무역장벽 문제를 계속 제기해왔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FTA 체결국임에도 불구하고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이 높으며, 농축산물 분야에 비관세 장벽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으로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적용된 25%는 ‘디스카운트(할인)’된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 캐나다, 중국 등 주요 교역 상대국들은 즉각 보복 조치를 예고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해온 미국이 보호무역 체제로 돌아서면서, 세계 통상 질서의 급격한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후 협상을 통해 이번 상호관세 조치를 조정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지만, 미국 고위 당국자는 “우선은 이 새로운 관세 체제가 자리 잡게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해 단기간 내 큰 변화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상호관세 대응 긴급 경제안보전략TF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상호관세 대응 긴급 경제안보전략TF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한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에 대한 '긴급 경제안보전략 TF(태스크포스)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박성택 산업부 1차관, 김홍균 외교부 1차관, 남형기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참석했다.

한 권한대행은 미국이 발표한 상호관세의 주요 내용을 보고 받고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로 다가온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통상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 대행은 안 장관에게 “기업과 함께 오늘 발표된 상호관세의 상세 내용과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금부터 본격적인 협상의 장이 열리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미 협상에 적극 나서달라”며 “자동차 등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로 영향을 받을 업종과 기업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도 범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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