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 ‘굳히기’…삼성·SK, 지원금 못 받나 ‘전전긍긍’

시간 입력 2025-04-01 17:42:33 시간 수정 2025-04-01 17:42:33
  • 가
  • 가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트럼프, ‘미국 투자 액셀러레이터’ 사무소 설립 행정 명령
사실상 보조금 재협상 수순…삼성·SK, 한푼도 못 받나 ‘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CSA)’에 따른 보조금을 재협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에 투자한 주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재차 약속했지만, 트럼프의 말 한마디로 보조금 액수의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미 현지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첨단 반도체공장을 건설키로 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서는 자칫 보조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해외 기업으로부터 10억달러 이상의 대(對)미국 투자를 촉진하는 ‘미국 투자 액셀러레이터’ 사무소를 미 상무부 내에 설립토록 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투자 액셀러레이터 사무소는 해외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통해 미 정부의 규제나 관련 절차 등을 원활히 해소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이다. 이번 행정 명령에 따라 미 상무부 장관은 해당 사무소를 30일 이내에 설치해야 한다. 사실상 이달 중에 사무소가 설립되는 셈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투자 액셀러레이터 사무소 산하에 미 상무부의 CSA 프로그램 사무소(CPO)를 둘 것 또한 지시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당시 설치된 CPO는 CSA에 따른 보조금 배분 감독, 미국 내 반도체 생태계 재건 노력 조정 등의 역할을 맡아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 명령에 “CPO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보다 훨씬 더 나은 협상과 흥정(bargain)을 통해 이득을 납세자에게 가져다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행정 명령 가운데 미국 투자 엑셀러레이터 사무소가 CPO를 관장하게 된 데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사무소를 통해 CPO가 담당했던 CSA 보조금을 다시 책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서다.

이같은 분석이 제기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CSA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6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미 연방의회 합동 세션 연설에서 “CSA 및 이와 관련된 것들을 모두 없애야 한다”며 “그 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원하는 곳에 사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7월엔 “대만 등이 우리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며 “대만은 엄청나게 부유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만이 미국에 새 반도체공장을 짓도록 (미국은) 수십억달러를 주고 있다”며 “그들은 (미국에 지은 반도체공장을) 이후 다시 자국으로 가져갈 것이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CSA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면서, 바이든 정부에서 약속한 반도체 보조금이 공수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CSA에 따라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에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에 대해 재협상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CSA 보조금 재검토는 한 반도체 기업의 증언에 따라 사실로 드러났다. 대만 실리콘 웨이퍼 제조 업체인 글로벌웨이퍼스는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CSA 프로그램 당국은 우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 및 정책들과 일치하지 않는 특정 조건들이 현재 재검토 대상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글로벌웨이퍼스는 미 텍사스주와 미주리주에 약 40억달러를 투자해 웨이퍼 제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에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글로벌웨이퍼스에 최고 4억6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투자 액셀러레이터 사무소를 설립하고, CPO까지 관장하라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CSA 보조금 재협상이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당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대 수조원에 이르는 CSA에 따른 보조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현재 K-반도체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정책에 힘입어 미 현지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미 텍사스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누적으로 약 450억달러를 투자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키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월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차세대 HBM 등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 AI용 AVP(어드밴스드패키징)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최초다. SK는 인허가 등 공장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반도체의 공격적인 대미 투자에 당시 바이든 행정부도 화답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CSA에 근거해 삼성전자에 47억45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SK하이닉스도 4억5800만달러의 보조금과 5억달러의 대출 지원을 확정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보조금을 다시 책정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SK의 미 현지 반도체 생산 거점 구축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고문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고문 인스타그램 캡처>

보조금 문제 뿐만 아니라 트럼프가 주창해 온 관세정책도 K-반도체로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반도체에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미국에 첨단 칩을 수출하는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반도체에 고율의 관세가 적용될 경우, 미국으로 수출되는 칩 가격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2일(현지시간)부터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처하게 됐다. 반도체 관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미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 구축을 서둘러야 하지만, 보조금을 제대로 지급 받지 못할 경우 현지 생산라인 확충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수십조원을 쏟아 부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거점을 만들고 있는 삼성·SK가 트럼프 행정부의 배만 불리고, 실익은 거의 얻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일단 K-반도체 진영은 북미 대관 담당 등을 총동원해 현지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며 기업에 미칠 영향 등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이후 상황을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