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낸드 시장 점유율 33.9%…SK는 20.5%
전 세계 낸드 제품 2개 중 1개는 ‘K-반도체’
삼성·SK, QLC 기반 고성능 SSD 유일 생산
AI 열풍에 낸드 수요↑…낸드 가격도 오름세
낸드 패권 쥔 삼성·SK, 실적 개선 기대

그동안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낸드플래시 시장이 전 세계를 휩쓴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LLM(거대언어모델) 학습을 위한 대규모 데이터 저장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판매가 급증한 때문이다.
여기에, 주요 칩 메이커들이 감산에 따른 재고 조정까지 겹치면서, 낸드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낸드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낸드 시장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도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33.9%로 집계됐다. 전 세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 삼성은 독보적인 1위에 랭크됐다. 2위는 SK하이닉스로,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20.5%를 기록했다.
삼성과 SK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무려 54.4%에 달한다. 사실상 전 세계에 공급되고 있는 낸드 제품 2개 중 1개는 K-반도체가 양산한 제품인 셈이다.
이러한 과점 체제 속에서 K-반도체는 상당한 매출을 거둬들였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낸드 매출은 56억달러(약 8조2124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도 33억9190만달러(약 4조9742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낸드 시장 규모가 165억2160만달러라는 점을 고려할 때, 90억달러에 육박하는 매출을 K-반도체가 벌어들인 것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SK가 낸드 시장 내 과점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AI 열풍으로 고성능 SSD 수요가 확대된 덕분이다. 그동안 낸드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D램에 밀려 AI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휘발성 메모리인 D램과 달리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는 데이터 저장장치에 주로 사용된다. 이에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는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주요 빅테크의 AI 서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SSD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AI 추론 단계에서 알고리즘을 빠르게 동작하기 위해선 LLM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보관할 공간이 요구된다. 이에 가장 적합한 선택지로 부상한 것이 고성능 SSD다.
주목할 점은 K-반도체가 고성능 SSD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낸드 업계에서 관심을 쏟고 있는 기술은 대용량 QLC(Quadruple Level Cell)다. QLC는 셀 하나에 4자리 데이터를 담을 수 있어 동일한 칩 크기에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QLC 기반의 기업용 SSD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QLC 9세대 V낸드’.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9월 삼성전자는 초고용량 SSD인 ‘1Tb QLC 9세대 V낸드’를 업계 최초로 양산했다. 같은해 4월 업계 최초로 ‘1Tb TLC(Triple Level Cell) 9세대 V낸드’ 양산에 돌입한지 불과 5개월여 만에 한층 고도화된 낸드 제품을 공개한 것이다.
삼성 9세대 V낸드는 ‘채널 홀 에칭’ 기술을 활용해 더블 스택 구조 중 업계 최고 단수인 280단대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채널 홀 에칭은 몰드 층을 순차적으로 적층한 다음 한번에 전자가 이동하는 홀(채널 홀)을 만드는 기술이다.
SK하이닉스도 첨단 낸드 제품을 출시하며 기술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은 현존 낸드 솔루션 최대 용량인 122TB를 구현한 QLC 기반 eSSD(기업용 SSD) ‘D5-P5336’을 지난해 11월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세계 최초로 5년 간 무제한 임의 쓰기(Random Write)를 할 수 있는 수준의 내구성을 갖췄다. 이에 데이터 집약적인 AI 작업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2월엔 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SSD ‘PS1012 U.2’도 개발했다. 이번 제품은 최신 PCle(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 5세대를 적용해 이전 4세대 제품보다 대역폭을 2배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데이터 전송 속도는 32GT/s에 달한다. 순차 읽기 성능은 이전 규격 제품 대비 2배 수준인 13GB/s다.
또한 OCP(오픈 컴퓨트 프로젝트) 2.0 버전을 지원해 글로벌 AI 고객사들의 여러 데이터센터 서버 장치와 호환성도 높였다.

SK하이닉스 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SSD ‘PS1012 U.2’. <사진=SK하이닉스>
이렇듯 최첨단 기술로 중무장한 삼성과 SK는 고성능을 요구하는 기업용 SSD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글로벌 낸드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낸드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는 점도 K-반도체에 긍정적 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 카드·USB용 낸드 범용 제품(128Gb 16Gx8 MLC)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올 2월보다 9.61% 치솟은 2.51달러를 기록했다.
낸드 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올 1월을 기점으로 반등하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고용량 TLC·QLC 낸드의 감산 효과가 가시화 하면서 올 들어 낸드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특히 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기업용 SSD 등의 일시적 수요 조정이 끝나는 올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낸드 시장의 앞날이 더 밝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중국의 저비용·고효율 AI 모델 딥시크의 출시가 AI 애플리케이션 대중화와 데이터센터 구축을 확대하는 쪽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기업용 SSD 등 낸드 수요를 더 끌어올릴 것이다”고 관측했다.
삼성·SK는 낸드 가격 상승, 낸드 수요 확대 등 겹호재가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D램,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5~30% 정도다. 낸드 사업의 호황이 지속될 경우, 삼성·SK의 실적 개선에도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이에 맞춰, K-반도체는 앞다퉈 낸드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 사업에서 V8과 V9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중장기 제품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서버용 고용량 V7 QLC SSD 판매 비중을 더 확대해 메모리 실적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SK하이닉스는 기업용 SSD 판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수익성을 제고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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