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만에 공매도 전면 재개…거래소 “NSDS로 공매도 전산화”
첫날부터 과열현상에 결국 43개 종목 공매도 금지…전산오류 가능성도 우려
증권가 “공매도 재개 따른 증시 변동성 확대 단기에 그칠 것”

지난 17개월간 금지됐던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시장에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공매도 금지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살아나며 국장 ‘밸류업’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당초 공매도가 금지 원인으로 지목했던 편법투자 우려가 해소됐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함께 제기된다.
무차입 공매도 근절을 위해 전면 금지되었던 조치가 시스템 구비로 종료됐다고 하지만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간의 불평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됐는지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일단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보고, 공매도 재개의 부정적 영향이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1월부터 17개월간 일시적으로 국내 증시에서 금지됐던 공매도가 지난달 31일부로 재개됐다. 이에 앞서 2020년 3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 후 2021년 5월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다. 따라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재개는 5년만이다.
◆ 기관·외국인에 ‘기울어진 운동장’ 수정… 불법 공매도 횡횡, NSDS 시스템 도입해 전산화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시간이 지나 주가가 하락하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사서 갚는 투자 방법이다. 현재 주가보다 앞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뒤 거래를 체결하는 것으로, 하락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공매도 금지 전인 2022년 기준 국내 시장에서 공매도의 기관‧외국인 비중은 98%에 달했으며, 개인투자자는 2%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공매도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외국인과 기관은 실시간으로 공매도를 수행할 수 있는 반면 개인은 대주 물량과 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사실상 참여가 제한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줄 곧 제기돼 왔다.
이번 공매도 재개 이후 상장주식을 공매도하려는 법인과 공매도 주문을 수탁받는 증권사에 무차입 공매도 방지시스템을 갖출 것을 의무화했으며, 또 개인투자자가 기관투자자와 동일한 상환기간(기본 90일, 최대 12개월), 담보비율(105%)을 적용받게 된 점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인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불법‧편법적인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개선 사항도 당분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당초 우리나라의 공매도 주문 시스템은 ‘수기(手技)’로 이뤄졌다. 주식을 빌리는 투자자가 유선이나 메신저로 차입 협상 후 그 결과를 자사의 주식 대차시스템에 직접 수기로 입력하는 것이었다. 이를 악용한 편법적 공매도가 시장 하락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시연회'에서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 불법 공매도 적출 시연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올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모든 매도주문에 대해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조기 탐지하는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 NSDS 실효성은 앞으로 발표될 불법·편법 공매도 적발 건수 증감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측은 “기관투자자의 잔고 변동내역을 중앙 시스템에서 신속하게 집계해 무차입 공매도를 조기 탐지하는 시스템”이라며 “투자자별 일별 마감잔고를 독립적으로 산출하고 투자자 잔고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기관 내 잔고관리 시스템의 유효성을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19일 NSDS 시연회에서 “원래 무차입 공매도는 주문을 낼 때 무차입 여부가 탐지돼야 하나, 현실적으로 여러 전산상 이유로 결제 시점에 결제가 이뤄지면 무차입 공매도가 아닌 정상적 공매도로 인정돼 왔다”며 “이번에 전산적 문제 해결에 나섰다”고 밝혔다.
◆공매도 재개 이틀만에 과열종목 속출…전산오류 발생 우려도
시스템 보완 이후에도 여전히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은 분위기다. 단기적 수급 충격과 장기적 시장 안정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대목이다.특히 공매도 재개 초기 시장 과열 현상이 일어나면서, 전산오류 등이 발생할 경우 더 큰 사고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매도 재개 첫날인 지난달 31일 국내 증시의 공매도 거래 규모는 총 1조7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외국인의 거래 비중이 90%를 차지하며, 외국인 재유입에 따른 ‘증시 부양’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반면 공매도 재개를 계기로 당분간은 오히려 증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우려도 있다. 실제로 공매도가 재개된 지 불과 이틀 만인 지난 1일 SK하이닉스, 카카오, 한미반도체 등 43개 종목이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분류되면서 하루 동안 공매도가 금지됐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지난 2021년 공매도 부분 재개와 같은 변동성 확대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공매도에 따른 영향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인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KB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 2021년 공매도 재개 후 대차잔고가 많이 늘어난 업종이 수익률 하위에 머무르는 ‘음의 상관성’이 2~3주간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2021년과) 100% 같을 수는 없겠으나 4월 중순까지 수급논리에 따른 변동성 증가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로 외국인의 반도체, 방산 등 특정 업종의 집중 공매도로 지수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며 “하지만 공매도 재개는 단기적인 수급 노이즈만 일으키는 데 국한될 것이며, 지수 혹은 업종의 주가 방향성은 이익과 펀더멘털이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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