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 5조1628억원 추정
2023년 4분기 이후 최저…삼성 반도체 실적 부진 탓
증권 업계, DS 부문 약 -4000억원 전망…“적자전환”
HBM 주도권 확보 실패 여파 커…“경쟁력 제고 시급”
삼성전자, 다음달 초 올 1분기 잠정 실적 발표 예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복합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올해 1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치보다 더 좋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 확보에 실패한 데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면서 올 1분기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초 올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만간 발표될 삼성의 잠정 실적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다소 차가운 평가를 내놓고 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익 전망치는 5조162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영업익 2조8247억원에 그쳤던 지난 2023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 지난해 1분기 6조6060억원과 비교해 21.8%나 적은 데 이어, 직전 분기인 4분기 6조4927억원보다도 20.5% 줄어든 수준이다.
올 1분기 영업익이 근래 가장 저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은 연초부터 높은 인기를 구가해 온 ‘갤럭시S25’ 시리즈 출시 효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사업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삼성 반도체가 올 1분기 적자전환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LS증권은 올 1분기 DS 부문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4000억원으로 잡았다. IM증권은 -3690억원으로 예상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IT 수요 침체가 길어진 데다,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까지 겹쳐 범용 메모리 수익이 추락한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HBM 분야에서의 부진도 삼성 반도체 실적에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DS 부문은 AI 핵심 메모리인 HBM 분야에서 큰 부침을 겪고 있다.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지만, 경쟁사인 SK하이닉스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글로벌 HBM 패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SK하이닉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그러나 HBM 최초 개발에 성공한 곳은 SK하이닉스였다. SK는 2013년 세계 최초로 TSV(실리콘관통전극)와 WLP(웨이퍼레벨패키지) 기술을 기반으로 1세대 HBM을 선보였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 2세대 HBM인 HBM2를 개발, 기술적 우위를 증명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SK하이닉스가 3세대 HBM ‘HBM2E’를 개발하며 ‘세계 최초’ 타이틀을 재탈환 했고, 2021년에는 4세대 HBM ‘HBM3’, 2023년에는 업계 최고 성능의 5세대 HBM HBM3E를 연달아 개발하며 승승장구했다.
삼성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HBM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해 온 삼성은 지난해 2월 24Gb D램 칩을 TSV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HBM3E 12H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이어 10월 31일에는 지난해 4분기 엔비디아의 HMB3E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본격적으로 판매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깜짝 발표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HBM3E 12단 제품을 먼저 개발한 삼성전자를 제치고 엔비디아에 HBM3E 12단을 납품하면서 삼성의 자존심에 큰 흠집이 생겼다. 더구나 지난 19일엔 SK하이닉스가 최첨단 6세대 HBM인 ‘HBM4’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고객사들에게 제공했다고 선언하면서 HBM 주도권 경쟁에서 격차를 더욱 벌리고 말았다.
이에 ‘만년 2등’으로 여겨지던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뛰어 넘어 ‘메모리 최강자’ 자리를 꿰차게 됐다.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 또한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강도 높은 수출 규제로 올 1월부터 중국으로 ‘HBM2’ 이상 제품 반입에 제약이 생길 것을 우려한 중국 업체들이 지난해 4분기 선제적으로 HBM 제품을 사들이면서 올 1분기 HBM 매출이 줄어들었다”며 “HBM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비단 HBM뿐만 아니다. 삼성의 비메모리 사업 경쟁력도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차 연구원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LSI시스템 등 비메모리 사업의 부진도 지속돼 해당 사업의 올 1분기 영업 적자는 -2조7000억원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고 짚었다.
증권 업계의 분석대로 만약 삼성전자 DS 부문이 이번에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다면 삼성 반도체는 2023년 4분기(-2조1800억원) 이후로 5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이 회장은 삼성그룹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순차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메시지를 내고,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경영진들을 질책했다.
특히 이 회장은 삼성전자 DS 부문의 각 사업부를 강하게 꾸짖었다. 그는 “메모리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AI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했고, 파운드리사업부에 대해선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고 꼬집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3E에 친필 사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 총괄 부사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황 CEO가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부스에 있던 직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특히 부스에 전시된 HBM3E 12H 제품에 황 CEO가 남긴 사인을 찍은 사진도 함께 올렸다. 연합뉴스
업계 안팎에선 삼성 반도체의 재건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기라고 진단한다. 특히 HBM 경쟁력을 최우선적으로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사회에 반도체 기술 전문가를 대거 보강하며 첨단 칩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키로 했다. 삼성은 신규 사외이사로 반도체 전문가인 이혁재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를 선임했다. 신규 사내이사의 경우 전영현 DS 부문장 부회장과 송재혁 DS 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을 선임했다.
다수의 칩 베테랑들을 이사회에 합류시킨 삼성전자는 눈앞에 닥친 글로벌 복합 위기를 극복할 타개책을 마련하고, 반도체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려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을 되찾겠다는 복안이다.
HBM 역량도 대폭 끌어올려 HBM3E 개선 제품을 올 1분기 말부터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고, 2분기엔 본격적으로 공급을 확대키로 했다.
6세대 ‘HBM4’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c(10나노급 6세대) 공정 기반 HBM4는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존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HBM 경쟁력 확보 여부에 삼성 반도체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분석마저 내놓는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b(10나노급 5세대) DDR5, 1a(10나노급 4세대) HBM3E 제품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삼성 메모리 경쟁력 및 실적 개선 여부는 HBM3E 12단 개선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며 “또 HBM4에 사용될 1c D램의 성능이 양호할지, 대중 수출용 HBM, 전용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의 판매가 미 정부에 의해 제한될지에 따라서도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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