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 이재용, 이재명 만났다…“한시가 급한데, ‘주 52시간’ 한마디도 없었다”

시간 입력 2025-03-20 17:03:04 시간 수정 2025-03-20 17: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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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삼성 잘돼야 나라 잘돼…韓 경제 견인차 역할 해 달라”
이재용 “청년 미래 위해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SSAFY 이끌어”
반도체 특별법 등 현안은 논의 안 해…산업현장선 “한시가 급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20일 서울 강남구 SSAFY 멀티캠퍼스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격 회동했다. 이 대표는 “삼성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된다”며 국내 경제에서 삼성의 역할을 당부했고, 이 회장은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화답했다.

이 회장과 이 대표의 이번 만남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여야 간 의견 상충으로 표류하고 있는 반도체 특별법 등 K-반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현안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그러나 두 사람은 반도체법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얘기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 회장은 20일 서울 강남구 ‘SSAFY(삼성청년SW아카데미)’ 멀티캠퍼스에서 이 대표와 회동했다. 두 사람은 악수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간담회 장소로 이동했다. 취재진을 향해 별도 언급은 없었다.

이 회장과 이 대표는 현장 간담회에서 경제 위기 속 청년들의 취업 지원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대표는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 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 산다”며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삼성이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잘해 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제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우리의 역량과 의지로 잘 이겨낼 것으로 본다”며 “일자리든, 삶의 질이든, 모든 게 경제 활동에서 나오는 만큼 글로벌 경쟁이 격화한 상황에서 대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그 과정에서 훌륭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과실을 누리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특히 삼성이 청년들에 다양한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국민에게 희망을 만들어주는 것인데, 요즘은 우리가 살아 왔던 시대와 다르게 청년들이 기회 찾기가 어렵다”며 “그 기회를 찾는 새로운 길을 삼성에서 역량을 쏟아서 열어주고 계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20일 서울 강남구 SSAFY 멀티캠퍼스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이 회장은 “SSAFY는 삼성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가지고 사회와 동행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며 “단순히 사회 공헌을 떠나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SSAFY를) 끌고 왔다”고 화답했다. 이어 이 회장은 “SSAFY 교육생들과 AI(인공지능)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년들도 (이 대표와 민주당이) 방문해 주신 걸 감사하게 느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 회장과 이 대표는 10분 간 비공개 면담도 가졌다.

이날 두 사람의 비공개 면담에는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회장과 이 대표가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을 놓고 여야가 대치 중인 반도체 특별법 등 당면 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하루 전인 19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두 사람의 회동과 관련해 “(반도체 특별법 등) 다양한 경제 현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인프라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을 통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첨단 칩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면서 업계는 조속한 국회 통과를 염원해 왔다. 그러나 여야가 쟁점인 주 52시간제 예외 특례 조항을 두고 공방을 벌이면서, 반도체 특별법 국회 통과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업계에선 반도체 연구개발(R&D) 종사자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가 조기에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K-반도체의 첨단 기술 개발 경쟁력을 담보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통상 2년이 소요되는 반도체 신제품 개발 과정 중 시제품 검증에만 6개월에서 1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 중 R&D 핵심 인력은 시제품 집중 검증을 위해 3~4일 밤샘 근로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이같은 이유로 미국·일본·대만 등 주요 경쟁국은 반도체 R&D 인력의 무제한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엄격한 주 52시간제로 인해 R&D 핵심 인력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 52시간제로 인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 차질을 빚는 사이 K-반도체가 중국에 역전을 허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3대 게임 체인저 분야 기술 수준 심층 분석’ 브리프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 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 역량은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기술 선도국을 100%로 봤을 때,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 기술 분야는 한국이 90.9%로, 중국의 94.1%보다 낮았다. 한국의 고성능·저전력 AI(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분야는 84.1%인 반면 중국은 88.3%로 더 높았다.

전력 반도체 분야의 경우도 한국 67.5%, 중국 79.8%로, 중국이 우위를 점했고,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 분야도 중국(83.9%)이 한국(81.3%)에 앞섰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은 한국과 중국이 74.2%로 같게 평가됐다.

기술 수준을 사업화 관점에서 평가했을 때, 한국은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 기술,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 분야에서만 중국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3월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동진쎄미켐 R&D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R&D 근로 시간 개선 간담회’.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이는 탓에 처리가 시급한 반도체 특별법의 국회 통과 시점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특별 연장 근로 1회 최대 인가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의 ‘반도체 R&D 특별 연장 근로 인가 제도 업무 처리 지침’을 지난 14일부터 시행한 것이다.

특별 연장 근로 인가 제도는 불가피하게 법정 연장 근로 시간을 초과할 경우, 근로자 동의 및 고용노동부(노동부) 장관 인가 절차를 거쳐 주 52시간을 초과해 최대 64시간까지 연장 근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1회당 인가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고, 건강 보호 조치 등 필수 요건 외 재심사 기준을 간소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정부의 이번 결정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제계는 특별 연장 근로 특례로 K-반도체가 한숨 돌리게 됐다면서도 반도체 특별법 처리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이종명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으로 확대되는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정부가 발표한 특별 연장 근로 확대가 반도체 R&D 역량을 강화할 방안의 하나라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에 계류 중인 반도체 특별법에서 근로 시간 유연성을 적용해 반도체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제고하고, 젊은 연구 인력이 자율적으로 역량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국회에서의 조속한 법안 통과를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도 ‘반도체 R&D 특별 연장 근로 인가 제도 보완 방안에 대한 경제계 입장문’에서 “반도체는 미래 첨단 산업의 기반인 만큼 R&D를 포함한 산업 전반 경쟁력 확충을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을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맨 왼쪽)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서울 강남구 SSAFY 멀티캠퍼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의 이같은 기대감과 달리, 이날 두 사람은 반도체 특별법 등 관련 현안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면담에 배석한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대화는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대표는 국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환경 조성에 지원을 늘리겠다는 ‘친기업’ 기조를 재확인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정부의 지원 뿐만 아니라 적극적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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